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서울대 경영학, 전 골드만삭스 기업금융 부문 애널리스트, 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한국담당 상무 사진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서울대 경영학, 전 골드만삭스 기업금융 부문 애널리스트, 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한국담당 상무 사진 얼라인파트너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단 금융주는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로 너무 싸고, 또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2월 1일 서울 영등포구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 본사에서 만난 이창환(37) 얼라인 대표는 올해 KB·신한·하나·우리·JB·BNK· DGB 등 금융지주를 상대로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얼라인은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오비맥주 매각을 이끈 이 대표가 설립한 자산운용사다. 1986년생인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골드만삭스를 거쳐 2012년 KKR 서울사무소의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동학개미 열풍이 한창이던 2021년 주주행동주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KKR을 나와 얼라인을 설립했다. 얼라인의 운용자산(AUM)은 2700억원 규모다.

얼라인은 지난해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대상으로 주주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행동을 벌여 주목받았다. 얼라인은 감사인 선임 시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부터 이사회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에 이르기까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내에 정착된 시스템을 단계별로 밟았다. 결국 최대 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로부터 이사회의 독립을 끌어내 경영권을 박탈했다.

얼라인은 다음 목표로 금융지주를 택했다. 1월 2일 이들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자본배치 정책 및 중기 주주환원 정책 도입 등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이어 2월 9일까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본배치 정책 및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도입하고 공정 공시를 통해 공식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BNK금융이 첫 타자로 2월 2일 실적발표에서 전년보다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하며 이에 호응했다. 2월 7일 KB금융에 이어 8일 신한금융, 9일 하나금융·JB금융·DGB금융도 실적과 함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얼라인은 JB금융에 주주제안을 하기로 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는 판단에서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왜 7대 금융지주인가.
“(주가가) 너무 싸고,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상장 은행들은 예외 없이 해외 주요 은행 대비 극심한 저평가에 시달려왔다. 오랜 노력으로 해외 유수 은행에 비견되는 자산건전성, 자본비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갖췄지만, 비효율적인 자본배치와 부족한 주주환원으로 인해 주식 시장에서는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한참 못 미치는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국내 은행주는 평균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0.3배에 거래되고 있다. 해외 은행의 경우 평균 1.3배 수준이다. 장부가치의 단지 3분의 1만을 시가총액으로 인정받았다.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도 주요 해외 은행들은 9.5배인 데 반해 국내 은행은 3.1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지주 소수 주주의 지지를 어떻게 받을 계획인지.
“사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아무도 반대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은행은 대주주가 없다. 그리고 주주는 물론 경영진들도 주주 친화적인 사람들이다. 이게 SM엔터테인먼트와 다른 점이다. 지난해엔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와 싸우는 구조로 주주들과 힘을 합쳤지만, 금융지주는 이전까지 아무도 관련 주주 제안을 안 했을 뿐이다.”

금융지주에 SM엔터테인먼트처럼 이사진 자리를 요구할 계획이 있는지.
“사전에 주주제안 안건을 공개했는데, 여기에 이사 자리를 요구하는 내용은 없다. 이미 금융지주는 수익성·건전성 등에서 잘하고 있고, 경영진들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사 자리를 요구하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미래는 모르는 일이다. 물론 얼라인이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는 JB금융의 경우 이사가 한 명 있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현재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아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 지분 외에 추가 매입 등 계획이 있나.
“금융지주 주가가 앞으로 너무 많이 오르면 이제 더 못 산다. 만약 지금 수준에서 크게 안 오른다면 더 사려고 한다. 현재 얼라인은 JB금융 지분 14%, 우리금융 지분 1%가 있고, 위임을 통해 DGB금융 1%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곳도 0.1%까지는 지분을 확보하자는 생각이 있다.”

금융지주 배당을 더 높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은행은 배당주다. 주주들은 배당 수익률을 보고 투자한다. 지금 배당 수익률이 약 6~8% 정도 된다. 지금 기준으론 이익의 25%만 배당하지만, 예를 들어 이것을 50%로 올린다면 배당 수익률은 8%에서 16%가 된다. 배당을 늘리면 주가가 두 배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자 같은 셈이다.

금융 당국 기조는 배당 자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기 침체가 올 수 있으니 건전성에 유의하라는 거다. 오히려 배당을 늘리려는 요구가 정부 정책 방향과 결이 같다고 본다. 배당을 늘려 주가가 오르면 은행들의 대출 증가율은 줄어들고, 국가의 레버리지 증가율도 줄어든다.”

앞으로 금융지주 대상 주주행동 일정이 어떻게 되나.
“2월 9일까지 금융지주들에 자본배치 정책과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해달라고 요구했다. KB·신한·우리·하나·BNK·DGB 등 6개 금융지주는 전례 없는 수준의 구체적인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을 투자자들에게 발표했다. 이에 얼라인은 즉각 환영 또는 수용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이들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에선 주주제안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얼라인은 각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면 된다.

그러나 JB금융은 2월 9일 있었던 실적 발표에서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에 관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정책을 발표했다고 판단해 고심 끝에 주주제안을 제출하게 됐다. 또 얼라인은 JB금융지주의 경영 상황에 맞는 중기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을 담은 2차 공개 주주서한도 조만간 별도로 발송하고, JB금융 이사회에 검토 및 회신을 요청할 예정이다. 만약 혹시라도 주주와 싸우겠다는 은행이 나오면 얼라인은 주주총회에서 주주행동을 할 예정이다. 대주주가 없는 은행의 경우 주주들이 똑같이 요구하는 환원 정책을 경영진이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곧 ‘나는 주주와 싸우겠다’고 선언하는 얘기다. 주주들과 싸우겠다는 은행이 나오면 그 은행과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주주 자본주의의 축제를 하겠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런 은행은 없을 거라고 본다.”

금융지주 다음 목표는 어디인지.
“할 건 많은데 이 중 무엇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금융지주 대상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은 작년부터 할 계획이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우연히 시행하게 됐다. 만약 지금 하고 있는 금융지주 대상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이 3월 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돼도 다른 주식은 지분이 없어서 내년에야 주주행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방법은 꼭 공개는 아니어도 비공개도 될 수 있다.

주주행동 외에도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시대적으로 분위기가 바뀌어 소수 주주 권위가 많이 올라갔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에서 얼라인으로 컨설팅받으러 온다. 비용은 무료고, 원래부터 얼라인에서 하던 사업이다. 사실 예전에는 얼라인의 존재를 몰랐어도, 이제는 ‘얘네 제대로 하네’ 하면서 고객사가 많이 찾는다. 얼라인은 해당 기업과 싸우려는 게 아니다. 회사에 장기 투자하면서 주주가치를 제고할 방안을 다 같이 찾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