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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의 기본은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다. 좋은 답이 나오려면 먼저 질문의 기술이 좋아야 한다. 좋은 질문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질문을 잘하려면 생각을 잘해야 한다. 답을 생각하는 것보다 질문을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모든 학문의 근본인 철학은 질문을 기반으로 한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우리는 질문하는 능력을 배운 적이 있는가. 어려서부터 질문보다는 답을 찾는 교육을 받으며 살았다. 입학시험이나 입사 시험은 모두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었다. 어떤 것은 잘 생각해서 답하지만, 어떤 것은 외웠다가 답을 하기도 했다. 수많은 시험이 대부분 답을 찾는 것이었다. 이게 기존의 학습이고 공부였다. 질문하는 법이 빠진 것이다.

예전에는 질문을 하면 교사나 윗사람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드는 것으로 오해받아 혼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선생님, 그런데 질문이 있습니다.” 수업이 끝날 때 이런 소리를 했다가는 교무실까지 끌려가서 혼나기도 했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 분위기였다. 선생님, 교관, 선배의 말은 그대로 복종하고 순종하며 지내야 했으니 질문 능력이 생길 수가 없었다.

유대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유대인 교육법이라는 좋은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다.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유대인 교육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어려서부터 질문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좋은 질문을 하면 생각하는 힘이 저절로 길러진다. 학생들이 질문하면 교사는 반드시 질문 자체를 칭찬하며 함께 답을 찾아간다. 심지어는 초등학교를 다녀온 어린이에게 부모는 이런 질문을 한다. “오늘은 선생님에게 뭘 물어봤니?”

나는 강의 중 질문이 나오면 무슨 질문이든 일단 이렇게 대응한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이래야 계속 질문이 나오고,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다 보면 가장 좋은 답을 찾아가게 된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과 정답을 잘 찾는 사람은 생각의 차원이 다르다. 답을 찾는 일은 이미 학습된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하지만 질문은 통찰력, 창의력, 호기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금까지 교육이 답을 찾아내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질문을 찾아내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또한 초역전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초역전 현상이란 경험이 많은 어르신보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훨씬 더 똑똑한 세상을 말한다. 자식이 부모보다 똑똑하고 병사가 간부보다 똑똑하고 후배가 선배보다 똑똑한 세상이다. 초역전의 백미는 바로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질문을 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요즘 챗GPT가 세상을 바꿀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입력됐던 데이터를 검색해 답을 해주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학습해 대답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그럴듯한 답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시도 쓰고 작곡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답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질문의 깊이가 답의 깊이이고 질문의 차이가 답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초역전의 시대에 교육 혁명은 첫째가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고 둘째가 질문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리버스 멘토링은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이제 교실에서 질문은 학생이 인공지능(AI)에 묻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AI가 답변하면 이를 기반으로 계속 질문하면서 더 좋은 답을 찾아내면 된다.

최근 챗GPT 혁명이 가져올 대변혁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아무도 이런 신기술을 피해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인간이 묻고 AI가 답하며 협업하는 본격적인 ‘인간×AI 문명’이 시작됐다. 이제 세상이 또 한 번 뒤집어지고 있다. 답이 아니라 질문의 기술이 ‘핵심 성공 요인(KSF·Key Success Factor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