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레이턴 아카마이 공동 창업자 겸 회장
프린스턴대 전기공학 석사, MIT 수학 박사, 
전 MIT 응용수학과 교수 사진 아카마이
톰 레이턴 아카마이 공동 창업자 겸 회장
프린스턴대 전기공학 석사, MIT 수학 박사, 전 MIT 응용수학과 교수 사진 아카마이

“올해부터 클라우드 시장에 신규 진출한다. 기존 사업인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와 보안 부문에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게 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세계 1위 CDN 업체인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이하 아카마이) 공동 창업자인 톰 레이턴(Tom Leighton)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3월 3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CDN은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사용자의 PC나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분산된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해 전달하는 기술이다. 아카마이는 콘텐츠 제공 업체와 콘텐츠 이용자 중간에 임시 서버를 만들고 여기에 미리 저장한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보내주는 방식으로 데이터 끊김 현상을 방지한다. 디즈니 플러스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도 아카마이의 CDN을 이용하고 있다. 전 세계 134개국에 진출한 아마카이의 글로벌 CDN 시장 점유율은 약 56%로 세계 1위다. 

아카마이는 보안 분야에서도 글로벌 강자다. 지난해 아카마이 매출(36억2000만달러·약 4조6951억원)의 약 48%가 보안 사업에서 발생했다. CDN 서비스가 해킹되면 이를 이용한 콘텐츠 제공 회사의 콘텐츠를 제공받는 수많은 고객의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아카마이는 지난 10년간 보안 시스템 강화에 주력해왔다. 2021년에는 이스라엘 보안 업체 가디코어를 6억달러(약 7782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아카마이는 CDN과 보안 시장에서 쌓아 올린 경쟁력을 토대로 지난 2월 ‘아카마이 커넥티드 클라우드’를 출시, 클라우드 사업 신규 진출을 선언했다. 앞으로 북미, 아시아·태평양(APAC), 라틴아메리카 및 유럽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레이턴 회장은 “올해 안에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한국은 아주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카마이는 세계 1위 CDN 업체다. 어떤 강점이 있나.
“아카마이는 전 세계 4000개 로케이션(location)에 최대 규모의 분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는 엔드 유저(구축된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용자)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데이터 병목현상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콘텐츠 전송은 사용자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데이터 처리가 원활해지기 때문에 화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1초당 250Tb(테라비트)의 콘텐츠 데이터를 전송한다. 그 어떤 기업도 이에 근접한 속도를 낼 수 없다. 또한 어떤 특정 네트워크에서 트래픽이 너무 많이 발생하면 아카마이가 라우팅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상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리버퍼링 속도(rebuffering rate)를 낮추고 신호 불안정성(jitter)도 줄일 수 있어 사용자의 콘텐츠 시청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비용 경쟁력은 어떤가.
“네트워크 업체들로부터 콜로케이션(collocation)이나 전력 관련된 비용을 아주 저렴하게 제공받거나 비용이 무상인 경우도 있다. 아카마이는 전 세계적으로 1400개 네트워크 업체와 같이 일하고 있고, 네트워크 업체들이 아카마이의 분산 서버를 서로 구축하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CD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대부분의 대형 미디어 회사가 아카마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고객사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역량을 기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탁월한 퍼포먼스와 투명하고 합리적인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이미 전 세계 4000곳의 로케이션에서 엣지(edge) 컴퓨팅(중앙 집중 서버가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다르게 분산된 소형 서버를 통해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여기에 클라우드를 접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아카마이 커넥티드 클라우드’를 출시한 배경이다.”

