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C 시에라 드날리. 사진 박진우 기자
GMC 시에라 드날리. 사진 박진우 기자

GMC는 제너럴모터스(GM)의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브랜드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쉐보레 브랜드의 픽업트럭이나 SUV와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나 대중 차를 추구하는 쉐보레와 달리 GMC는 고급 차를 지향한다. GM 한국 사업장이 올해 처음 선보이는 시에라 역시 정통 프리미엄 픽업트럭을 추구한다. 국내에서는 브랜드 첫 활동을 알리는 차이기도 하다.

과거 픽업트럭은 짐차로 인식돼 화물차 취급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캠핑, 서핑 등 레저 활동과 맞물려 새로운 제품군을 형성하고 있다. SUV 특성에 짐칸으로 실용성을 극대화한 장점이 분명해 픽업트럭은 어느덧 틈새시장에서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GMC 시에라는 1988년 1세대 판매를 시작했고, 이어 2018년에 5세대 완전 변경이 이뤄졌다. 국내에 판매되는 제품은 5세대 신형으로, 정통 아메리칸 풀사이즈 픽업을 지향한다. 본국 미국에서는 여러 트림을 구매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최고급형 ‘드날리’만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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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인천 석모도까지 약 70㎞를 올림픽대로와 김포한강로 등 도심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오가며 주행했다. 드날리는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장치를 갖췄다. 차체 크기는 풀사이즈 픽업답게 거대하다. 길이가 5890㎜로 6m에 육박한다. 너비는 2065㎜, 높이는 1950㎜다. 휠베이스(앞바퀴 차축과 뒷바퀴 차축 간의 거리)는 3745㎜, 무게는 2575㎏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픽업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과 비교해보면 시에라 크기가 얼마나 더 큰지 알 수 있다. 시에라는 렉스턴 스포츠 칸보다 길이는 485㎜ 길고, 너비는 115㎜ 넓으며, 높이는 95㎜ 크다. 두 차의 휠베이스 차이는 555㎜로, 보다 넉넉한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GMC 시에라 드날리의 실내와 적재함. 사진 박진우 기자
GMC 시에라 드날리의 실내와 적재함. 사진 박진우 기자

트레일러도 거뜬히 끄는 정통 아메리칸 픽업트럭

시에라는 거대하면서 동시에 화려하다. 대형 크롬 그릴이 번쩍번쩍, 존재감을 낸다. ‘C’ 모양의 주간 주행등은 어디서든 시에라임을 알게 하는 시그니처(특징적) 디자인이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화려한 전면에 비해 옆면은 다소 심심하다. 사람이 타는 탑승 부위와 짐을 싣는 적재함 구분이 뚜렷하다. 22인치 큰 타이어를 장착했는데, 몸집이 워낙 커 타이어가 작아 보인다. 실내는 승용차 같다. 큰 차답게 공간감이 뛰어나다. 특히 2열 다리 부위 공간은 1102㎜로, 앞좌석보다 여유롭다. 수납도 충실하다. 넓고 깊은 글로브 박스와 센터 콘솔(좌우 좌석 사이에 마련된 공간)을 마련해 뒀고, 뒷좌석 뒤쪽과 아래쪽에도 별도의 수납공간이 있다. 짐차로 보이지 않게 광택 소재와 나무 소재를 아낌없이 쓴 점도 눈길을 끈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디스플레이는 13.4인치로 시원한 느낌이다. 스티어링휠(운전대) 뒤쪽으로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네 가지 모드로 바뀐다. 앞창에 비추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15인치나 된다. 운전석에서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만 40.7인치에 달하는 셈이다. 고해상도 광각카메라로 뒤쪽 상황을 촬영해 운전자에게 표시해주는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는 최대 300% 향상된 후방 시야를 제공한다. 네 대의 카메라로 차 주변을 360° 볼 수 있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도 갖춰 운전자 편의성이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여러 짐을 싣는 화물차지만, 트레일러 등을 연결할 수도 있다. 차 무게보다 1t 이상 무거운 최대 3945㎏을 끌 수 있다고 한다. 트레일러 체결 구조를 손쉽게 한 점이 돋보인다. 적재함 문은 여섯 가지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데, 화물 크기나 길이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좋다. GM 독자 기술로, 향후 다른 브랜드 픽업트럭 등에도 채용될 예정이다.

시에라는 6.2L V8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장착했다. 배기량 6000㏄ 이상 차는 흔치 않지만, 이 차의 크기를 보면 납득이 된다. 최고 426마력을 내고 최대 토크는 63.6㎏f.m다. 여기에 10단 자동 변속기로 매끄러운 변속을 자랑한다. GM 독자 기술인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으로 연료 효율을 높였는데, 복합 기준으로 6.9㎞/L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우 큰 차인 데다 엔진 배기량을 고려하면 준수하다고 판단된다. 구동 방식은 네 바퀴 굴림(4WD)이다.

거대한 덩치에도 승용차 못지않은 승차감

기존 픽업트럭이 거친 주행 감각으로 대표된다면, 시에라는 고급 픽업트럭답게 승용차에 버금가는 느낌이다. 운전대는 적당한 무게감으로 큰 차를 움직이는 데 부담이 없었고, 가속 페달을 밟는 압력도 승용차 질감과 비슷하다. 고급 SUV와 비슷한 소음, 진동, 충격(NVH) 억제력을 보인다. 승차감이 부드러워 타고 있는 차가 픽업트럭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길고 육중한 차체를 보고 걱정이 됐지만, 저속은 물론 중고속에도 운전하는 데 어려움이 많지 않았다. 모든 속도 영역에서 날래면서도 안정적으로 차를 밀어낸다. 진득하게 달리고, 쫀쫀하게 돌아나간다. 다만 속도를 줄이는 일은 차체 크기와 무게 때문에 관성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차체가 높아 주행 시야는 탁 트인다. 도로 위의 어지간한 차는 시에라보다 작아, 내려다보면서 편하게 주행할 수 있다. 좌석은 단단하면서도 몸을 부드럽게 감싸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다.

다만 수입 과정에서 스마트폰 충전 기능이 빠졌다. GM 한국 사업장 측은 기능이 빠진 것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 요즘 차는 필수적으로 장착되는 선루프도 없다. 1억원 가까이하는 차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제품 특성상 도심 거주자보다는 도시의 외곽에 사는 사람에게 더 적합한 차다. 실제 계약 소비자는 수도권과 지방 비율이 반반 정도라고 한다. 큰 짐을 실을 일이 잦고, 아웃도어에 특화된 덕분에 절세 목적의 법인 비율이 높다. 가격은 9330만~9500만원이다.

시에라가 국내 비영업용 승용차라면 1년 자동차세는 13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픽업트럭은 국내에서 화물차로 분류돼 1년에 2만8000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또 차 가격의 3.5%를 부과 중인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도 면제된다. 취득세도 승용차(7%)보다 낮은 5%다. 다만 종합검사는 매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