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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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PB 전성시대다. 오프라인 마트뿐만 아니라 온라인 유통채널을 방문하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PB(Private Brand) 상품’이 진열돼 있다. PB 상품이란 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 브랜드 상품을 의미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마케팅과 유통 과정에서의 비용을 줄여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상품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주 타깃 소비층은 ‘매스(mass·대중)’ 고객이다.
김병주 하나은행 클럽원 한남PB센터 지점장
전 하나은행 본점 영업1부 PB센터·도곡PB센터 
프라이빗뱅커
김병주 하나은행 클럽원 한남PB센터 지점장
전 하나은행 본점 영업1부 PB센터·도곡PB센터 프라이빗뱅커

금융 산업에서 통용되는 PB는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 또는 ‘프라이빗 뱅커(Private Banker)’의 약자로 사용된다.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뱅킹, 투자, 법률·세무 컨설팅 등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 또는 제공하는 금융기관 종사자를 말한다. PB의 주 타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VIP 고객이다.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 (조정되고 있으나) 부동산 가격 상승, 뉴앤드영리치(New& Young Rich·새로운 젊은 부자)의 증가 등에 기인해 고액 자산가들은 전문 기관에서 조사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PB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들도 저마다의 경쟁력을 앞세워 이들을 공략하고 있고 은행, 증권, 보험 등 다른 금융권에서도 역량 있는 PB를 육성하고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PB 상품의 경우 가격이나 품질의 비교가 상대적으로 쉽고 입소문을 통해 그 제품의 장단점이 알려지는 것에 반해, PB 서비스의 경우 어원 그대로 프라이빗(private·사적인)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당사자가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금융기관 간의 차이점이나 장단점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이 글에서는 금융기관 간 PB(Private Banking) 서비스의 우열을 논하기보다 나의 자산을 관리하는 PB(Private Banker)를 제대로 활용하는 팁을 몇 가지 제안해 보고자 한다.

1│거래하는 PB센터는 금융자산 규모에 따라 1~2곳으로 집중한다

일반적으로 관리를 맡기는 금융자산 규모가 클수록 금융기관에서는 내부 고객 등급에 따라 집중적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PB 입장에서는 자산 현황에 대한 분석이 직관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예금·채권·주식 등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제안할 수 있다. 만약 A 금융기관의 PB를 통해 특정 자산군에 집중된 투자가 이뤄졌는데, B 금융기관에서도 동일한 투자를 제안받았다면 고객 스스로가 이를 알리고 새로운 제안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은 곳의 금융기관에 자산을 분산하면 리스크 분산 효과에 따른 득보다는 관리 소홀에 따른 실이 많음을 기억하자.

2│담당 PB에게 자신의 현재 자산 현황을 명확하게 알린다

PB 서비스는 프라이빗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된다. 고객이 자산의 형성 과정, 투자 성향, 과거 투자 경험, 투자 목적, 은퇴 계획 등 본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담당 PB에게 할수록 더 효율적인 자산 관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담당 PB가 정해졌다면 서로 신뢰를 갖고 함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반자가 됐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3│나와 맞지 않는 PB는 과감하게 변경을 요청하라

PB는 자산 관리의 조력자이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정한 시기를 겪고 나서도 나의 투자 성향과 배치, 친밀도 형성 방법, 특정 성별의 PB 선호, 전문적인 금융 지식 부족 등에 따라 적합한 PB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해당 PB센터의 지배인에게 PB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 다양한 이유로 한 번 거래를 시작한 금융기관은 변경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PB 상품의 경우 가격이나 품질에 불만이 생기면 다른 제품으로 변경이 가능하지만, 금융기관의 PB는 금융 소비자가 주도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가 금융기관의 제품인 PB에게 본인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이유는 없다.

4│PB와 인간적인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단골 음식점을 방문할 경우 다른 테이블에는 없는 요리나 반찬이 서비스로 제공되기도 하고 만석임에도 불구하고 편의를 제공해 좋은 위치의 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음식점에서 단골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주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방문 시마다 음식점 사장님과 종업원에게 보이는 ‘좋은 매너’일 가능성이 크다. 보통 금융기관에서 1명의 PB가 관리하는 고객은 200명 내외 정도다. 특별히 더 신경 쓰고 집중하는 고객은 30명 내외다. 자신이 이 30명의 고객에 포함돼 좋은 금융 상품과 다양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받는 일명 ‘퍼스트 콜(First Call) 멤버’가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큰 금액의 금융자산을 예치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겠지만, PB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일정 수준의 친밀감을 형성하게 되면 퍼스트 콜 멤버에 속할 가능성이 커진다.

5│PB센터의 다양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라

자산 관리 서비스의 본업은 금융자산의 관리와 증식이지만, PB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각 금융기관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종합 자산 관리와 연결되는 법률·세무·동산 컨설팅은 기본으로 제공되며 일정 수준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음악·미술·여행·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 행사 초청, PB센터 내 고객 전용 공간 대여, 결혼 적령기의 자녀 만남 행사, 전용 차량 픽업 서비스, 커뮤니티 초청 행사, 웨딩카 지원 서비스, 입시 설명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담당 PB에게 본인의 관심사를 수시로 말해 두면 이러한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열린다.

6│담당 PB와 대면 미팅 또는 리포트를 정례화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을 경우 거래하는 PB센터를 자주 방문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듯이 PB와 접촉 기회가 줄어들수록 세심한 자산 관리 케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담당 PB와 한 달에 한 번 정례적인 미팅을 갖는 것으로 정한다든지, 매월 말일 기준으로 자산 관리 현황에 대한 리포트를 이메일 등으로 받아 볼 것을 추천한다. 그러한 정기적인 접촉을 통해 내 자산의 현황, 향후 관리 계획, 금융시장 전망에 대한 PB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고 이러한 접촉이 PB에게는 일정한 자극이 돼 내 자산에 대해 한 번 더 관심과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든다.

7│나에게 맞는 PB센터를 정해서 거래한다

최근 금융기관들의 PB센터 트렌드는 대형화와 집중화다. 특정 거점 지역에 프리미엄급 PB센터를 새로 오픈하고 많은 PB를 배치하고 있다. 나의 투자 성향과 향후 계획 등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도 오직 정기예금만 할 경우 굳이 이런 곳을 방문하기보다 거주하는 지역에서 가까운 PB센터와 거래하면 된다. 뉴앤드영리치 고객의 경우 비상장기업의 주식 투자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접하기를 바라고 유사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를 원하는 목적으로 거주지에서 조금 멀더라도 이러한 프리미엄급 PB센터를 거래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자산 관리를 받고자 하는 주요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이에 맞는 PB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의 첫걸음이다.

이상으로 PB 활용법에 대해 언급했으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 관리의 주체는 자신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PB에게 ‘나는 잘 모르니 알아서 관리해 달라’ ‘PB를 100% 신뢰하니 제안하는 대로 하겠다’는 자세를 절대로 보여선 안 된다. 자산 관리 성공 여부에 대한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인지하고 우선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