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저마다 확고한 주관을 가진 존재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사실보다 타인의 이야기에 쉽게 현혹된다. 사진 셔터스톡
인간은 저마다 확고한 주관을 가진 존재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사실보다 타인의 이야기에 쉽게 현혹된다. 사진 셔터스톡

욕망과 광기 속 인간 본능의 실체
군중의 망상
윌리엄 번스타인│노윤기 옮김│포레스트북스│4만2000원│820쪽│1월 25일 발행

작년 5월 13일 시가총액 50조원에 달했던 국내 대표 암호화폐 ‘루나’가 기록적으로 폭락했다. 그 전달까지만 해도 개당 14만5000원 선까지 치솟았던 루나 가격은 5월 6일부터 10만원 아래로 하락하기 시작해 13일엔 개당 0.031원으로 바닥을 쳤다. 치솟는 코인 열풍에 편승해 루나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투자금 대부분을 날려버렸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근래 들어 생긴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약 30년 전인 1990년대 후반, 당시 투자자들은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했던 인터넷의 가능성을 믿고 닷컴 회사에 뭉칫돈을 투자했다가 닷컴 버블 붕괴로 큰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역사적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 영국의 철도 주식 투자 광풍,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자까지 부(富)에 대한 강렬한 열망 때문에 벌어진 비이성적 투자 광풍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걸까. ‘합리적 존재’인 인간은 왜 이렇게 객관적 현실을 보지 못하고 실수를 되풀이하는 걸까.

저자 윌리엄 번스타인은 책에서 “인간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월스트리트의 전설적 투자 전문가인 번스타인에 따르면, 우리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욕망과 광기에 의해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고, 이러한 인간의 비이성적인 본성은 집단 속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한다. 중세 시대 제세례파의 뮌스터 참사, 수시로 불거져 나오는 종말론, 일본의 옴 진리교 사건이나 중동 IS의 발현 등은 모두 ‘집단 광기’로 인한 결과물이라고 번스타인은 주장한다.

책에 의하면, 인간이 군중 심리에 쉽게 좌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인간은 모방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은 주변 사람들의 주장을 듣고 트럼프가 2020년 대선 조작 때문에 패배했다고 생각한다. 반대 증거가 넘쳐나는 데도 그 신념은 바뀌지 않는다. 합리성(rationality)보다 합리화(rationalization)에 더 치중해 온 인간 본성은 자신의 믿음과 배치되면 객관적 자료와 수치를 제시해도 이를 믿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신념을 더욱 강화한다. 그 신념이 욕망과 관련될 경우는 특히 그렇다. 주변에서 위험 신호가 울려 퍼지는데도 조만간 꺼질 투자 버블에 발을 담그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냉철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조차 이러한 인간 본성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1712년 한 회사의 주식을 매수해 8년 뒤에 매각하며 큰 재미를 본 뉴턴은 같은 해 후반 자신이 매각한 회사의 주가가 치솟자 인내심을 잃고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다시 매수했다가 2만파운드 손실을 입었다. 책에서도 언급되는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이러한 인간 특성을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 사람의 행복과 판단력을 저해하는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둘째, 서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인간은 잘 짜인 설득력 있는 이야기에 매료된다. 종말론에 대한 수많은 예측 정확도가 현재까지 0%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종말론적 광기에 현혹되거나, 수많은 젊은이가 IS에 가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번스타인은 풍부한 역사적 자료에 진화심리학과 신경과학 이론을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어낸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왜 군중 속에서 비이성적이 될 수밖에 없는지, 개개인이 주체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미·중 패권 대결 최악의 시간이 온다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마이클 베클리, 할 브랜즈│김종수 옮김│부키│2만원│416쪽│2월 6일 발행

패권에 도전하는 강대국은 기회의 창이 닫히기 시작하면 모든 걸 걸고 정면 대결을 벌인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1941년 태평양 전쟁을 시작한 일본이 모두 ‘정점(頂点)을 지난 강대국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든 중국도 마찬가지다. 외교·안보 핵심 전략가인 두 저자는 미국이 어떻게 중국을 봉쇄·압박하고, 중국이 왜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지를 설명한다.

실패를 자산으로 만든 여성들
내 인생을 바꾼 거절
제시카 배컬│오윤성 옮김│북하우스│1만6500원│332쪽│1월 20일 발행

미국 명문 여대 스미스대학에서 리더십 개발에 힘써 온 저자는 오랜 현장 연구를 통해 성공과 성취감은 실패 경험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책에서는 저서 ‘그릿’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 법학자 조앤 윌리엄스 등 성공한 여성 29명이 자신의 인생(관)을 바꾼 결정적인 거절·퇴짜 사건을 이야기하고, 커리어 도전과 변화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인구 감소의 쓰나미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피터 자이한│홍지수 옮김│김앤김북스│2만원│544쪽│1월 19일 발행

과거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한 미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예측한 저자는 2020년대에 탈세계화를 넘어 탈산업화와 탈문명으로 치닫는 세계 붕괴가 시작되고, 연료·식량 부족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내놓는다. 단절되고 붕괴된 세계에선 물자와 자원의 자급·조달을 할 인력이 없는 국가가 가장 고통 받는다. 출산율이 1%대 아래로 떨어진 한국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또 다른 사랑을 꿈꾸나
불륜의 심리학
게르티 젱어, 발터 호프만│함미라 옮김│탐나는책│1만8800원│456쪽│1월 20일 발행

심리·정신분석학자인 두 저자는 불륜에 대한 체계적이고 학문적인 연구와 더불어 설문 조사와 인터뷰, 다양한 상담 사례를 반영해 책을 집필했다. 책 속 불륜 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사연들을 심리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세밀하게 분석했다. 불륜 심리를 진화생물학적으로 파헤친 이 책은 불륜의 속성을 이해하고, 건강한 파트너 관계를 지향하는 방안을 알려준다.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퇴사준비생의 도쿄2
시티호퍼스│트래블코드│1만8800원│288쪽│1월 17일 발행

1편에 이어 도쿄로 떠나는 비즈니스 인사이트 트립을 다룬 책. 흰 티셔츠 하나로 한 끗 차이를 보여준 티셔츠 가게, 와인병에 차를 담아 없던 시장을 연 티하우스, 업(業)의 구조를 꿰뚫어 기발하게 원가를 낮춘 스시집, 11단계 온도로 고객 경험의 축을 바꾼 사케 바, 버려진 재료로 술을 살려내는 세계 최초 재활용 양조장 등 반짝이는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백악관 주방에서 시작된 현대 정치외교사
대통령과의 저녁 식사(Dinner with the President)
알렉스 프루돔│크노프│30.49달러│512쪽│2월 7일 발행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들은 역대 대통령들이 그들의 동지 혹은 적과 식사를 하는 순간에 일어났다. 리처드 닉슨은 젓가락으로 중국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고, 지미 카터는 케이크와 파이로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중재를 이끌어냈다. 저자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통령들의 사적인 음식 취향과 그들의 기호와 메뉴 선택이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공개한다.

오윤희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