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뷰티 경험을 겪게 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뷰티 솔루션(beauty solution)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뷰티테크(beauty tech) 발전으로 5~10년 후에는 뷰티 제품의 개인 맞춤화가 확산되고, 이는 보다 일반화된 경험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귀브 발루치(Guive Balooch) 로레알 그룹(이하 로레알) 글로벌 테크놀로지 인큐베이터 & 오픈이노베이션 부문 사장은 2월 14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1909년 설립된 로레알은 전 세계 150개국에 진출, 36개의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화장품 업계 1위 업체다. 100년이 넘는 화장품 제조 경험을 가진 로레알은 지난 2012년 데이터 과학자, 산업 엔지니어,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 등 다양한 인재로 구성된 뷰티테크 전문 조직인 테크놀로지 인큐베이터를 신설, 뷰티테크 개발에 회사 역량을 집중시켰다. 그 결과, 로레알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3’에서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 등을 접목한 뷰티 제품으로 혁신상을 받으며 뷰티테크 부문에서도 선두 업체로 주목을 받았다.
발루치 사장은 “최근 뷰티테크 트렌드는 세부적이고 개인 맞춤화된 뷰티뿐 아니라, 이를 통한 건강(wellness)한 뷰티 실현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 스스로 아름다움과 자신감 그리고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 맞춘 수많은 뷰티 솔루션이 탄생할 것이며, 이는 로레알의 혁신 전략 측면에서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화장품 업체가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고.
“올해 CES에서 최초로 공개한 ‘합타’와 ‘로레알 브로우 매직’을 포함해 여섯 개 제품이 혁신상을 수상했다. 합타는 손과 팔이 불편한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화장품을 바를 수 있도록 설계된 휴대용 전동 애플리케이터다. 팔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맞춘 상품이다. 디바이스에 내장된 스마트 모션과 맞춤형 부착 장치로 마스카라나 립스틱 같은 제품을 열거나 바르는 등 섬세한 동작이 필요한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디바이스에 탑재된 AI 시스템이 사용자의 움직임과 사용 패턴을 학습하기 때문에 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동작 컨트롤이 최적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로레알 브로우 매직은 디지털 눈썹 프린팅 디바이스다. AR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적합한 눈썹 모양과 마이크로셰이딩 같은 문신 기법을 추천해준다. 사용자가 원하는 눈썹 모양을 선택한 후 기기로 눈썹을 쓸어 넘기면 몇 초 만에 눈썹 문신을 완성할 수 있다. 컬러 카트리지가 들어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피부나 머리카락 색상에 따라 맞춤형 눈썹 색조 추출도 가능하다. 참고로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에도 세 개 제품(루즈 쉬르 메쥬르, 컬러소닉, 워터세이버)이 혁신상을 받았다.”
로레알이 뷰티테크에 집중하는 이유는.
“로레알은 뷰티의 미래를 창조하는 동시에 미래형 기업이 되고자 뷰티테크에 집중하고 있다. 뷰티와 기술, 과학의 접점에서 오프라인과 디지털 경험을 통해 뷰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자 한다. 로레알의 목표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지닌 서로 다른 피부나 헤어 타입, 성별, 연령대를 아우르는 가장 포용적인 뷰티 리더가 되는 것이다. 뷰티 산업에서 소비자의 니즈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세부적인 개인 성향에 맞는 제품을 찾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 로레알은 뷰티테크를 활용해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하고자 한다.”
로레알의 뷰티테크 방향은.
“로레알은 뷰티가 아닌 다른 산업군에서 지식과 아이디어를 얻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여왔다. 다른 업계 기술과 로레알의 뷰티 지식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였다. 시대를 앞선 혁신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면서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다. 로레알은 뷰티를 통해 사용자들로 하여금 마음껏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고자 한다.”
뷰티테크가 발전하면 맞춤형 제품 시대가 열린다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뷰티 업계에서 개인화의 영역은 점점 더 확장되고 더욱 세밀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고가 제품 라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로레알 역시 모든 소비자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최신 기술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고, 기술이 계속 진화함에 따라 로레알은 개인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출시 제품 중 개인 맞춤형 사례가 있다면.
“일례로, 로레알이 AI 기반 스킨케어 진단 기기인 ‘페르소’의 기술을 활용해 만든 입생로랑 뷰티의 ‘루즈 쉬르 메쥬르 (Rouge Sur Mesure)’를 들 수 있다. 루즈 쉬르 메쥬르는 AI 기반의 가정용 립 메이크업 스마트 디바이스로, 사용자는 앱을 통해 트렌드에 따라 원하는 색상을 매칭하거나 또는 나아가 자신만의 독특한 컬러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사용자들로 하여금 창의성을 발휘하며 새로움을 창조하는 동시에, 매일 새로운 제품을 접하는 것과 다름없는 경험을 하게 만들어 준다.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집에서 수천 가지의 색상을 조합하며 맞춤화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루즈 쉬르 메쥬르는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만한 혁신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로레알의 뷰티테크 개발에 영향을 줬나.
“코로나19 팬데믹에 힘입어 앳홈(at-home⋅가정용) 서비스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개인화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사람들이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로레알은 소비자가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뷰티의 개인화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팬데믹 이후 뷰티테크 개발에 속도가 붙은 배경이다.”
요즘 챗GPT가 화두다. 로레알은 이와 관련한 뷰티 서비스 출시 계획은 없나.
“AI와 데이터는 뷰티테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로레알은 이미 제품 수요 감지와 디자인 설계 단계에서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챗GPT 같은 AI 솔루션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과 도입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data privacy), 윤리, 알고리즘의 공정성 등을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
로레알의 뷰티테크 전략에 AI가 차지하는 중요도는 얼마나 되나.
“개인적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뷰티 제품과 AI 뷰티 솔루션의 진화가 얼마나 더 빨리 전개될지 큰 기대를 품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개인 맞춤형 제품 영역과 서비스 접근성을 확장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주름이나 주근깨 같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미용 고민을 파악하는 스마트 디바이스 제작도 가능해진다.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더 새롭고, 더 발전되고, 더 맞춤화된 것을 갈망하고 있다. AI와 머신러닝을 통해 우리는 뷰티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