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제대 기계공학, 전 SK스피드메이트·SK주유소 사업부 직영점 대표 사진 오토피디아
닥터차 플랫폼 운영사 ‘오토피디아’의 김병근 대표는 2000년 SK네트웍스에 촉탁직 사원으로 입사했다. 그 뒤로 20년 넘게 자동차 애프터마켓(자동차 부품·서비스 시장) 분야에 몸담아왔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 프랜차이즈 ‘스피드메이트’의 관리 책임자로 신차는 물론 중고차, 경정비, 렌터카 등 다양한 애프터마켓 경험을 쌓았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소비자와 만나며 정보 비대칭이 문제라고 느꼈다. 그는 “전국에 4만여 곳이 넘는 카센터가 있고, 정비 공장은 6000여 곳이 있다”면서 “자동차에 이상이 생기면 이런 정비소 중에서 하나를 골라 수리를 맡겨야 하는데, 보유 장비나 정비사 숙련도가 달라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투명한 자동차 정비 시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2015년 정비소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창업과 함께 곧바로 문제에 봉착했다. 사업 구상을 실제로 옮기려면 정비 기능·분야·형식·장비 보유·형태 등의 온갖 정보를 모은 자료가 필요한데, 그 자료가 없었던 탓이다.
그는 직접 정비소 4만 곳 이상을 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했다. 네이버 카페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참고하기도 했고, 기술교육, 부품 제작 업체를 찾아가 보기도 했다. 4년간에 걸친 노력 끝에 그는 전국에 단 하나뿐인 자동차 수리 분야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김 대표는 이후 카이스트 출신 공동 창업자 4인(조재영·김보성·김승수·황반석)과 만나 ‘닥터차’라는 자동차 관리 플랫폼을 선보였다. 2021년 정식 출시한 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35만 건을 넘는다. 삼성화재와 한국타이어와 협력으로 사업 영역도 넓혀가는 중이다. 김 대표를 서울 성수동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닥터차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문제가 생긴 자동차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용자가 올려주면 앱에 연결된 전문가가 솔루션을 제시한다. 사고 차 수리 등 긴급 대응이 필요한 사안은 1 대 1 상담으로, 일반적인 고장은 전문가 커뮤니티를 활용한다. 전문가는 20년 넘게 현장에서 실제 자동차 정비를 해 온 분들이다. 이용자가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어떤 부분이 문제고, 수리비는 얼마인지를 알려준다. 문제 부위가 판명되면 이용자 주변을 중심으로 가장 잘 수리하는 업체를 추천한다. 자동차 엔진 밸브 문제면 이 부위를 가장 잘 고치는 정비소를 안내하는 것이다. 오토피디아는 각 업체의 기능·분야·형식, 보유한 장비, 라이선싱 형태 등을 취합해 지역별로 50여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 이 정보에 기반해 정비소를 추천한다.”
최적의 정비 업체 추천이 왜 중요한가.
“운전자는 어떤 정비소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모른다. 문제 상황별, 부위별로 잘 고치는 정비소에 가야 잘 고칠 수 있다. 기술적 난도가 낮은 고장인데도 실력이 없다면 정비소는 과잉 정비를 할 가능성이 있다. 폴크스바겐 차를 소유한 한 이용자는 정비소를 찾았다가 견적이 1000만원이 나와 놀랐다고 한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닥터차를 통해 업체 추천을 받았는데, 같은 정비를 300만원에 해결했다. 우리가 연결한 정비소는 폴크스바겐 차를 전문적으로 수리한 경험이 많아 저렴한 가격에 수리할 수 있었다.”
차 정비를 잘 모르는 운전자 입장에선 많은 도움이 되겠다.
“차 사고로 범퍼 등 교체 비용을 확인하려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30분에서 1시간 이상 걸린다. 그러나 닥터차는 수리 비용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가 이용자와 대화하며 클릭 몇 번만으로 빠르게 예상 견적을 낸다.”