클라우드 사업에 거는 기대가 있을 것 같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가속화로 앞으로 클라우드 사업 성장 기회가 많을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이 점차 확산 중이고, 커넥티드 차량 시대도 열리고 있다. 컴퓨터 수요도 늘고 있다. 이제는 데이터 프로세싱을 사용자와 디바이스 가까이에서 해야 한다. 그래야 탁월한 퍼포먼스를 제공할 수 있다. 클라우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 사업 관련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
“우선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5년이나 10년 안에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시장 점유율은 ‘몇(한 자릿수)’ 퍼센트 정도다. ‘몇’ 퍼센트가 사실 큰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간 클라우드 전체 시장 규모가 수천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금액으로 본다면 몇 퍼센트는 상당히 큰 수치다. 우선은 기존 CDN을 통해 아카마이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고객사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아카마이의 클라우드 사업 경쟁력은 주로 어디에서 나오나.
“우선, 가격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아카마이는 대규모 분산 플랫폼을 이미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타사 대비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을 더욱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둔화로 클라우드 비용 부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있다. 우리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고 기업들의 (클라우드 관련) 총운영 비용(TCO⋅Total Cost of Operations)도 많이 낮출 수 있다. 

또 다른 강점으로는 보안 능력이다. 아카마이는 이미 많은 고객사의 콘텐츠 전송을 담당하고 있고 이에 대한 확고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감한 데이터들은 분산된 에지 서버로 보낼 수 있다. 우리는 CDN과 보안, 클라우드를 모두 제공할 수 있어 이들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경우 가격적인 부분에서 고객사에 줄 수 있는 혜택이 크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향후 자사 클라우드 애저(Azure)에도 오픈AI의 채팅형 AI(인공지능) 챗GPT 기능을 연계시키겠다고 했다. 아카마이의 AI 전략은.
“AI는 아카마이의 기존 서비스에서도 이미 많이 활용하고 있다. 주로 비정상적인 행동을 감지할 때 활용한다. 은행 고객사의 경우를 예로 들면, 어떤 사용자가 로그인 정보로 은행 계좌에 접속하려고 할 때 이 사용자가 원래 은행 계좌 주인인지 아니면 범죄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보안 측면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컴퓨팅 플랫폼상에서도 AI 워크로드(작업량) 관리를 지원할 수 있다. 클라우드 플랫폼상에서 IaaS(서비스형 인프라 스트럭처) 형태로 데이터베이스나 워크로드 관리를 지원할 생각이다.”

교수에서 사업가로 변신에 성공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생각을 한 후 창업에 나서길 조언한다. 내가 아카마이를 창업한 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Company Info

회사명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
설립 연도 1998년
창업자 톰 레이턴(Tom Leighton), 대니 르윈(Danny Lewin)
매출 36억2000만달러(2022년)
시가총액 117억달러(3월 6일 기준)
진출 국가 134개국
직원 수 9200여 명

Pus Point

MIT 응용수학과 교수 ‘톰 레이턴’
세계 1위 CDN 업체 창업자로 변신

1990년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였던 팀 버너스 리(Timothy John Berners Lee)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인터넷 병목(웹 체증) 현상이 나타날 것을 염려해 MIT 동료 교수들에게 인터넷 효율성을 높일 방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버너스 리 박사와 같은 층 사무실을 사용했던 톰 레이턴 MIT 응용수학과 교수는 이 문제에 흥미를 느껴 웹 체증 현상을 해결하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찾기 위해 연구팀을 만들었다. 이때가 1995년이었다. 테크니온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수학 석사학위를 받은 대니 르윈(Danny Lewin)이 1996년 레이턴 교수 연구팀에 합류하면서 연구에 속도가 붙었다. 이후 레이턴 교수와 르윈이 분산 서버 네트워크에서 콘텐츠를 라우팅하고 복제하는 데 필요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알고리즘을 토대로 레이턴 교수와 르윈은 1998년 아카마이를 공동 창업했다. 1999년 CDN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아카마이는 당시 세계 최대 접속량을 기록하는 웹 사이트 중 하나였던 야후(Yahoo)에 CDN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다지게 됐다. 나스닥 상장사인 아카마이의 시가총액(3월 6일·현지시각 기준)은 117억달러(약 15조1749억원)에 달한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