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인구는 줄어드는 추세다. 그런데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사진 셔터스톡
서울 시내 인구는 줄어드는 추세다. 그런데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사진 셔터스톡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서울의 인구는 942만8372명이다. 2023년 1월 서울 인구수는 942만4873명으로, 전월 인구 대비 3499명이 감소했다. 해당 통계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현황을 기초로 한 것이다. 주민등록지와 실제 거주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음을 감안해야겠지만 어쨌든 서울의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
사업부 부동산팀장
2006년 제43회 세무사,
‘아파트 한 채부터 
시작하는 부동산 절세’ 저자
우병탁 신한은행 WM 사업부 부동산팀장
2006년 제43회 세무사, ‘아파트 한 채부터 시작하는 부동산 절세’ 저자

해방 직후 서울 인구 꾸준히 증가…강남 개발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직후 서울의 인구는 약 90만 명이었다. 해방 이후 정치적 혼란기 에 서울 행정에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인구는 4년 만에 143만 명으로 53만 명이 증가했다. 이 시기에 경기도 고양군 숭인면, 은평면과 시흥군 동면이 서울로 편입돼 서울 면적이 기존보다 두 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면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심각한 주택 부족 현상을 겪었다. 숭인면은 오늘날 성북동, 신설동, 안암동, 종암동, 미아리, 돈암동과 전농·회기·휘경·석관·월곡동 등이고 은평은 오늘날의 은평구 일원이고 시흥군 동면은 구로 지역이다. 이후 1950년 6·25전쟁으로 서울은 주택과 주요 시설이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는데 이때 서울 주택 19만1260가구 중 약 18%가 파괴됐다. 이후 전재 복구작업이 이어지고 1955년부터 1960년까지 매년 약 20만 명씩 인구가 증가했고, 1960년부터 1970년까지는 매년 30만 명씩 인구가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1980년에는 이미 서울의 인구가 836만 명에 달했다.

인구의 이와 같은 증가 과정에서 강남 지역의 개발이 진행됐다. 1963년 영동지구가 서울로 편입됐다. 영동지구는 기존 한강 이남의 시가지인 영등포의 동쪽에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로 광주군 언주면과 대왕면이었던 곳이다. 1960년대 후반 영동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시작된 강남 개발은 1970년대 초 잠실지구까지 확장돼 그때까지 ‘서울’이었던 강북의 인구를 한강 이남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계획으로 진행됐다. 영동1지구와 2지구의 면적을 합해 2580만㎡(약 780만 평)으로 서울이 대폭 확대됐고, 주택을 포함해 그야말로 신시가지가 조성됐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서울의 인구는 계속 늘어났고 이로 인해 주택은 계속 부족했다.

서울 인구 1992년 정점 후 1000만 명 밑으로

계속 증가하던 서울의 인구는 1988년 1000만 명을 돌파하여 상당 기간 1000만 명 이상을 유지했으나 2020년 말에는 1000만 명 아래로 감소했다. 정점은 1992년으로 1097만 명이었고, 내국인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이미 2016년에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여전히 서울에 양질의 주택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인구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주거지 이동은 출생과 사망 등 자연 감소와 그 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한 것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역시 주거비, 집값 부담 때문으로 추측된다.

한편 서울의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과 대비해 경기도의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92년 약 660만 명이던 경기도의 인구는 연간 30만~40만 명씩 증가해 2003년에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1월 현재 경기도의 인구는 약 1360만 명이다. 과거 서울의 인구 증가와 비교될 만큼 증가세가 가파르다. 서울 인구 분산을 위한 신도시 개발이 대규모로 이어졌고 초기 신도시 개발과 달리 2기와 3기 신도시 개발에서는 주택 보급 외에 산업과 일자리 등 자족 기능을 고려한 개발이 같이 이뤄지면서 이동이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2기 신도시 이후 일자리와 자족 기능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자리의 서울 집중 현상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의 인구 감소와 대비해 서울 외의 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 및 등교하는 인원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01년 12월 수도권 신도시 등 지역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인원이 처음으로 하루 10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간이 지나 2012년에는 경기와 인천 지역에서 서울로 출근·통학하는 인구가 142만4000명에 달했고, 2017년에는 146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즉 주거지는 점점 서울에서 서울 외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근무지(학교 포함)는 여전히 서울로의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보다 주택 부족한 서울

