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이하 현지시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지났다. 유럽에서 이 같은 전면전이 발발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강대국의 노골적인 침략 전쟁으로, 이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와 함께 전쟁 방지와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유엔(UN)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전쟁 발발 이후 유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지만, 러시아의 비토(거부권)로 무산된 바 있다. 필자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결의안에 거부할 수 있다”며 “이런 유엔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고 안보리의 권위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러시아와 대(對)서방 국가 간 충돌로 번지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필자는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해 안보리가 하루빨리 개혁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3월 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자주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3월 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자주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은 전쟁이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을 확인해 볼 적절한 시점이다. 전쟁은 식량과 에너지 위기 그리고 세계 물가 상승을 촉발했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서 회복 중인 세계 경제를 위협했다. 또한 독일과 일본 같은 국가가 재무장하도록 만들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안정했던 국제 안보 질서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다.

이토 다카토시 컬럼비아대 국제정책대학원 교수히토츠바시대 경제학 학·석사, 하버드대 박사, 현 도쿄 정책 연구 대학원대학 선임 교수, 전 일본 재무성 차관
이토 다카토시 컬럼비아대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히토츠바시대 경제학 학·석사, 하버드대 박사, 현 도쿄 정책 연구 대학원대학 선임 교수, 전 일본 재무성 차관

여전히 일부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쪽으로의 확장’이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주장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팩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나 서방의 침략으로부터 러시아 영토 통합을 방어하기 위한 것보다는 자신의 제국적 야망(imperial ambitions)을 추구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과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국가들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만약 러시아 핵무기가 이웃 국가를 공격하고 널리 퍼진다면 푸틴이 인접 국가인 폴란드를 공격하고,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 ①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세계는 통일된 전략을 필요로 하지만 ② 유엔은 분열돼 있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③ 전쟁 초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난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후 유엔은 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빨 빠진 결의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세계 평화에 대한 가장 큰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제 자유 질서를 감독하고 수호하기 위한 기구에 분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유엔의 지배구조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안보리를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해 만들었지만, 매번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장애물인 거부권이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5개 상임이사국에 부여됐다. 거부권이 있는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현재 이웃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진행 중이며, 안보리는 경제 제재를 가하거나 평화적인 조치를 취하기에는 사실상 힘을 잃었다. 

안보리의 권위는 북한의 반복적인 규제 위반으로 인해 약화됐다. 북한은 2월 18일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고,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2022년에는 동중국해와 동해상으로 9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지만 안보리는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제재를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의 무능력함은 독일과 일본이 국방력을 강화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유럽에서 무력 전쟁이 일어나자, 독일은 국방 예산을 1000억유로(약 137조8000억원) 증액한다고 선언했고, 레오파드2 전차 14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평화헌법을 채택한 ④ 일본은 2027년까지 국방비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막대한 국방비를 어떻게 조달할지를 고안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재무장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의 트라우마로 평화헌법을 유지하고, 핵무기 획득에 반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 국민은 국방비 증액을 지지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일본 군대의 역할을 자기방어로 제한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더불어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공격적인 자세는 자국의 전쟁 억제 능력을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상적인 평화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속화했다. 

러시아와 북한 같은 침략자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다자간 기구가 필요하다. 안보리는 평화 유지 역할을 하기 위해 상당한 개혁을 거쳐야 한다. 독일과 일본이 상임이사국 지위를 부여받아야 하고, 침략국이 돼버린 러시아는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 세계가 재앙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거버넌스를 재정비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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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황이 불리해질 때마다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푸틴은 ‘조국 수호자의 날’인 2월 23일 기념 연설에서 “우리는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을 강화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에 이어 이번에도 핵무기가 동원될 경우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하고 인류가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제공한다면 그건 세계대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1946년 붕괴된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을 계승했고, 본부는 뉴욕에 있다. 주요 역할은 평화 유지 활동, 군비 축소 활동, 국제 협력 활동이다. 2001년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과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있고, 총회원국은 193개국이다. 

2022년 2월 25일 안보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지만, 러시아의 비토(거부권)로 무산됐다. 미국이 주도한 이 결의안에는 러시아에 대한 규탄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의 즉각적이고,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표결에서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1개국이 찬성했고, 러시아가 반대했다.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을 비롯해 인도와 아랍에미리트 등 3개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2022년 12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5년 뒤 일본의 국방비를 현재의 두 배,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인 43조엔(약 408조5000억원)까지 늘리는 계획을 밝혔다. 공식적인 이유로는 자국 안보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세계 각국이 국방비를 증액하는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평화헌법을 수정해 전쟁이 가능한 보통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위한 사전 준비 단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현지에선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는 당위성 자체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만, 증액을 위한 정부 증세안에 대해선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