이용자 반응은 어떤가.
“상황에 맞는 정비소를 빠르게 안내받을 수 있어 좋다는 평가가 많다. 다른 서비스는 정비소를 소비자가 직접 찾아야 하는데, 닥터차는 맞춤형 해결 방법을 먼저 제시해 편리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앱 다운로드 건수가 35만 건 정도다. 평균 월 활성이용자(MAU)는 25만 명으로, 가입자와 MAU 모두 2021년과 비교해 10배 이상 늘었다.”
오토피디아의 수익 구조는.
“오토피디아는 닥터차 이용자나 정비소에 수수료를 매기지 않는다. 대신 자동차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정비 업체에 팔아 수익을 낸다. 수리가 필요한 차의 부품을 함께 정비소로 보내는 방식이다. 부품은 시장가로 제공한다. 정비소는 손님도 받고, 필요 부품을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돼 편하다. 부품 유통으로 얻는 수입이 전체 80% 이상이다.”
매출 규모는 어떻게 되나.
“연간 매출은 2021년 24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으로 4배쯤 수직 상승했다. 올 상반기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 수도 늘었다. 오토피디아 창업 당시 전 직원은 카이스트 출신 공동 창업자 4명, 추후 합류한 김상연 전략총괄(CSO)을 포함해 6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0여 명으로 늘었다. 투자 유치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1년 6월 시드 투자로 7억원을 유치했다. 같은 해 12월에 프리 A단계 투자금 30억원을 더 받았다. 올해는 3월 초에 시리즈 A단계 투자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카이스트 출신 공동 창업자는 어떻게 만났나.
“2018년 정부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가 면접 장소에서 우연히 만났다. 한국과학영재학교 동기인 4명은 카이스트에 진학한 후 자동차 정비업에 관련한 벤처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교내 창업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개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현장의 상황은 깊이 알지 못했다.
면접 때 만난 인연으로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2018년 조인트벤처(JV) 형식으로 카이스트 교내 창업대회에 참여했고, 우수상을 탔다. 이를 계기로 2020년에 완전히 합병했다. 현재 내가 대표를 맡고 있고, 공동 창업자 4명은 회사에서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다른 기업과 협업도 진행한다고.
“오토피디아의 정비 업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근 대기업과 협업해 수익을 내고 있다. 손해사정 업무를 처리하는 삼성화재와 협업이 대표적이다. 삼성화재는 서비스 보증 기간이 끝난 차의 수리비를 보장하는 보험을 팔고 있다. 수입차를 겨냥한 상품이다.
수입차는 사고나 고장이 나면 정비소 찾기가 어렵다. 차종이 다양하고, 운전자 성향도 모두 달라서다. 삼성화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와 만났다. 오토피디아가 가진 정비 정보 인프라를 높이 샀다.
닥터차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타이어 마모도 확인 서비스 ‘닥터트레드’는 한국타이어의 ‘티스테이션닷컴’에 들어가 있다.”
‘닥터트레드’는 어떤 서비스인가.
“타이어 마모 정도를 신경 쓰지 않고, 4~5년 쓰다가 타이어를 바꾸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닥터트레드를 사용하면 얼마나 타이어가 닳았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사진 한 장을 닥터차 앱에 올리면 마모한계선을 인식해 교체 여부를 판단한다. 또 얼마나 더 주행할 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다수의 국내외 기업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은 사고 차의 부품 유통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외연을 확장하려고 한다. 이용자가 올리는 여러 장의 사진을 전문가가 보고 판단해 정비소를 추천하던 시스템도 바꿔보려고 한다. 사진 한 장만으로도 문제를 파악하고 비용도 내는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프로토타입이 개발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명 오토피디아
대표 김병근
법인 설립 2019년 6월
직원 수 54명
사업 영역 자동차 수리·부품 유통업
매출 약 100억원(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