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도심 아파트 단지. 정부가 1월 3일 강력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은 이후 향후 부동산 시장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뉴스1
서울 시내 도심 아파트 단지. 정부가 1월 3일 강력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은 이후 향후 부동산 시장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뉴스1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톰 행크스(존 밀러 대위 역) 주연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라는 영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적진에서 실종된 라이언이라는 병사를 구하기 위한 미합중국 특수부대의 여정을 그린 불후의 명작으로 흥행 측면에서도 크게 성공한 영화다. 그런데 영화의 결론은 다소 안타깝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구출하러 간 존 밀러 대위를 포함한 8명의 특수부대 요원은 모두 전사하고, 라이언 일병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숱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면서 한 사람을 구하는 인도주의를 잘 표현했다는 견해와 여러 명이 죽어 나가는데 굳이 한 사람을 구하려는 무모함을 그렸다는 견해로 나뉜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새해 들어 1·3 부동산 대책과 둔촌주공 재건축이 국민적 관심사이자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기대하고 발표한 1·3 부동산 대책이 둔촌주공 재건축과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점이다. 이는 수많은 언론과 적지 않은 전문가가 1·3 부동산 대책을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 작전이라고 부르는 것과 관련 깊다.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서둘러 발표한 1·3부동산 대책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완화정책이었다. 특히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기준 폐지, 실거주 의무 폐지, 무순위 청약자격요건 완화 등은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본의 아니게 언론을 도배하고 있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의 계약률 역시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다만 계약률의 경우 행정적·법적 의무 사항이 아닌 까닭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수치가 없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둔촌주공의 계약률은 70% 선이라고 한다. 당초에는 계약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지만, 1·3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둔촌주공 계약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심지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전용 59㎡와 84㎡ 중 일부 인기 단지에서는 벌써 분양권 프리미엄이 1억원 이상 붙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일각에서는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 작전이 실패라는 의견도 있지만, 계약률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성공한 작전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부동산 공인중개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전단. 사진 뉴스1
서울 시내 부동산 공인중개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전단. 사진 뉴스1

부동산 규제지역 대거 해제

그렇다면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에 나름 기여한 1·3 부동산 대책에는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고, 또 어떤 의미를 시사하고 있는 것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4개 자치구를 제외한 대한민국의 전 지역을 해제했다. 여기서 규제지역이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을 말한다. 투기지역은 주택 가격 및 토지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양도소득세를 기준시가 대신 실거래가액으로 부과하기 위해 지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반면 투기과열지구는 주택의 투기수요를 근절시키고 주택 시장 과열 요인을 차단시키기 위해 주택 가격 급등 및 투기수요의 주택 시장 유입 우려가 큰 곳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에는 분양권 전매제한, 1순위 청약자격제한, 주택담보대출제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자격제한, 자금조달계획서 신고 등 다양한 규제조치가 시행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조정대상지역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 이상이거나 청약경쟁률이 5 대 1 이상인 지역 등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만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 총부채상환비율(DTI) 50% 규제를 받으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세 중과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분양권 전매 시 단일세율(50%) 적용,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따라서 이번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다는 말은 세금 및 대출규제를 완화시켜 거래를 활성화함과 동시에 주택 가격의 상승을 허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매제한 완화 둔촌주공에 호재

둘째, 분양 시장에 호재가 될 수 있는 여건을 아낌없이 제공했다. 이제 막 분양을 마치고 계약을 눈앞에 둔 둔촌주공에는 엄청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전매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사실 전매제한은 주택 시장의 가격급등과 투기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행해져 왔는데, 수도권은 최대 10년까지, 비수도권도 최대 4년까지 전매를 제한했다. 또한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까지 전면 폐지했다. 지금까지는 실거주 의무로 인해 주택을 분양받아도 당장 입주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분양받고 바로 입주할 의무가 사라진 만큼 전세를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갭투자가 용이해졌다.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목적의 가수요자까지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격안정 및 거래 활성화가 기대된다. 아울러 중도금 대출 보증을 위한 분양가 기준을 전면 폐지했다. 중도금 대출에 지원대상은 물론 인당 보증한도의 제한을 없앤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중도금대출의 지원대상이 기존의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에서 다시 분양가 12억원 이하 주택으로 상향되더니, 1·3 부동산 대책에서는 가격 상한선을 정해두지 않고 중도금대출을 지원키로 했다. 청약 이후 실계약을 앞둔 둔촌주공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1주택 청약 당첨자, 기존주택 처분의무도 폐지

셋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대폭 해제했다. 앞선 규제지역 해제처럼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4개 자치구를 제외한 대한민국의 전 지역을 해제했다. 분양가상한제란 분양 가격을 안정시켜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아파트 가격을 일정 수준 아래로 규제하는 것으로 사전에 정한 기본형 건축비에 택지비를 더한 뒤 그 이하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제도를 말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8월 12일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공택지가 아닌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2015년 폐지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부활하게 된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되면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의위원회로부터 분양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은 전매 제한이 강화되고,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공급은 물론, 수요까지 위축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해제는 향후 주택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커다란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1·3 부동산 대책에서는 본청약 이후 당첨 포기 내지 계약 취소 등으로 발생하는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자격요건도 완화시켰다. 기존의 경우 무주택자로 제한됐지만 이제는 유주택자도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1주택 청약 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의무도 폐지했는데, 이 역시 둔촌주공의 계약률 증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요컨대 1·3 부동산 대책은 둔촌주공에 맞춰진 정책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진한 분양률로 고전하던 둔촌주공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우려를 해소시킬 시발점으로 판단된다. 이런 점에서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 작전은 일견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