전국 주택 수는 2021년 말 기준으로 약 2191만7200가구다. 이 중 경기도가 521만8000가구, 서울이 381만2000가구다. 인구 대비로 주택 수를 살펴보면 경기도는 38.4%, 서울은 40.44%다. 다만 주택을 수요하는 것은 각 1인이 아니라 가구 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구 수 대비로 주택 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 가구 수는 경기도가 약 590만8000가구, 서울이 약 445만 가구다. 가구 수 대비 주택 수 비율로는 경기도가 약 88.3%, 서울이 약 85.66%다. 1인 또는 1가구가 2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는 경우와 해당 지역 외 거주자가 소유한 경우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서울의 주택이 좀 더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1966년 동아일보 연재소설이었던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에서 봤던 현상은 현재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편 주택 수의 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사실 가격이다. 서울에서 경기로 주거 인구가 이동한 것의 배경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왜 서울의 주민등록 인구는 줄고 있는데 서울로의 출퇴근 인구는 늘고 있는가. 서울보다 경기도가 더 살기 좋은 도시이기 때문인가. 2023년 2월 3일 머니투데이와 성신여대 데이터사이언스센터 등이 조사한 ‘2022 사회안전지수-살기 좋은 지역’ 순위를 보면 일부 그렇다고 볼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경기도 과천시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4위 성남시부터 10위 수원시까지 경기도내 도시 7곳이 상위 10위에 올랐다. 서울은 2위 서초구를 제외하면 10위권에 오른 자치구가 없었다. 물론 50위권에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16곳이 포함되었다. 과천시의 경우 경제활동 평가의 점수가 높았고 안전지수는 용산과 강남, 울산 남구가 1~3위였다. 해당 지역 주민 체감도가 같이 반영된 것으로 주관적 지표의 영향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서울 인구 감소 이유는 높은 주택 가격 

그런데 정작 핵심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2022년 9월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가격은 약 10억4400만원이다(밸류쇼핑 전수조사 발표). KB부동산 2022년 8월 통계로는 10억9160만원이며 한국부동산원 통계로는 2022년 7월 기준 9억6200만원이다. 한국부동산원의 같은 통계에서 경기도는 5억 3700만원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서울 인구 감소의 핵심적인 원인은 결국 가격이다. 주거 환경과 거주민 심리 요소가 반영된 ‘살기 좋은 지역’ 순위에도 여전히 절대적으로 높은 서울의 주택(아파트) 가격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가격을 중심으로 볼 때 판단을 잘못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KB통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2022년 12월 10억3833만원으로 고점에서 상당히 하락했고 2023년 1월에는 10억1333만원으로 더 떨어졌다. 즉 서울 집값은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 (주택 가격을 반영했을 때) 언젠가 서울은 더 살기 좋지 않은 도시가 되고 경기도는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될까. 현재 많은 사람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무주택이거나 서울 외 지역의 주택 소유자들은 서울의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고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울 주택값 하락 걱정하는 이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전반적으로 주택(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된다면 정말 걱정해야 하는 것이 서울의 집값 하락일까. 서울의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면 이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은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경기도 또는 지방에 집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서울의 인구는 줄고 있지만 줄어든 서울의 인구는 대부분 서울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서울의 집값이 떨어지면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의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아파트의 중위 가격은 2023년 1월 현재 5억750만원이다. 2022년 12월 5억2417만원보다 1667만원이 떨어졌다.

사회적으로, 정책적으로 서울의 인구와 자본, 일자리의 집중은 분산돼야 하고 상대적으로 수도권 또는 지방을 더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여전히 있다. 그러나 이는 정책 입안자들의 고민 사항이다. 사회적 가치 판단의 문제를 떠나 개인과 가계의 입장에서는 서울의 집값이 떨어지면 걱정해야 하는 것은 서울(유주택자)이 아니라 서울 외 지역(무주택자와 서울 외 지역 유주택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