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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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몸통을 연결하는 어깨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360도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는 관절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밖에서 보이는 어깨의 동긋한 근육인 삼각근 밑에 회전하는 동안 어깨를 단단히 안정시켜 주는 중요한 근육 네 가지가 위팔뼈의 머리 부분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근육들은 어깨 회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회전근개라고 불린다. 이 네 가지 근육은 극상근, 극하근, 견갑하근, 소원근으로 각각 특이한 형태의 힘줄을 가지고 있다. 만일 이들 중 하나라도 늘어나거나 찢어져 변형, 손상이 생기면 어깨를 움직이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회전근개증후군이라고 한다. 특히 극상근은 어깨의 견봉과 위팔뼈의 머리 사이에 매우 좁은 공간을 지나간다. 여기에 손상이 생기거나 주변의 활액낭 등에 염증이 생겨 부으면 이 공간이 더 좁아진다. 극상근이 움직일 때마다 주변 조직과 심한 마찰이 일어나 팔을 옆으로 들거나 배 쪽으로 돌리기 어려워진다. 이를 어깨충돌증후군이라고 한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회전근개증후군이 생기면 손상된 근육에 따라 팔을 들어 올릴 때 통증이 생겨 움직이기 힘들지만, 팔을 어느 정도 들어 올린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통증이 감소하기도 한다. 주로 움직일 때 아프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거나 허리를 짚을 때 통증이 생기고, 차를 탔을 때 안전벨트를 하기도 어렵다. 낮보다는 밤에 통증이 더 심해지고 특히 아픈 어깨 쪽으로는 돌아누우면 통증이 심하게 생긴다.

오십견 또는 동결견이라고 불리는 유착성 관절낭염은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가 뻣뻣해져서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 자체가 줄어드는 병이지만, 회전근개증후군은 근육과 힘줄의 문제다. 통증 때문에 어깨를 못 움직일 뿐 어깨의 가동 범위가 초기에는 정상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노화로 관절낭이 약해지면서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회전근개증후군은 근육과 힘줄이 약화되면서 점점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회전근개증후군은 근육과 힘줄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는 4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지만, 20대라도 자신의 힘에 부치는 운동이나 일을 할 때, 어깨를 무리하게 사용하면 생길 수 있다. 어깨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자주 취하거나 팔을 딛고 넘어지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었을 때 갑자기 통증이 생기거나 뚝 소리가 났다면 회전근개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머리 위쪽으로 팔을 많이 올리는 야구 투수나 수영 선수, 테니스 선수, 목수 등에게도 많이 발생한다.

회전근개증후군은 의사의 자세한 문진과 신체 진찰을 통해 진단할 수 있지만 석회성 건염, 관절염 등의 질환을 감별하고 손상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X-ray), 초음파, MRI 검사 등을 시행할 수도 있다. 특히 손상된 근육의 위치에 따라 치료 부위가 달라지는 만큼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손상된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엉뚱한 곳을 치료하기 때문이다. 치료 반응이 나쁘다면 다시 정밀 검사를 통해 손상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약물요법과 물리치료, 운동치료를 시행하지만 손상이 심하면, 수술을 고려한다. 회전근개증후군은 만성적인 경과를 거치므로 초기에 통증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회복돼도 만성 통증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초기부터 통증을 조절해줘야 한다. 

평소에 어깨를 자주 돌려주고 책상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팔걸이의자에서 팔걸이를 잡고 일어나기, 운동용 밴드를 이용해서 팔을 펴주는 등 운동으로 어깨 근육을 강화시키면 회전근개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