최병준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과장
경희대 치과대 학·석·박사,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교육과정위원회 간사, 
대한턱관절협회 학술이사 사진 김명지 기자
최병준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과장
경희대 치과대 학·석·박사,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교육과정위원회 간사, 대한턱관절협회 학술이사 사진 김명지 기자

최병준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과장)는 전공의 시절이던 2000년대 후반 50대 여성 환자의 양악수술을 했다. 양악수술은 아래위 턱뼈를 깎아 치아를 교정하는 수술이다. 입안에 장치를 넣어서 치료하는 ‘일반 교정’을 먼저하고, 전신마취를 하는 큰 수술이어서 20~30대가 주로 한다.

이 환자는 안면 비대칭이 눈에 띄긴 했지만, 생활에는 문제가 없었다. 나이 들면 치아와 뼈의 수분이 빠지면서, 단단해져 수술 후 회복도 느리고 합병증도 더 잦다. 최 과장은 ‘왜 이제야 왔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이 환자는 결혼 적령기인 20대 딸이 상견례만 하면 남자 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자기 외모 탓인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는 ‘사돈 될 사람이 내 얼굴을 보고 결혼을 반대하나’라는 오랜 고민 끝에 병원을 찾아 양악수술을 받았다.

2010년 외모 바꾸기를 원하는 지원자를 선정해 무료로 성형수술을 해 주는 케이블 방송 예능 프로그램 ‘렛미인’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양악수술은 수술로 얼굴형을 갸름하게 바꾸는 ‘미용수술’로 주목받았다. 양악수술은 서양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미용 목적으로 잘 시행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양악수술이 새로운 성형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대중화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제가 해제되면서 양악수술을 하는 치과대학병원에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양악수술은 턱관절 장애, 안면 마비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위험한 큰 수술이다. 환자가 수술 후 사망에 이르는 ‘의료 사고’가 잦은 분야이기도 하다. 양악수술을 비롯한 턱 교정 수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국에는 11곳의 치과대학병원이 있고, 서울에 있는 치과대학병원은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세 곳뿐이다. 최병준 교수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치과병원에서 만났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됐다. 환자 동향이 궁금하다.
“양악수술은 수술 전에 1년 정도 미리 교정을 하고, 이후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첫해(2020년)에는 교정 환자가 없었으니, 2021년엔 수술 환자도 없었다. 그런데 2022년부터 교정 환자가 조금씩 늘었다. 그러니 올해는 수술 환자가 늘어나지 않을까 예상한다. 수술방을 교수 6명이 번갈아 가며 쓰는데, 2022년 12월부터 수술방이 하루도 빠짐없이 차 있다.”

양악수술은 언제, 어느 연령일 때 가장 많이 하나.
“고등학생일 때 미리 교정을 하고, 졸업하자마자 수술하는 사례가 제일 많다. 그다음이 대학생, 사실 30대 이상 환자는 잘 없다.”

40대 이상 중장년층도 양악수술을 할 수 있나.
“오랫동안 망설이기만 하다가 용기를 내서 오는 40대 이상 환자도 있다. 나이가 많다고 수술이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다. 하지만 수술 후 합병증이 잦다. 치아는 턱뼈와 인대로 연결돼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뼈와 인대가 단단해지면서 이동이 어렵다. 그러다 보면 교정 기간도 길어지고, 치아 뿌리가 잇몸에 흡수돼 버리는 합병증도 늘어난다. 수술 기간이 최장 2년이 되기도 한다.”

수술 과정은 어떤가.
“수술 과정은 비슷하다. 수술 후 회복 이외 문제로는 수술 효과를 들 수 있다. 골격이 바뀌었는데 나이가 들면 피부와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술 후에 얼굴이 쳐진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예뻐지려고 했는데, 나이 들어 보인다’는 얘기를 하는 환자가 나오는 이유다.”

양악수술 기간을 단축할 방법은 없나. 일부 치과병원에서 수술 전 교정을 생략하면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광고한다.
“수술 전 교정을 뛰어넘는 것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양악수술은 ‘수술’만 한다고 치아와 얼굴뼈가 교정되는 게 아니다. 양악수술은 미용도 미용이지만, 기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음식을 씹어먹어야 할 것 아닌가. 선(先) 교정 과정 없이 얼굴뼈만 손댔다가는 음식을 씹지 못할 수도 있다.”

음식을 씹지 못한다니 어떤 뜻인가.
“치아는 윗니가 아랫니를 약간 덮는 모양을 ‘정상교합’이라고 한다. 얼굴뼈가 비대칭이라도 사람의 치아는 음식을 씹기 위해서 어떻게든 윗니가 아랫니를 덮을 수 있게 같이 비틀어져 있다. 그래서 턱뼈를 이동했을 때 ‘정상교합’을 유지하기 위해 치아 모양을 교정해야 한다. 이 과정 없이 수술했다가는 음식을 씹고 물을 마시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치아 안 빼도 된다. 치료해서 쓸 수 있다’라는 기사도 봤다.
“치아는 모르지만 잇몸뼈는 치료해서 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잇몸뼈는 20세 이후 조금씩 내려간다. 정기적으로 스케일링받고, 양치질 등 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잇몸뼈가 유지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치석이 생기고, 그곳에 세균이 자리 잡아 염증을 일으키면 잇몸뼈가 녹기 시작한다. 그렇게 사라진 잇몸뼈는 다시 재생이 안 된다. 약 먹는다고 없는 잇몸뼈가 살아나지 않는다. 끝이다.”

다른 뼈는 재생이 되는데, 잇몸뼈는 왜 안 되는 건가.
“잇몸뼈는 치아와 운명 공동체다. 어릴 때 사고가 나거나 충치가 심해서 치아를 뺀 채로 그냥 놔두게 되면 잇몸뼈가 계속 얇아진다. 임플란트하려고 온 환자 중에서 ‘내가 10년 전에 이를 뺐는데’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환자는 뼈가 너무 얇아져서 임플란트를 할 수조차 없는 상태일 때가 많다. 그런 경우 뼈 이식을 해야 한다.”

60대가 되기 전에 임플란트를 권유하는 병원도 많은데, 잇몸뼈 때문인가.
“나이 들어 잇몸뼈가 내려가서 얇아지면, 임플란트를 아예 못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니 아직 치아가 쓸 만하더라도 임플란트를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 치아는 3년 정도 더 쓸 수 있는데, 3년이 지나면 임플란트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미리 임플란트를 하는 식이다. 물론 임플란트를 한 치아도 평생 쓰는 게 아니다.”

치주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임플란트하면 좋아질 수 있나.
“원칙적으로 그렇다. 치주 질환이라는 것이 잇몸과 잇몸뼈에 염증이 생겨서 아픈 것이다. 치아와 잇몸 사이 틈에 음식물이 껴 치석이 생기고 세균이 번식한다. 의사들이 칫솔질을 위아래로 쓸어내리라고 하는 게 바로 이 틈을 청소하기 위해서다. 나이 들어 잇몸뼈가 아래로 밀려 내려가면 틈이 깊어져서 양치질로는 그 틈을 닦아 내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치아 건강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술이 치아를 직접 부식시키진 않는다. 술에 취해 이를 닦지 않고 그냥 잠들어 버리는 게 문제다. 낮에는 칫솔질을 안 해도 침이 음식물을 쓸어낸다. 자고 있을 때는 움직일 때의 10% 정도밖에 침이 안 나온다. 그러니 자기 전에 먹은 음식물은 이와 잇몸 사이에 붙어서 세균을 번식시킨다. 게다가 술안주는 짜고 달고 기름지다. 꼭 자기 전에 칫솔질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