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robot)의 어원은 체코슬로바키아의 19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봇이라는 말은 당시 소설가인 카렐 차페크(Karel Capek)의 희곡 작품인 ‘로섬의 만능로봇(Rosu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 희곡에서 동물의 생물학적 장기(臟器)를 모아서 만들어진 로봇은 인간이 하기 힘든 노동을 대신했다. 그래서 로봇(robot)은 체코 말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뜻하는 ‘robota’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현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전 삼성전자 상무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AI로봇
AI로봇은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AI로봇은 로봇(몸)에 이를 제어하는 칩(뇌)의 역할을 추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황판단 기능과 자율 동작 기능 같은 AI 기술이 추가됨으로써 기존 로봇과 구분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작 이후 제조기업들의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으로 로봇의 활용성은 늘고 있다. 로봇 분야는 크게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과 새롭게 뜨고 있는 서비스용 로봇이 있다. 서비스 로봇 중에서 물류 로봇이 활발하다. 지금까지는 바닥에 설치한 QR 코드나 선을 따라서 정해진 길을 가는 ‘무인운반차’가 주류였지만, 자율주행기술을 이용한 스스로 움직이는 AI로봇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AI로봇은 라이다나 카메라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서 앞에 있는 사람이나 장애물을 인식하고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은 오래전부터 자율이동 로봇을 물류산업에 이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4년부터 자사의 물류센터에 자율이동 로봇 ‘키바’를 도입해 물품관리를 하고 있다. 아마존은 키바 도입 후 2년 만에 운영 비용의 20%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 요즘 식당에 가보면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빙 로봇들도 많이 보인다. 물류 로봇과 서빙 로봇, 또 로봇 청소기로 불리는 청소 로봇도 기본적으로 자율주행기술 기반 로봇이다. 자율주행기술은 AI로봇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2022년 최고 발명품에 자율주행기술이 접목된 청소 서비스 로봇인 ‘LG 클로이 서브봇’을 선정했다. 로봇 청소기는 카메라 센서는 물론, 라이다가 달려 있는 경우도 있는데, 많은 핵심 기술이 집대성된 개인 서비스 로봇이다. 청소 효율을 높이는 방법의 핵심은 ‘자율주행’ 기능이다. 자율주행 기능 강화가 로봇 청소기 제조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다. 로봇 청소기가 집 안 구석구석을 스스로 돌아다녀야 청소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밖에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 등 대규모 농업을 하는 국가에서 로봇은 이미 생활이 됐다. 밭을 오가며 카메라로 농작물을 살펴본 다음 호미처럼 생긴 도구를 뻗어 잡초만을 골라 뽑아내는 로봇도 있다.
인간형 로봇 개발 나선 테슬라
테슬라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세계 기업가 중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물은 단연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일 것이다. 테슬라의 CEO이면서 항공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를 설립해 분야를 우주로 넓히고 있고, 최근에는 트위터를 인수했다. 그러한 머스크가 또 세계의 관심을 끄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인간형 로봇으로, 바로 휴머노이드다. 테슬라는 2022년 9월 ‘2022 AI 데이’ 행사에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프로토타입 모델을 시연했다. 이 로봇 모델은 테슬라봇(Tesla Bot) 또는 옵티머스(Optimus)라고 불린다. 이 로봇은 무게 73㎏, 보행 속도 8㎞/로 홀로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이족 보행 로봇이다. 걸음걸이가 아직 부자연스럽고 다소 위태로워 보였지만, 넘어지지 않고 홀로 행사장 곳곳을 걸어 다니는 수준이었다. 물론 이날, 로봇의 실제 모습이 공개되자 많은 사람이 실망스러워했다.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그렇지만 테슬라 AI 데이 행사의 목적은 미래 사업 방향성을 공유해 인재를 유치하는 데 있으므로 놀랄 만한 성과 발표가 없었다는 이유로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단지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다. 머스크는 전기차, 스페이스X에 이은 이번 테슬라봇도 시행착오를 거쳐 어떻게든 완성도를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3~5년 정도면 약 2만달러(약 2537만원)에 시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테슬라봇으로 인해 로봇산업이 한 번 더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됐고 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만한 이벤트가 된 것은 사실이다.
테슬라는 로봇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칩과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다. 통신방식은 LTE(롱텀에볼루션)·와이파이를 사용하고 2.3k의 배터리를 장착했다.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의 총 28개 중 11개가 손에 사용됐다. 배터리 팩부터 액추에이터까지 모두 테슬라가 자체 제작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으니 이미 기반 기술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가 로봇 개발에 열중하는 이유는 테슬라 전기차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테슬라봇을 기가 팩토리에 투입해 인간 노동자를 대체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로봇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생산 공정을 구축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AI 덕에 인간 닮아가는 로봇
지금도 로봇이 두 발로 걷고 달리는 수준은 가능하다. 가벼운 물건 등을 들어 옮기는 등의 간단한 작업도 할 수 있다. AI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는 주위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능력도 있다. 그런데 큰 숙제가 있다. 바로 ‘손’이다. 많은 로봇 전문가가 휴머노이드 로봇 실용화의 걸림돌로 손을 꼽는다. 물건을 잡고, 옮기는 기능은 여러 개의 관절로 구성된 기계 손가락 5개를 유기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그래서 로봇공학계에는 손만 전문으로 연구하는 분야가 따로 있을 정도다.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는 테슬라봇과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간의 경쟁을 통해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AI와 로보틱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개입 없이도 의도된 목적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AI로봇이 출현할 가능성도 상상해 볼 수 있다. 대체적으로 공상과학 영화에서는 미래의 로봇이나 AI가 인류를 지배하거나 지구를 멸망시키는 내용이 많다. 이 때문에 로봇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은 대부분 휴머노이드로서 인간처럼 눈·코·입·귀를 갖고 있는 머리와 팔·다리를 가진 몸통 구조로 돼 있다. 인간을 닮아가려는 로봇 기술의 진전은 계속될 것이고 AI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 출현할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간은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할까. “인간에게 쉬운 일은 컴퓨터에 어렵고, 반대로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컴퓨터에 쉽다.” 1970년대 AI 개발 초창기 AI 학자였던 한스 모라벡이 한 이 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인간이 잘하는 것과 기계가 잘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고 하는 것에 착안해 보자. 인간과 AI로봇은 경계와 대결이 아닌 소통과 협업을 통해서 공존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