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순수본 대표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본아이에프 
마케팅팀 팀장, 본아이에프 온라인특판본부 본부장 사진 순수본
이진영 순수본 대표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본아이에프 마케팅팀 팀장, 본아이에프 온라인특판본부 본부장 사진 순수본

유동식 전문기업 순수본은 이유식 시장의 신흥 강자로 꼽힌다. 죽 전문점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의 자회사로 2017년 본격 사업을 시작해 현재 이유식 시장을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올라섰다. 2018년 약 5억원에 불과했던 이유식 매출은 지난해 100억원대로 늘었다.

순수본의 성장은 시장을 역행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2021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 26만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이유식 신(新)수요층이 연 26만 명에 그친다는 의미다. 2020년 27만 명과 비교해도 1만 명 줄었지만, 같은 기간 순수본의 매출은 25% 증가했다.

롯데제과 파스퇴르는 지난해 9월 시장 진출 4년 만에 이유식 사업을 접었다. 시장 1위 베베쿡조차 2020년 131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21년 113억원으로 주는 등 수익성 악화에 놓였다.

이진영 순수본 대표는 “줄어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고객 관점에서 봤다”면서 “엄마들이 먼저 찾는 이유식을 만들려고 한 노력이 통했다”고 말했다. 실제 2019년 이 대표 취임 당시만 해도 31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65억원, 2021년 8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본아이에프에서 마케팅팀장을 역임, 온라인특판본부 본부장을 맡았던 이 대표는 취임 2년 차인 2020년 흑자 전환도 이뤘다. 간편식 포함 전체 매출은 300억원이 됐다. “올해 새벽배송 확대는 물론 간편식 직접 생산까지 하기로 했다”는 이 대표를 서울 영등포구 순수본 본사에서 만났다.

순수본 이유식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일일 2회치 이유식을 기준으로 순수본 선택 시 한 달 내내 새로운 메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유식을 직접 만들다가 동일 메뉴의 반복, 제조의 번거로움을 경험한 끝에 결국 구매를 택하는 현실을 파고들었다. 2019년 228종이었던 메뉴를 현재 450여 종으로 늘렸다.

아이가 잘 먹는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이유식에 과일즙을 더하기도 했고, 엄마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소고기 함량을 늘렸다. 소고기는 무항생제 한우를, 쌀은 유기농을 쓴다. 이유식 영양 균형, 철분 함량까지 모두 따지는 엄마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 경쟁력이 됐다.”

비용 부담이 크지 않나.
“메뉴 확장을 결정할 때 가장 큰 고민이 비용 증가에 따른 적자 우려였다. 순수본은 본죽의 죽 제조 노하우를 담은 이유식 사업 확장을 목표로 2017년 공장부터 짓고 시장에 뛰어든 회사다. 2019년 대표를 맡았는데, 연속된 적자로 자본금마저 줄어든 상황이었다.

다만 소비자가 순수본 제품을 더 오래 소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선택한 메뉴 다양화는 반드시 해야 하는 선택이었다. 특히 월령을 세분화해 영아기 이유식에서 유아기 일반식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세분화하는 전략을 추진했는데, 메뉴를 늘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은 필요했다.”

2020년 순수본은 흑자로 전환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 공정 효율 개선 연구 및 지속 투자를 진행했다. 예컨대 이유식 시작 시기에 따라 달리 손질·제조되는 식재료 공정을 효율화하는 동시에 투입 비용 대비 효과를 일일이 계산하는 방식으로 제조 공장 내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유식 생산 공정 개선은 말하자면 고차 방정식을 푸는 일과 닮았다. 가령 오래 익혀야 하는 당근은 언제 손질해야 효율적인지, 감자의 투입 시기는 언제가 좋은지를 직원 한 명 한 명이 맡아 각 공정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작업을 했다. 나중엔 설거지 기기의 개수도 계산했다.

