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클로이의 식품 알레르기 문제로 시작한 유아식 연구가 법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시초가 됐다. 식품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빠른 학습’을 원동력으로 호주를 대표하는 글로벌 영유아 영양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호주 글로벌 분유 제조 기업 법스 오스트레일리아(Bubs Australia·이하 법스)의 창업자인 크리스티 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2016년 180만호주달러(약 16억원)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액이 현재는 2억호주달러(약 1700억원)에 육박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6년 법스를 창업한 카 CEO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2022년 아시아 대표 여성 기업인(Asia’s Power Businesswomen) 20인’에 선정됐다. 딸의 알레르기를 걱정한 어머니의 고민에서 착안해 ‘유기농 분유’ 사업을 시작한 점, 법스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점,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의 분유 부족 문제 해결 협력에 나선 점 등을 높게 평가받았다.
법스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분유 항공 수송 작전(Operation Fly Formula)’을 위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미국 42개 주 6500여 개 가게에 입점했으며 수출 규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 CEO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협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제 승인, 소매 유통망 마련,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현지 사업 기반을 미리 마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포브스’로부터 ‘2022년 아시아 대표 여성 경영인’에 선정됐다.
“‘포브스’가 선정한 다른 유능한 여성 경영인을 보면 먼저 겸손한 마음이 든다. 딸의 음식 알레르기에서 비롯된 창업 아이디어 등 법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빠른 성장을 고려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법스는 2006년 영유아 식품을 만드는 부엌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영유아 영양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법스가 2016년 호주증권거래소(ASX)에 상장할 당시에는 직원이 5명에 불과했고, 연간 매출액은 180만호주달러였다. 하지만 현재는 직원이 75명, 연간 매출액은 2억호주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기술 기업에 가까운 소비재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성장 궤도다.”
창업 스토리를 더 듣고 싶다.
“내 딸 클로이는 식품 알레르기가 많았다. 대안을 찾기 위해 여러 실험을 했는데, 주방에서 채소를 갈아 만든 유아식이 법스 유기농 유아식의 시초였다. 모유 수유에서 분유로 전환하는 시기에 산양분유(단백질과 지방 구성이 모유와 유사한 산양유를 원료로 만든 분유)가 딸의 알레르기에 대한 해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산양분유는 알레르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A1 단백질’이 전혀 없는 ‘A2 베타카제인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어머니들에게도 분명한 수요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여동생, 식품 업계 사람과 각각 5만달러(약 6487만원)를 모아 집 근처 상업용 주방에서 유기농 이유식을 생산한 게 첫 단추였다.”
법스의 가파른 성장 비결은.
“호주를 대표하는 글로벌 가족 영양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팀을 이끌 민첩성과 리더십이 필요했다. 먼저 법스는 알리바바와 같은 적절한 시장과 파트너를 조기에 선택했고,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혁신’에 집중했다. 법스의 대표 제품이 유아용 조제분유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업 초기에는 유아용 조제분유 제조를 위탁했었다. 별도의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ASX에 상장한 뒤 2017년에는 호주에서 가장 큰 산양분유 풀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호주의 산양분유 기업인 ‘카프리락(Caprilac)’을 인수했다. 그렇게 우리는 제조 시설을 소유하고 통합된 공급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영유아와 가족의 영양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클린 라벨’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한 것이다.
우리는 산양분유를 기반으로 혁신을 반복해왔다. 식품 업계에서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 유기농 풀을 먹인 젖소의 분유를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가장 진보한 형태의 법스 수프림(Supreme) A2 베타카제인 단백질 제품군을 개발했다. 이는 유아 영양 시장에서 유제품 전문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해온 결실이다. 법스의 호주산 제품은 하나의 ‘마스터 브랜드’가 돼, 중국과 미국, 동남아시아 및 중동 전역의 시장에도 대량 수출되고 있다.”
경영하면서 가장 크게 힘들었던 일은.
“모든 사업은 학습 곡선을 거친다.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일을 극대화하고 비효율적인 일을 그만둘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코로나19로 ‘중국 다이공(보따리상)’ 사업이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호주 내 중국 관광객과 학생들이 분유를 구입해 중국으로 보내는 일이 타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법스는 대규모 기업형 다이공 파트너와 거래를 재편했다. 제품을 중국 내 창고로 배송한 다음 기업형 파트너를 통해 시장에 출시하는 중국 기반 ‘다이공 2.0’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내 법스 브랜드 대리점을 모집해 지난해 빠른 성장을 이뤘다. 동시에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M2C(Manufacturer to Consumer) 모델이 형성되면서 각 분유가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위치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중국 내 제조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 기반 유아용 조제분유 제조업체와 합작 투자를 진행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으로부터 법스의 중국어 라벨 산양분유, 유아용 조제분유 제품에 대한 승인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AMR 승인을 획득하는 데 성공하면 법스는 처음으로 중국 일반 무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에도 사업다각화는 법스가 가장 중시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5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분유 항공 수송 작전’ 협력 대상이 됐다.
“법스가 중시하는 ‘민첩성’이 빛을 발한 결과다.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규제 승인, 소매 유통망 마련,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기반을 마련한 덕분에 미국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었다. 현재 미국 42개 주에 6500개 이상의 주요 식료품점, 백화점, 약국 소매업체에 입점했다.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미국으로 배송된 법스의 분유 제품은 100만 통이 넘는다. 우리는 FDA 산업 지침인 ‘집행 재량권 행사를 위한 유아용 조제분유 전환 계획’의 영구적 시장 접근 요건을 충족했다. 법스의 모든 유아용 조제분유 제품을 미국에 영구적으로 계속 공급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중요한 것은 세계 분유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미국에서의 성공으로 가장 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유능한 여성 CEO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속도만 다를 뿐 전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에 대한 인식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다만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데, 아이디어를 독점할 수도 없다.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행동 사이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추진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나는 식품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이 업계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 쌓은 감성 지능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법스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성공하려면 ‘빠른 학습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회사명 법스 오스트레일리아(Bubs Australia)
본사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사업 분유 및 유아식 제조
매출액 2억호주달러(약 1700억원)
창업자 크리스티 카(Kristy Carr)
설립 연도 200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