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곰표 맥주’ 등 특이한 인기 상품들을 본다. 이러한 곰표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을 컨설팅한 송석민 씨의 글을 읽었다. 흥미롭게도 그는 곰표 컬래버레이션 성공 비결을 두고 무슨 대단한 목표와 전략에서 나온 게 아니라 ‘조직의 무관심’ 덕분이라고 했다.
B2B(기업 대 기업) 전통 밀가루 기업에서 B2C(기업 대 고객)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런데 사실 이 마케팅에 대해 그 회사 경영진은 아무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회사에 손실이 안 된다면 그냥 해보라는 정도였다고 한다. 마케팅팀과 컨설팅 회사가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작은 성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작은 성공들이 생기니 굳이 경영진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내버려 뒀다. 그랬더니 다양한 성공 사례가 나온 것이다.
흥미롭게도 경영진이 매우 관심을 가진다고 다 잘되는 게 아니다. 특히 기존 경영자들이 잘 모르는 신사업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의 경우 경영진의 과도한 관심과 체크, 어설픈 지시는 오히려 사업을 망친다.
아래(bottom)로부터의 자발적 성공 방식은 대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① 열정적인 몇몇 사람이 부담 없이 이것저것 실험해본다. ② 실패도 하지만 이것저것 하다가 될 만한 것을 찾아 작은 성공을 만든다. ③ 경험과 역량이 쌓인다. ④ 이를 기반으로 자원을 요청하고 투자를 받는다. ⑤ 성공적인 스케일업(scale-up·규모 확대)을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주인의식이 있고 열정적이며 실험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조직학자들은 대기업의 경우 리더의 ‘통솔 범위(span of control)’를 넓히라고 권고한다. 과거에는 리더가 감당할 수 있는 조직 규모를 최적화해 충분히 통제선상에 있게 하도록 권고했다. 그런데 왜 늘려도 된다는 것인가. 이 말은 리더 산하에 조직을 너무 적게 두면 리더들이 과도한 ‘마이크로 매니지(micro manage)’를 하게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시대, 리더가 너무 세세히 파악하고 통제하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 리더가 신경 쓸 것 외에는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이나 일정 규모 조직까지는 리더가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장악하는 게 낫다. 그러나 규모가 있는 조직은 리더가 좀 모르거나 대충 아는 영역도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가 필요한 곳은 좀 몰라도 된다.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 오히려 혁신에 도움이 된다.
리더가 많은 것을 구석구석 알고 하나하나 통제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잘 아는 것과 성장이나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별 관계가 없다. 평론가들이 선수들이나 코치보다 더 잘 알지만, 그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님과 같다. 리더는 자신이 할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 목표와 전략을 명확히 가시화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판만 잘 깔아줘도 조직은 턴어라운드(turnaround·호전)하거나 트랜스폼(transform·전환)할 수 있다.
다양한 작은 시도를 아래로부터 시도할 수 있는 문화가 있는 조직. 경영층이 이런 시도들에 적절히 무관심한 조직. 어쩌면 이런 조직이 불확실하고 예측이 어려운 시대에 더 성공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