공정 효율화가 이뤄진 시기에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잘 먹는 이유식으로 입소문이 났다. 흑자는 결국 버는 돈이 많거나 쓰는 돈이 적어야 하는데 2020년 쓰는 돈은 줄었고 버는 돈은 늘어났다. 우리 이유식을 찾는 엄마들이 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도 자연히 자리했다.”

비용 부담이 큰 새벽배송도 하고 있다.
“이유식은 아이가 먹지만, 엄마들이 구매를 결정하는 구조다. 엄마들이 출근 전 이유식을 받아 내용물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해, 배송 대행 업체와 손잡고 이유식 새벽배송을 진행했다. 최근 고객 만족 제고,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배송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이유식에 이어 간편식 사업도 갖췄다.
“그동안 본죽이 쌓아온 건강 이미지를 활용하자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덕분에 간편식 제품군 자체가 죽 전문점 본죽의 메뉴를 활용한 간편죽과 매장에서 인기 많은 장조림 등으로 한정된다. 대신 단백질 함량을 높인 ‘헬시’, 신선한 맛을 내세운 간편 냉동죽 ‘프레시’ 등이 있다.”

간편식 부문 매출은 얼마나 되나.
“간편식은 2020년 모회사인 본아이에프에서 간편식 사업부를 양수하며 시작했다. 다만 순수본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자리 잡으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0년 150억원, 2021년 181억원으로 21% 증가했다. 지난해는 205억원으로 약 14% 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간편죽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나.
“CJ제일제당, 동원F&B 같은 식품 대기업이 이미 진출했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순수본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꾸준히 개척하고 있다. 가령 순수본 간편죽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용 ‘아프다고 굶지마요’를 기획, 월평균 8억원 매출을 내고 있다.”

‘느리게만든’ 간편식 브랜드도 새로 냈다.
“이유식 사업에서 소품종 대량 생산 대신 다품종 소량 생산을 택하는 등 우리만 할 수 있는 차별화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 ‘느리게만든’ 역시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다. 국·탕·찌개 등 일반적인 간편식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차별화한 간편식을 선보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실제 느리게만든은 시래기, 고구마순 등 사 먹기는 쉽지 않고, 그렇다고 직접 하자니 손이 많이 가 해먹기 어려운 음식들로 구성했다. 현재 ‘고등어 시래기 무조림’ ‘묵은지 고구마순 고등어찜’ ‘자박 고추장 돼지고기조림’ ‘돼지고기 된장 들깨시래기찜’ 등 4종을 갖췄다.”

공장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유식을 만드는 익산 1공장 유휴 부지에 간편식 생산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간편식 생산 2공장 건설안을 확정하고 전북 익산시와 ‘국가식품클러스터 공장 건설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인허가 신청도 마쳤다. 월 최대 간편식 700t을 생산할 계획이다.”

신공장에서는 느리게만든을 생산하게 되나.
“느리게만든보다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죽의 우선 생산을 예정했다. 유동식은 아이에게는 이유식이지만, 고령식·환자식으로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 이유식 시장은 줄고 있지만, 한국의 인구 구조상 고령식 시장은 순수본이 공략할 만한 새로운 시장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아울러 간편식 제조 역량을 갖추는 대로 소비자 대상 간편죽 판매를 기업 간 거래(B2B)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가령 병원 앞 약국에 간편죽을 공급하거나 아예 병원으로 대용량 제품을 납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등으로 간편죽 수출도 검토 중이다.”

순수본의 목표는 어떻게 세워져 있나.
“우선은 이유식 부문에서 업계 1위가 되는 게 목표다. 이후 경기도 수원과 제조 공장이 있는 전북 익산시, 인근 전주시 등에서 시험 운영하고 있는 직배송을 확장하고 배송 상품을 간편죽 등으로 넓혀 앞으로 3년 이내에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Company Info

회사명 순수본
대표 이진영
법인 설립 2017년
직원 수 271명
매출 300억원(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