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라브4 PHEV. 사진 고성민 기자
도요타 라브4 PHEV. 사진 고성민 기자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브4(RAV4)는 1994년 생산을 시작해 2020년 글로벌 판매 1000만 대를 돌파한 대표 인기 장수 모델이다. 북미에선 2016~2022년 7년 연속 최다 판매 SUV로 기록되기도 했다. 대중의 구미를 당길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도요타가 2월 21일 국내에 라브4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출시했다. 그간 일반 하이브리드만 판매했는데, 외부 충전이 가능해 전기차 성향이 짙은 PHEV를 선택지에 추가했다. 실제 라브4 PHEV를 몰아보니 전기차와 기름차의 장점을 쏙 빼 온 모습이 돋보였다.

도요타 라브4 PHEV. 사진 고성민 기자
도요타 라브4 PHEV. 사진 고성민 기자

후방 시야 넓어 초보자도 편리

라브4 PHEV는 길이 4600㎜, 너비 1855㎜, 높이 1690㎜다. 현대차 투싼, 기아 스포티지와 비슷하다. 좁은 골목길을 쉽게 통과하며, 가족용 차로 쓰기에도 큰 무리 없는 대중적인 몸집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사이드미러가 크고 전방 시야와 백미러로 보는 후방 시야가 두루 넓어 초보자도 운전하기 쉽다.

디자인은 기존 라브4 하이브리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개의 팔각형이 교차하는 형태인 ‘크로스 옥타곤(Cross Octagon)’을 콘셉트로 잡았다. 전반적으로 선이 굵고 진해 남성적인 인상이다. 헤드램프는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대각선 위쪽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다. 전면 범퍼 아래쪽에 있는 공기흡입구가 좌우로 넓어 차가 제원보다 사뭇 커 보인다.

라브4 PHEV는 2.5L 4기통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한다. 전기모터는 전륜과 후륜에 각각 하나씩 있다. 시스템 합산 최고 출력 306마력, 최대 토크 27.5㎏의 성능을 발휘한다. 무단변속기(e-CVT)를 장착했다.

PHEV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엔진 개입 없이 전기모터로만 움직이는 ‘EV 모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브4 PHEV는 18.1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복합 기준 최대 63㎞까지 오직 전기로만 주행한다. 

국내 판매 중인 PHEV와 비교하면, 순수 전기 주행으로 볼보 XC60 PHEV는 57㎞, BMW X5 PHEV는 54㎞, 지프 그랜드체로키 4xe는 33㎞, 메르세데스-벤츠 GLE350e는 66㎞를 달리는데, 라브4 PHEV는 우수한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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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함 없는 가속

전기 모드일 때 라브4 PHEV는 토크가 강력하고, 실내가 조용한 전기차의 색깔이 뚜렷하다. 시승 구간은 2인 1조로 목적지에 도착한 뒤 운전자를 교대하는 방식으로, 운전석에 앉아 시트와 사이드미러 위치를 조정한 뒤 무의식적으로 시동 버튼을 눌렀다. 먼저 몰아본 동료 기자가 기어를 P(주차)에 뒀는데, 미세한 떨림이나 소음도 없어 시동이 꺼져 있다고 착각한 탓이다. 주행할 때도 소음이 거의 없으며, 제원상 최대 토크가 낮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출발부터 최대 토크를 뿜는 전기모터의 특징으로 가속에 답답함이 없다. 전기 모드 기준 최고 속도는 시속 135㎞여서 웬만한 도심 주행에서 부족함이 없다.

전기 모드에서 회생제동(감속 시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은 일부러 가속 페달을 순간 깊숙이 밟았다 떼며 거칠게 몰아붙일 때를 제외하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충전구는 완속 충전용 AC 단상이 적용돼 있으며 32A(6.6㎾) 완속 충전기 사용 시 완충까지 약 2시간 37분이 걸린다. 차주가 아니면 충전 플러그를 뺄 수 없도록 ‘충전 커넥터 록’ 기능을 장착했다.

전기모터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HV 모드(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하면 차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전기 모드에서의 주행력은 부족하지 않지만 넘치지도 않는 평범한 모습인데, 일반 하이브리드 모드로 놓고 주행하면 306마력의 힘이 가속 페달에서부터 느껴진다. 일반 라브4 하이브리드(최고 출력 222마력)를 시승했을 땐 차가 무겁다는 느낌이 종종 들었는데, 라브4 PHEV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꽤 짜릿하다. 배터리를 탑재한 영향으로 공차 중량이 1930㎏에 달하지만 도로에서 종종 차가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급가속할 때 들리는 엔진음은 세탁기처럼 둔탁해 달리는 즐거움을 낮춘다. HV 모드 주행에서의 연비는 복합 기준 15.6㎞/로 준수하다.

주행 모드 자주 변경 불편함 없애

라브4 PHEV는 EV 모드로 주행하다가 엔진 출력이 필요할 경우 엔진의 힘을 함께 사용하는 ‘오토 EV/HV 모드’를 지원한다. 주행 모드를 자주 변경하는 불편함을 없애는 기능이다.

라브4 PHEV는 E-Four(사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해, 전륜과 후륜에 각각 100 대 0에서 20 대 80까지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배분한다. 곡선 구간 차체 안정성을 높이는 기능이다. 또 오프로드 험로 탈출을 돕는 트레일 모드를 주행 모드로 선택할 수 있다. 실내는 중앙 디스플레이 크기가 8인치에 불과하다는 점이 아쉽다. 

LG유플러스의 통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플랫폼 ‘U+드라이브’에 기반한 ‘도요타 커넥트’는 다소 촌스럽다. 애플 카플레이는 무선으로 쓸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 오토는 유선 연결만 가능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운전대를 비롯해 계기판과 기어노브(운전대) 주변 디자인도 신차치고는 좀 구식이다. 물리적 버튼은 직관적인 장점이 있어 운전하며 조작하기엔 편하다.

긴급 제동 보조 기능 강화 

라브4 PHEV는 진일보한 도요타 세이프티 센스(TSS·Toyota Safety Sense) 기능을 탑재했다. 기존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에 교차로 긴급 제동 보조와 맞은편 차량 긴급 제동 보조 등 두 가지 기능을 추가 적용했다. 교차로 긴급 제동 보조는 주간 좌·우회전 시 차량 또는 보행자의 존재를 인식해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시청각으로 알림을 준다. 시스템이 충돌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면 제동을 보조한다. 맞은편 차량 긴급 제동은 주간 주행 중 경로 내 맞은편 차량이 접근해 충돌이 예상되면 브레이크가 스스로 개입해 제동을 보조한다.

라브4 PHEV는 국내 도요타 모델 중 처음으로 ‘주차 보조 브레이크’를 적용했다. 주차 중 주변 차량 및 장애물을 감지하고, 충돌 감지 시 제동을 지원한다. 

라브4 PHEV는 단일 트림으로 가격은 557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