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은하수산 부회장 
중앙대 경영대학원 석사, 전 대우조선해양 계열 
재무팀장, 전 삼호그룹 기획조정실 이사, 
전 맥쿼리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 양범수 기자
전인대 은하수산 부회장
중앙대 경영대학원 석사, 전 대우조선해양 계열 재무팀장, 전 삼호그룹 기획조정실 이사, 전 맥쿼리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 양범수 기자


최근 3년 평균 매출 28.05%, 영업이익 62.25% 증가. 올해로 법인 설립 24년 차를 맞이하는 은하수산의 2021년 성적표다. 2019년 사업기획팀을 신설하고 캐릭터 ‘뽀로로’와 협업한 제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기획 제품을 내놓게 된 덕분이다. 사업기획팀에서 내놓은 제품 중 네 종은 ‘2022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2022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베스트오브베스트, 대상, 컨슈머초이스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향후 수산물 가공을 넘어 종합 식품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는 전인대 은하수산 부회장을 최근 부산 암남동 은하수산 본사에서 만났다.

‘2022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수상한 은하수산의 제품들. 사진은하수산
‘2022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수상한 은하수산의 제품들. 사진은하수산


2020년을 시작으로 눈에 띄게 실적이 좋아졌는데, 회사에 특별한 변화가 있었나.

“회사 입장에서는 2019년이 성장의 분기점이었다. 수년째 800억~900억원의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 도약이 필요했다. 이전까지는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을 고객사의 요구에 맞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자체적으로 시장을 분석해 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와 접점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를 위해 사업기획팀을 신설하고 제품 기획 역량을 강화했다.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만드는 일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자체 기획 제품들을 마켓컬리·쿠팡 등 대형 온라인 채널을 포함해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제품군을 늘리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신규 설비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2021년에는 본사 옆에 연면적 2000평(약 6612㎡) 규모의 제2 공장 및 물류센터를 착공해 2022년 말부터 가동 중이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여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었고 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 사업기획팀을 만들던 2019년 매출은 874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듬해 신제품 성과에 힘입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22년에는 1400억원대 매출과 5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고, 올해는 매출 1800억원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회사 성장의 발판을 만든 제품을 하나 꼽자면 무엇인가.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컨슈머초이스에 선정된 ‘뽀로로와 함께 먹는 순살 생선구이 시리즈’다. 2020년에 출시한 이 제품은 한 분기에 4만여 개가 팔리고 중국에 수출도 하는 ‘효자 제품’이다. 사업기획팀에 유아용품 마케팅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 이직해 온 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이 ‘뽀로로를 활용하면 수산물 제품이어도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가정용간편식(HMR)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었지만, 수산물을 활용한 HMR 제품이 많지 않았던 데다 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제품은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뽀로로를 포장재에 활용했고, 제품에 ‘뽀로로 스티커’도 동봉했다.”

그래도 식품인데 뽀로로 캐릭터 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수산물을 활용한 제품은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쉽다. 고등어 한 마리에 2000원 하는 가격표를 보고 1만원 가까이하는 가공식품에 선뜻 손을 뻗을 수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그래서 직접 생선을 구워 먹을 때 생기는 불편을 해결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최대한 모든 가시를 발라내 순살로 만드는 작업에 신경을 썼다. 실제로 제품으로 만들어진 생선은 약 99% 이상의 가시를 발라내 아이들이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또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데워도 맛의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소스 개발에 공을 들여, 수분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뽀로로 제품을 은하수산의 발판으로 꼽았는데, 다른 이유도 있나.
“뽀로로와 함께 먹는 순살 생선구이 시리즈는 매출 증진 이외에도 사업기획팀이 처음으로 기획한 제품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사업기획팀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제품의 성공을 토대로 후속 제품들을 기획·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서울 강남에서 ‘스시코우지’라는 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나카무라 코우지(中村浩治) 셰프와 협업한 제품이다. 2022년 9월 나온 ‘소금에 절인 숙성 광어회·연어회’ 2종으로, 일본 미쉐린 3스타 출신 셰프인 나카무라 셰프와 고급 일식집에서 쓰는 ‘시오즈메(소금을 사용해 회를 숙성하는 방식)’를 대량 생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민한 끝에 나온 제품이다. 광어회 제품의 경우 출시 약 4개월 만에 1만5000여 개가 팔렸고, 연어회 제품도 약 1만 개가 팔렸다. 두 제품은 2022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일반식품 수산물가공(회) 부문 ‘베스트오브베스트’에 선정됐다.”

다른 후속 제품들은 어떤 것이 있나.
“앞서 설비 투자를 했다고 말했는데, 2019년 국내 최초로 넙치(광어) 자동 손질 설비를 들여 만든 제품이 있다. 이 설비는 1분에 55마리의 넙치를 손질할 수 있어, 원물 상태의 넙치가 제품으로 포장이 완료될 때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수산물 가공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공기 중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인데, 신규 설비를 통해 품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 ‘광어회 밀키트’를 출시할 수 있었다. 이 제품은 북미 수출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해양수산부가 품질을 인증하는 수산물 수출통합브랜드(K-fish) 인증도 받았다. 수출용이기에 냉동 제품이지만, 초저온 급속 냉동을 통해 해동 시 숙성 회와 비슷한 식감을 낼 수 있다. 최근 회사는 수출 100만달러(약 12억9740만원)를 달성했는데, 광어회 밀키트가 약 40%를 차지한다. 이 제품도 2022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일반식품 수산물가공(회) 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친환경 수산물에 대한 국제 인증인 ‘ASC 인증’을 받은 제품도 있다.
“수산물 가공업은 상당히 영세한 업체가 많이 모여 업계를 이루고 있다. 연 매출 300억원 정도의 회사가 상위 0.1% 안에 든다. 그런 만큼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은하수산이 국내 수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로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모토로 정해 선도 사례를 만들고자 ‘WWF-ASC 노르웨이 숙성 연어회’를 기획했다. 이 제품은 세계양식체계관리회(ASC)의 인증을 취득했고, 매출 1%를 세계자연기금(WWF)의 자연보전 활동에 기부한다.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보여주기식 활동에 그치지 않기 위해 제품 품질 제고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수율이 낮아지더라도 연어회에서 비린 맛을 낼 수 있는 회색 부분(혈합육)을 제거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제품도 2022 푸드앤푸드테크 대상에서 일반식품 수산물가공(회) 부문 베스트오브베스트에 선정됐다. 장기적으로 수산물을 기반으로 한 종합 식품 기업이 되는 게 은하수산의 목표다.”

Company Info

회사명 은하수산
대표 이현우
법인 설립 2000년
직원 수 220여 명
사업 영역 수산물 가공·유통업
매출 약 1400억원(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