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사르르 녹는 삼치회 한 점. 사진 최갑수
입에서 사르르 녹는 삼치회 한 점. 사진 최갑수
여행지로 그다지 알려진 곳이 아니던 고흥은 나로호 위성을 발사하면서 그나마 조금 알려졌다. 이 까닭인지 고흥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우주로, 우주항공로 등 길 이름과 우주슈퍼, 우주세탁소 등 가게 이름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우주장례식장이라는 간판도 보인다.
최갑수 시인, 여행작가,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저자
최갑수 시인, 여행작가,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저자

전남 고흥에 들어서자마자 나로도항으로 향한다. 삼치회를 먹으러 가는 길이다. 나로도 여객터미널 근처에 갓 잡아낸 삼치를 회로 내는 식당이 여러 집 있다. 나로도항은 예부터 삼치로 이름을 날린 포구. 일제강점기에는 삼치 파시가 열릴 정도였다. 1960~70년대는 나로도 삼치잡이의 최전성기였다. 나로도항을 드나드는 삼치잡이 배만 200여 척이나 됐다. 당시 삼치는 잡는 족족 ‘대일무역선’이라 부르던 배에 실려 일본으로 전량 수출되는 바람에 제철에도 국내 생선가게에서는 구경하기 힘들었다. 당시 삼치는 1㎏당 5000원을 받았는데, TV 한 대가 3만5000원 할 때였으니 얼마나 비싼 대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삼치는 꽁치나 고등어처럼 등푸른생선 중 비린내가 가장 적다. 도시 사람들이 가장 흔히 먹는 방식은 구이인데, 구웠을 때의 고소함은 고등어보다 한 수 위다. 하지만 이즈음의 삼치라면 역시나 회로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삼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방식인 활어회가 아닌 선회로 즐긴다. 삼치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경매를 끝낸 삼치는 바로 냉장 숙성에 들어간다. 삼치는 살에 수분이 많고 무른 편이어서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회를 뜨기도 어렵다. 그래서 세 시간 정도 숙성시킨 뒤 살짝 얼려 회를 뜬다. 삼치를 즐기는 사람들은 삼치 맛을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표현하는데, 삼치회 한 점을 맛보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씹지 않고 혀만으로도 즐길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것이 바로 삼치회다. 은백색을 띠는 배 쪽 살이 지방 함량이 많아 제일 맛있다. 고흥 사람들은 두툼한 돌김에 큼직한 삼치회 한 점을 올린 뒤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다. 양념장은 간장과 고춧가루, 마늘, 설탕에 청주와 깨를 넣어 만든다.

나로우주과학관. 사진 최갑수
나로우주과학관. 사진 최갑수

대한민국 우주 도전의 산실, 나로우주과학관

삼치회를 맛있게 먹었다면 본격적인 고흥 여행에 나서보자. 첫 목적지는 나로도항이 있는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이다. 

나로우주과학관은 우리나라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산증인이다. 2009년 8월 19일 첫 발사 시도 카운트다운 중단, 8월 25일 첫 발사 이륙에는 성공했지만 과학기술위성 2호 궤도 진입 실패, 2010년 6월 9일 2차 발사 카운트다운 중단, 6월 10일 2차 발사 1단 로켓 폭발로 실패. 그리고 2013년 1월 30일 3차 발사 마침내 성공. 2009년 6월 12일 개관한 나로우주과학관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1, 2층으로 구성된 우주과학관에는 우주로 이동하기 위한 기본원리와 우주 탐사, 로켓과 인공위성 등을 주제로 전시되어 있으며, 우주과학에 대해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우주과학관을 나와 남열리에 자리한 고흥우주발사전망대로 향한다. 남열해변을 지나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용바위에 이르는 10㎞의 해안도로는 고흥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해돋이로 유명한 남열해변과 멀리 나로도가 바라다보이는 고흥우주발사전망대, 해안절벽이 아름다운 용바위까지 만나볼 수 있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역사적인 나로호 발사 모습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지상 7층 높이 규모로 고흥과 여수 사이의 바다에 떠 있는 여러 섬과 멀리 나로도의 장관이 펼쳐진다. 전망대를 중심으로 다랑이논길, 해맞이길, 용바위길, 해돋이해수욕장길 등 6.1㎞의 미르마루길이 이어져 있어 산책 삼아 걷기에도 좋다.

장어탕. 사진 최갑수
장어탕. 사진 최갑수

애간장이 녹는 맛

고흥 맛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는 녹동항이다. 근해에서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이 모이는 포구다. 고흥 끝자락에 있지만 도로가 잘 연결되어 교통이 좋고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다리가 생겨 언제나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녹동항은 붕장어탕으로 유명하다. 고흥의 붕장어탕은 여수나 통영의 그것과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다른 지역에서는 국물이 약간 맑은 편이지만 고흥의 붕장어탕은 오히려 진하고 구수하다. 국물을 낼 때 된장을 풀고 고춧가루를 넉넉하게 뿌리기 때문이다. 아침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황가오리회. 사진 최갑수
황가오리회. 사진 최갑수

술꾼들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있다. 황가오리회다. 배 쪽이 누런색을 띠고 있어 황가오리라 불리며 큰 놈은 한 마리가 리어카를 가득 채울 정도로 크다. 100㎏이 넘는 것도 있는데, 날개를 펼치고 덮치면 어부가 죽는다고 한다. 

황가오리회를 시키면 날개살과 뱃살을 섞은 회와 애(간)가 함께 나온다. 먼저 애를 맛본다. 신선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것으로, 좋아하는 이들은 애를 먹어야 황가오리 한 마리 다 먹는 것 같다고 칭찬할 정도다. 애 맛은 풍성하고 농밀하다. 푸아그라에 뒤지지 않는 맛이다. 애 한 점을 기름소금에 찍어 입에 넣으면 흐물흐물 녹듯이 넘어간다. 그 고소한 맛이 자꾸만 소주잔을 비우게 한다. 그다음엔 회를 한 점 먹을 차례. 붉은 반점이 촘촘하게 박혀있는데, 그 모양이 꼭 소고기 차돌박이 같기도 하다. 식감은 차지고 쫀득하다. 특히 날개 쪽은 씹는 맛이 일품이다.

겨울 파도를 즐기는 서퍼. 사진 최갑수
겨울 파도를 즐기는 서퍼. 사진 최갑수

여행수첩

먹거리 나로도여객터미널 근처의 순천식당은 삼치회로 알아주는 집이다. 녹동항 아리랑산장어구이탕은 주문과 동시에 장어를 잡아 탕을 끓여내는 집으로 유명하다. 도라지식당에서는 황가오리회 이외에도 준치회 등 제철 생선을 맛볼 수 있다. 남계리에 자리한 대흥식당은 37년 전통을 자랑하는 곳. 그날그날 장 봐온 재료로 푸짐한 한 상을 차려낸다. 고흥을 벗어나기 전 배를 든든하게 채우는 것도 좋을 듯. 고흥 여행을 마치고 올라가는 길이 해거름 녘이라면 중산일몰전망대에서 펼쳐지는 해넘이 장관도 놓치지 말자. 

겨울 서핑 마니아들의 해변 남열해변은 길이 800m의 고운 모래가 깔린 넓은 백사장을 자랑한다. 겨울이면 파도가 세찬 까닭에 서핑을 즐기려는 서퍼들이 전국에서 많이 찾아온다. 운이 좋으면 이들이 서핑하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그 풍경 덕에 꼭 외국의 어느 해변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