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들어 화제가 된 주식 중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우선주가 있다. 우선주는 주주총회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우선해서 지급하는 주식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란 회사의 우선주는 1월 31일 시초가가 7280원이었으나 1월 31일과 2월 1일, 3~7일 상한가까지 급등하면서 2월 8일 장 초반 한때 3만3500원을 기록했다. 열흘 새 주가가 네 배 넘게 치솟은 셈이다. 그러다가 9일, 10일은 급락하면서 2만300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그래도 상승 폭이 세 배에 달한다.
이상 현상이지만, 우선주만 한정하고 본다면 그렇게 드문 사례는 아니다. 우선주는 유통량이 적기 때문에 매수세가 조금만 몰려도 급등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우선주처럼 연일 상한가를 치는 우선주는 잊을 만하면 나오곤 한다.
그렇다면 본주(보통주)는 어떨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종목 또한 1월 31일 3750원에 시작해서 2월 7일 한때 7950원으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6일 거래량이 4567만 주로, 유통 규모도 그렇게 적지는 않았다.
이름도 생소한 이 기업은 어떤 이슈로 이렇게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일까.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이름으로 유추할 수 있듯이 코오롱그룹 계열사다. 사명이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신생기업이기 때문이다. 코오롱글로벌이란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가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인적 분할했다. 코오롱글로벌은 건설과 종합상사, 스포츠센터 운영, 수입차 판매와 자동차 정비, 수입 오디오 판매 등 서로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든 사업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이를 건설과 모빌리티 두 분야로 나눈 것이다. 인적 분할로 인해 1월 31일 재상장했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상장과 동시에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다.
4세 손잡고 화려하게 데뷔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코오롱모빌리티그룹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점은 사명에 ‘그룹’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코오롱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듯 모빌리티그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일단 수입차 업계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오롱은 자동차 수입 분야의 강자인데 BMW를 수입하는 코오롱모터스, 아우디를 수입하는 코오롱아우토, 볼보를 수입하는 코오롱오토모티브, 지프를 수입하는 코오롱제이모빌리티 등으로 법인이 나뉘어 있다. 수입차 업계는 모두 경쟁 관계이다 보니 계약 상대방이 자사만 관리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다수의 수입차를 아우른다는 의미로 사명에 ‘그룹’을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딜러 유통사에서 모빌리티 전반의 서비스 제공자로 탈바꿈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고차 유통사업 및 연관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를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그 외의 모든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까지는 매출이 2조원 초반대에 그쳤는데,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각각 3조6000억원, 1000억원으로 잡았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끄는 인물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사장이다. 1984년생인 이 사장은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나온 뒤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을 거쳐 2020년부터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차 부문을 맡아왔다. 고(故)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의 증손자로 4세 장손인 만큼 코오롱그룹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큰데, 일단 수입차 부문을 키우는 중책을 맡은 셈이다. 기존 수입차 유통과 애프터서비스(A/S)는 BMW 부문장을 지낸 전철원 각자대표가 맡고, 이규호 사장은 미래 성장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을 맡고 있다.
이웅열 회장이 앞서 “(아들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회사를 물려주겠다”고 공언한 만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어떻게 키워나갈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 이규호 사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 주식은 물론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또한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지분은 코오롱이 75% 이상 보유 중이며, 코오롱 지분 또한 이 명예회장이 49.74% 들고 있다.
실적 좋지만 모빌리티 신사업 기대감은 꺾이는 국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실적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2022년 실적은 매출 2조2000억원, 영업이익 7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19.2%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는 것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설명이다.
수입차 선호 현상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022년 국산 차 판매 시장 성장률은 마이너스(-) 0.4%로 뒷걸음질 쳤지만, 수입차 시장은 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 따르면 특히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 신차 등록 비중이 2019년 11.9%에서 2021년 23.6%로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 법인 차 연두색 번호판 도입 영향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 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강제하면 앞으로는 법인 차를 개인용으로 사용할 경우 주변에 들통날 수 있다며 미리 법인 차를 구입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2022년 국내 판매된 수입차는 총 27만6146대인데, 이 중 법인 명의로 판매된 차량이 10만2283대로 37.03%를 차지했다. 오는 7월 연두색 번호판 도입이 시행되고 경기 긴축이 예상보다 세게 나타난다면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또한 올해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수입차 선호 현상은 계속 진행되는 트렌드인 만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 대한 실적 전망은 밝다. 재상장 이후 주가가 연일 급등했지만,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재상장 초기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분석한 리포트는 나오지 않았으나 적잖은 애널리스트가 관심 분야에 두고 있는 만큼 조만간 목표주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영업이익 7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 시가총액(4000억원대)은 주가이익비율(PER) 6~7배로 비싸지 않다는 평가다.
남은 과제는 수익성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수입차 유통을 주로 하다 보니 원가율이 90%를 넘는다. 건설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수입차 부문이 앞섰지만, 수익성은 크게 못 미쳤던 이유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기회가 날 때마다 사업 다각화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분야의 신사업을 잘 발굴해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나온다. 모빌리티 신사업 기대감은 한껏 올랐다가 꺼지는 국면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나 쏘카 등은 기존의 택시 혹은 렌터카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고차 유통 시장 또한 비슷하다. 중고차 판매업체 케이카는 2021년 9월 당시 공모가 밴드(3만4300~4만3200원)보다 낮은 2만5000원에 상장했으나, 그럼에도 현재는 주가가 반 토막 나 1만3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테슬라 등 수많은 자율주행 개발 기업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다면 차량 내 신사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겠으나 당장은 새로운 게 없다는 회의론이 팽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