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패션지와 소셜미디어 채널, 청담동 명품 거리까지 펜디의 ‘FF’ 로고가 물결쳤다. 펜디의 앰배서더 송혜교와 안유진이 펜디 SS23 의상을 입고 주요 패션지 화보와 커버에 등장했고, 펜디의 대형 광고가 올려졌다. 국내 최초 플래그십 부티크 오픈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며, 펜디의 오프닝 티저 릴레이는 블록버스터급으로 이어졌다. 펜디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킴 존스,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까지 모두 서울에 총출동했다. 펜디가 얼마나 파워풀한 영향력의 브랜드인지, 동시에 한국의 플래그십 부티크가 펜디에 얼마나 중요한 안테나숍인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현 케이노트 대표, 전 보그 코리아 패션 디렉터
그리고 2월 8일, 성벽처럼 둘러쌌던 건물의 가림막이 열리며 오랫동안 숨바꼭질을 했던 펜디 플래그십 부티크(flagship boutique·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대표 매장) ‘팔라초 펜디 서울(Palazzo Fendi Seoul)’의 파사드(façade·건물 정면의 외벽)가 드러났다. 브랜드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파사드는 스테인리스스틸 마감의 기하학적인 대각선과 건물 모서리 중앙 유리창은 고전적인 로마 패턴을 모던하게 재해석해 디자인됐다. 무엇보다 부티크 외관 자체를 거대 조명으로 만들어주는 16m 높이의 LED 아치가 압도적이다.
로마의 펜디 본사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Palazzo della Civiltà Italiana)를 연상시키는 펜디만의 시그니처 요소다. 또한 부티크 4개 층 외관 파사드의 메탈 컷에 맞춰 로마의 교회를 연상시키는 아라베스카토 발리(Arabescato Vagli), 파타고니아 블랙 & 화이트(Patagonia Black and White), 라이트 그린 및 카멜 컬러가 돋보이는 블루 로마(Blue Roma), 강렬한 크리스털 블루(Crystal Blue) 의 각기 다른 대리석을 배치시켜 펜디만의 건축적 예술품으로 완성했다. 럭셔리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의 파사드는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을 함축한 하나의 오트 쿠튀르(haute cuture·고급 맞춤복) 드레스와도 같다.
또한 부티크 안으로 들어서면 과거부터 오늘을 관통하여 미래를 향하는 패션 하우스의 아트 크래프트맨십과 전통에 대한 혁신적인 재해석, 브랜드의 윤리 정신을 오감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로베르토 시로니(Roberto Sironi)가 맞춤 제작한 브론즈와 브론즈 글라스 소재의 디스플레이 테이블과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페르난도 마스트란젤로(Fernano Mastrangelo)의 미러 아트워크 등 엄선된 컨템퍼러리 작품 큐레이션이 펼쳐지고, 테이블 위의 예술(Art de la Table) 컬렉션이 전시된 프리베(Privè)에선 펜디 카사의 가구 제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아트 갤러리와 같은 공간에 담긴 펜디의 혁신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도전과 실험 정신이다. 수자원, 에너지, 건축 자재 소비량 절감과 같은 목표를 달성해 2023년 안에 권위 있는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친환경 건축 평가 및 인증제도 중 하나)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CO2 및 VOC(Volatile Organic Compounds·휘발성 유기화합물) 센서를 설치하고 햇빛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이렇게 ‘팔라초 펜디 서울’은 브랜드의 가장 에센셜한 패션과 액세서리를 전시하는 공간을 뛰어넘어, 하우스의 철학과 관점의 프리즘을 거쳐 선별된 예술 작품, 라이프스타일, 혁신, 환경과 윤리 의식이 종합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팔라초 펜디 서울’의 오프닝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기념 파티로 이어졌다. 펜디의 앰배서더인 송혜교, 이민호, 김다미, 지코, 안유진을 포함해, 고소영, 박형식, 이수혁, 정일우, 김나영 등 수많은 셀러브리티가 참석해 화려한 페스티벌의 에너지가 최고조로 올랐다. 또한 가수 선미와 지코의 라이브 공연이 파티장을 콘서트홀로 뒤바꾸었다. 오프닝 파티를 가득 채운 에너지를 통해 느끼게 되는 건 1925년생 펜디의 세대를 초월하는 젊음이다. 100년에 가까운 시간에펜디는 실험 및 대담한 창의성의 아이콘이었다.
펜디는 4대째 여성들이 운영을 이어왔다. 1918년, 아델 카사그란데는 로마에서 가죽 제품을 파는 작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1925년, 에도아르도 펜디와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라 ‘펜디’로 상점 이름을 바꾸게 됐다. 상점 위층에 살면서 다섯 딸이 태어났고, 이후 파울라, 안나, 프랑카, 칼라, 알다 다섯 딸은 모두 가족 경영에 합류했다. 각 자매가 제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펜디의 사업을 확장해간 건 놀라운 일이다.
다섯 자매와 함께 패션 하우스 펜디의 성공에는 펜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54년간 활동한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있었다. 펜디 자매들은 하우스의 혁신을 위해 1965년 당시 떠오르는 스타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영입했다. 칼 라거펠트는 기존 의상들을 모던하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칼 라거펠트는 펜디의 시그니처 로고인 블랙 앤드 브라운의 더블 F(FF) 로고도 히트시켰다. 1972년 이탈리아의 국민 배우이며 글로벌 스타인 소피아 로렌이 FF 로고 백을 들고 펜디 제품을 높이 평가하며 가장 유명한 아이코닉 명품 로고의 하나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펜디 아카이브에서 역사적인 사건은 ‘잇백(it bag·꼭 가져야 하는 가방)’의 시대를 연 ‘바게트 백’과 ‘피카부 백’의 탄생이다. 현재도 악세서리 및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는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1997년 선보인 바게트 백은 프랑스인이 바게트를 사서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모습에 영감받아 디자인됐다. 1000개 이상의 버전으로 디자인됐고, 다양한 사이즈로 출시되어 토트백이나 탈부착 가능한 스트랩으로 크로스보디 백으로도 연출할 수 있으며 모두 리미티드 에디션의 가치를 지닌다. 2009년 처음 공개된 피카부 백은 현재 펜디의 대표 아이콘으로 꾸준하게 진화되어 왔다. 숨바꼭질 게임에서 영감 받아 피카부(Peekaboo)라 이름 지어졌고, 2020년엔 새로운 버전의 피카부 아이씨유(Peekaboo ISeeU)를 선보이며 전 세계 여성의 톱 위시리스트로 사랑받고 있다.
펜디는 2000년 LVMH 그룹에 인수된 후에도 4대째 딸들에 의한 경영을 이어가며 대담한 혁신으로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우스 전통에 뿌리를 깊게 내린 채 대담한 변화와 혁신의 가지를 무한하게 뻗어 나가는 힘이 펜디를 영원한 젊은 패션 하우스이게 하는 생명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