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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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개막 후 첫 번째 순서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업무 보고가 있었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경제외교) , 현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고문,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중국삼성
경제연구원장), 전 한국산업
은행 산은경제연구소장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경제외교) , 현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고문,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중국삼성 경제연구원장), 전 한국산업 은행 산은경제연구소장

1994년 이후 최저 성장률 목표 5% 제시

국무원 지도부의 비(非)교체 시기 보고는 구체적인 임무를 언급하나 교체 시기인 이번에는 정책 건의를 했다. 가장 관심을 집중시켜 온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는 5% 내외다. 목표 성장률로는 199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중산층 배증 목표를 고려하면 ‘14·5계획(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기간에 5~6%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5%는 성장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5% 성장률은 예상을 초월하는 상황 변화가 없다면 반드시 달성하고자 하는 최저 목표 성장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도시 신규 취업자 수 1200만 명(2022년 1100만 명) △도시 조사 실업률 5.5% 내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3% 내외 △가계소득 증가와 경제 성장의 동조화 △수출입 안정 및 질적 성장 △식량생산 1억3000만 근 이상 등을 제시했다. 또한 △2023년 재정 적자율 목표 확대 △지방정부 전용 채권 발행 규모 증액 △디지털 경제를 위한 플랫폼 경제 발전 지원 △민영 경제와 민간 기업 발전을 위한 기업 재산권과 기업가 권익 보호 △상징적 외자 유치 프로젝트 건설 등을 건의했다.

2023년 경제·사회 발전 업무에서 중시할 8개 사항을 제시했는데, 이는 △내수 확대 △현대화 산업 시스템 구축 △공유제 경제와 비공유제 발전 중시 △외자 유치 △중대 경제 금융 리스크 방지 및 해소 등이다. 이 가운데 ‘외자’라는 단어가 단독으로 중점 항목에 열거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외자 기업에 대한 국민 대우를 정착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같은 개방도가 높은 무역협정에 가입해 관련 규칙, 규제, 표준 등을 포함한 제도적 개방 확대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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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제·산업 정책 살펴보니 

중국 경제가 가장 우선으로 두는 정책 목표는 ‘안정을 중시하고 안정 속에 발전을 이룩한다(穩字當頭, 穩中求進)’이다. 이를 위해 정책의 연속성과 조화로운 정책 배합을 통해 고품질 발전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3온(穩) 정책은 ‘안정적 성장, 취업 안정, 물가 안정’을 통한 전체 사회의 안정을 목표로 한다.

먼저 적극적 재정 정책을 펼쳐 효과를 제고할 계획이다. 재정 적자 비율을 3.0%로 확대하고, 지방정부 발행 전용 채권 규모를 3조8000억위안(약 713조2600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은 부동산이 침체 상태에 빠져 올해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부문의 회복이 어려운 형편이다. 이에 지방정부의 재정 수입이 감소해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확대 재정 정책을 구사하겠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중앙정부 재정이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중국 경제가 그만큼 내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악화한 지방 재정의 수입원 발굴을 위해 재산세 도입 및 확대 등을 예상하고 있다.

통화 정책으로는 목표 지향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온건한 정책을 제시했다. 먼저 지급준비율은 2022년 4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각 0.25%포인트를 인하해 2022년 말 9.5%로 내렸는데(대형 상업은행 기준) 올해 중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 또한 LPR

(대출우대금리)은 2022년 1년물 기준 0.15%포인트, 5년물은 0.35%포인트 인하했으나, 2022년 8월 이후 동결했다. 미국의 급속한 금리 인상으로 10년 만에 미·중 간 국채(10년물) 금리가 역전 현상을 보임에 따라 중국의 금리 인하 여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중 미국의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경우 중국은 LPR 금리 인하가 가능할 전망이다.

산업 정책은 발전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되 선진 제조와 디지털 경제를 지향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2022년 10월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2022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지방 양회에서 일관되게 제조업 첨단화, 스마트화, 녹색화를 강조하면서 차세대 정보기술, 인공지능(AI), 바이오, 신에너지, 신소재, 첨단 장비, 환경보호 등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건설하고, 디지털 경제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디지털 경제와 실물경제의 융합을 강조해왔다. 향후 좀 더 구체적인 투자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 정책은 미·중 기술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자립자강(自立自强)을 강조했다. 정부가 핵심 기술 돌파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기업 주도적인 지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2년 중국의 혁신 지수가 세계 11위에 오르는 등 과학기술 대국이 됐으나, 여전히 과학기술 강국에는 이르지 못했으며, 중국 기업들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제조 능력이 부족해 경제의 고품질 발전을 위한 동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한 선진국에 비해 기초연구가 부족하다고 보고 향후 기초연구에 대한 투입을 증대시키고 기초연구 플랫폼을 건설할 계획이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그동안 3연임이라는 정치 이슈에 골몰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앞으로 다시 경제 이슈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22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제시한 경제 성장 5.5%라는 목표는 상하이 봉쇄 등 무리한 방역 조치로 1976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3% 성장에 그쳤다. 그동안 중국 국민이 공산당에 대한 신뢰가 높았던 것은 지난 30여 년 동안 약 10%에 달하는 고성장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더 이상 경제를 도외시하기 어려운 시기에 도달했으며, 금번 양회 기간에도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은 것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경제를 짓눌러왔던 방역이 급속히 완화되면서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이뤄진다면 중국의 5% 성장률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외국의 시각은 대체로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대중 수출 증대에 대한 기대와 중국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각국의 금리 인상 압력 등 통화 정책에 대한 우려 등으로 집약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경기 회복으로 인한 대중 수출 증대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치로 보면 중국의 1%포인트 성장은 한국 경제에 0.1~0.15%포인트 정도 상승효과가 있다. 중국 경제가 2023년 5% 성장률을 달성한다면 우리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그보다는 중국의 기술 추격에 따라 우리 제품의 비교 우위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우리의 기술적 비교 우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함께 중국 내수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중국 전문가 육성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