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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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D는 뼈와 근육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로, 햇빛의 자외선에 의해서 활성 성분이 피부에서 합성된다. 연구자들은 대규모 인구 집단을 관찰했을 때 혈액 속 비타민 D 농도가 낮으면 신체 기능과 근육량, 뼈 밀도가 낮을 뿐 아니라 미래에 골절이나 사망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꾸준히 보여왔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서울대 의학 학·석사, 
KAIST 이학 박사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서울대 의학 학·석사, KAIST 이학 박사

이런 관찰로 미뤄 봤을 때, 현대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비타민 D를 투약해서 여러 건강상의 이점을 얻어보려는 연구를 설계하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비타민 D 보충 요법의 잠재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권위자들에 의해 상당히 견고하게 설계된 임상 연구들이 시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보충제로 투여된 비타민 D는 의미 있는 유익한 건강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그중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2022년 보고됐던 바이털(VITAL) 연구는 2만5871명의 중년 미국인을 대상으로 비타민 D를 약 5년간 매일 2000단위 보급했을 때, 위약(가짜 약)을 투여받은 군과 비교해도 골절 발생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 연구와 기전(생물학) 연구에서 이렇게 강력한 증거를 보이는 물질을 보급했음에도 유익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질병을 진단하고 그에 해당하는 약을 처방하는 현대 의학적 사고방식에서는 신기한 현상이다.

이는 낙상, 골절과 근 감소 등이 관찰되는 노년기 인구에서 비타민 D가 부족하다는 것은 상당히 복합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혈중 비타민 D 부족은 양질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것을 방증한다. 비타민 D는 고기, 등푸른생선, 달걀, 유제품 등 양질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식품에 많이 들어있다. 씹는 능력과 소화 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은 이런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렵다. 씹는 능력은 전신의 근력, 즉 전반적인 노쇠 정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고, 노쇠한 어르신은 오히려 젊은 성인에 비해 더 많은 양의 단백질 섭취가 근육 건강 유지에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섭취량은 더욱 떨어지니, 몸의 쇠약 속도는 더 가팔라진다. 둘째, 혈중 비타민 D 부족은 외부에서의 신체 활동 부족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인의학 연구에서 외부 신체 활동의 감소는 우울감과 인지 기능 악화, 신체 기능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위험 인자다. 이렇게 생겨난 우울감과 인지 기능 악화, 신체 기능 저하는 활동 저하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고, 그 결과 근육 건강 상태가 나빠지면 씹는 힘이나 소화력은 더욱 저하된다. 결국 관찰 연구에서 보이는 비타민 D 결핍은 전반적인 영양 상태와 소화 능력, 근육 건강 정도를 아우르는 노쇠의 악순환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비타민 D 혈중 농도라는 한 가지 수치의 이면에는 어르신을 쇠약하게 만드는 복잡한 원인이 중첩돼 있다. 비타민 D 수치를 약으로 올려주더라도 그 원인이 고쳐질 리 없다. 소아나 젊은 성인에게서 비타민 D가 극도로 부족한 것이 핵심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골연화증이나 구루병에 비타민 D를 보충하면 경과가 개선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노년기 인구 집단에서는 신체 활동과 균형 잡힌 영양을 통해 근육 건강을 개선하고 우울과 인지, 동반 질환과 복용하는 약제들에 대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개선하는, 다면 중재가 신체 기능 회복에 큰 효과를 보인다. 결국 어르신에게 비타민 D 수치는 단순한 보충 대상이 아니라, 전반적인 영양과 신체 기능을 반영하며, 개인화된 복합 중재를 제공하는 하나의 지표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