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서 소독과 멸균은 필수다. 감염 예방을 위해 수술 전 손을 씻고, 멸균한 도구를 준비한다. 지금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감염 예방의 역사는 불과 200년이 안 된다. 19세기 헝가리 출신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1849년 병원에서 ‘손 씻기’를 강조하다 쫓겨났다. 그의 주장은 1880년대에 이르러서야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생화학자 루이 파스퇴르와 독일의 미생물학자 로베르트 코흐의 세균 감염 연구 진전으로 인정받았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르는 감염병 확산은 소독과 멸균의 중요성을 재확인해주고 있다. 병원 같은 의료기관은 물론, 연구소, 식품 생산 현장까지 소독기와 멸균기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박수진 오티아이코리아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기술과 인식 발달에 따라 친환경적인 소독과 멸균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18년 부산에서 종합 소독·멸균 솔루션을 제공하는 의료기기 업체 오티아이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인근인 경남 김해시에 연구소를 개소했다. 의생명·의료기기 특구로 지정된 김해시에서 제품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제품 판로 개척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 결과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이산화염소 가스를 활용한 멸균기의 2등급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이산화염소 가스를 활용한 멸균기로 식약처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은 곳은 오티아이코리아가 처음이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말하는 최초의 의료기기는 해외 의료기기를 복제해 제조한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우리 제품은 국내 기술로 만들어 낸 세계 최초 제품”이라며 “국내 기술이 세계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오티아이코리아는 올해부터 이산화염소를 활용한 멸균기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미 의료기관은 물론, 의료기기 제조사로부터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으로 잡았다. 앞으로 미국, 유럽 등으로 사업 확대도 계획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티아이코리아는 어떤 회사인가.
“친환경 소독·멸균제인 이산화염소를 사용해 감염성 미생물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의료, 제약, 농축산 등 다양한 산업에 살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창업 계기는.
“대학, 실험실에서 세포 치료제 관련 업무로 감염 방지의 중요성을 가까이서 경험했다. 더 간단하고 안전하며 효과적인 감염 방지 방법을 개발·제시하고 싶었다. 그중 기술과 인식의 발달에 따라 요구되는 보다 손상이 적고 친환경적인 소독·멸균 방법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원래 창업에 관심이 많았나.
“어렸을 적 부친이 운영하는 사업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창업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 진학 후 어학을 전공하다가 바이오메디컬학과로 전공을 바꿨다. 이후 관련 지식을 쌓았는데, 특히 바이러스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회사는 부산, 연구소는 경남 김해에 있다. 지방에서 창업한 이유는.
“부산은 세계적인 항만이 있어 지리적으로 유리하다. 우리 회사 기술이 세계 최초인 만큼 지리적 요건을 고려해 부산에서 창업했다. 연구소는 김해에 있는데, 더 빠르고 안정적인 제품 개발과 주 타깃인 의료기관에 대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입주한 김해의생명센터는 의생명·의료기기 특구로 지정돼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2021년 식약처로부터 2등급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내의 경우 2등급 의료기기는 인증 대상 제품이다. 우리 제품은 해외의 의료기기를 복제해 제조한 의료기기와 달리 국내 기술로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제품이기에 기술과 성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관인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았다. 이는 국내 기술이 세계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발 과정에서 규제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
“이산화염소 가스를 이용한 의료용 멸균기는 세상에 없던 제품이다. 의료기기 인증을 위한 심사 기반이 없었다.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유관 기관과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길어 인증까지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요됐다.”
품목허가 이후 매출이 발생하는 것인가.
“품목허가 이후 각종 언론과 전시회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았다. 그러나 제품 개선에 약 1년간의 시간이 더 소요됐고, 올해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하려 한다. 의료기관 외 의료기기 제조사 등으로부터도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 특히 내시경을 이용하는 의료기관을 주 타깃으로 해,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자 한다.”
회사가 보유한 멸균기의 핵심 기술은.
“단연 이산화염소 가스의 발생과 농도 조절이다. 이산화염소는 불안정한 특성으로 인해 기체 상태로 보존·보관이 불가능해 사용할 때 산과 반응시키거나 전기분해를 해야 하기에 장비가 크고 위험을 동반한다. 오티아이코리아는 광화학반응으로 이산화염소 가스 발생과 농도를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전한 사용과 다양한 사용자 요구에 맞춘 방법을 제시한다.”
미국에선 이미 산업용으로 허가받은 제품이 있다. 의료용은 왜 개발이 안 됐나.
“1811년 발견된 이산화염소가 제균제로 본격 사용되기 시작된 것은 2001년 미국 9·11테러 이후 발생한 탄저균 테러의 제염으로 활용되면서다. 아직 역사가 짧고, 기존의 이산화염소 가스 발생 방법으로 개발한 제품은 고가로 일반적으로 통용되기에는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다만 점차 저온 멸균기 중 주류로 사용하고 있던 산화에틸렌 가스 멸균기가 규제받으면서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이산화염소 가스를 그 대체제로 제안한 만큼 앞으로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산화염소 가스는 어떻게 조달하나.
“소독·멸균에 활용되는 이산화염소는 반응 물질인 전용 안정화 이산화염소와 당사의 광화학반응이 만나 사용 목적에 적합한 농도로 현장에서 발생한다. 이때 사용되는 전용 안정화 이산화염소 같은 소모품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일본에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제조·수입하고 있다.”
멸균기 구매자는 이산화염소를 계속해서 사야 하나.
“제품을 계속 쓰려면 사용 목적에 맞는 전용 소모품을 일정 기간 사용한 후 별도 구매·교체해 사용해야 한다.”
주 타깃과 판매 실적은.
“주 타깃은 멸균이 반드시 요구되는 의료기관이다. 이 중에서도 내시경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에 집중하고자 한다. 내시경은 사용 시마다 소독·멸균과 같은 재처리 공정을 거친다. 멸균을 통한 재처리 후 사용이 권고되지만, 내시경의 재질과 그에 따른 멸균 방법상 특성으로 지금은 액체 소독이 주로 행해진다.
우리는 이산화염소 가스로 30분 내 내시경의 내·외부를 동시에 멸균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의료기관에 대응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금은 의료기관 및 의료기기 제조 업체 등과 계약을 체결하여 판매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판매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회사명 오티아이코리아
대표 박수진
설립 연도 2018년 2월 직원 수 6
사업 의료기기 살균 솔루션 제공업
매출 100억원(2023년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