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시작된 중국 경제 재개에 대한 기대만 해도 그렇다. 높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중 대(對)중국 수출 증가가 국내 경기 둔화 정도를 상당 부분 상쇄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지난 2월까지 대중국 수출은 9개월 연속 감소했고, 그 결과 대중국 무역수지는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아직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외수 회복 기대감이 커진 또 다른 원인은 강력한 통화 긴축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 경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 수출 상대국이니 당연히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 내지는 회복이 국내 경기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대미국 수출 증가율은 1월 마이너스, 2월 플러스로 아직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수출의 약 40% 가깝게 의존하고 있는 두 나라에 대한 수출 실적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으니 시장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한편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외수 경기 회복 시점은 올해 하반기부터라는 주요 기관들의 전망을 시장도 정책 당국도 너무 빨리 뇌리에서 지워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즉, 경기 방어의 활로를 찾기 위해 지금 당장은 불확실성이 높은 외수 회복보다는 내수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더 바람직하고, 정책적으로도 좀 더 강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내 여건이 이런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외수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면 인위적인 내수 부양은 지양해도 좋다. 하지만 외수 환경 개선은 우리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은 정책 선택지 중 하나다. 반면에 내수 부문은 통화 또는 재정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경기 방어가 가능하고, 시장의 기대 역시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자극 같은 정책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당장 이런 수단을 취할 수 없다면 합리적인 규제 정책 추진, 후진적인 법 제도에 대한 조속한 개선, 시장 환경에 맞고 예측 가능한 정책 가이던스 등을 통해 민간 부문의 투자 의지와 소비 심리를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내수와 외수는 물론 실물과 금융 등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복합 불황으로 침체의 장기화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막연한 기대에 의존해 그냥 방치하거나 최근 물가 안정을 위한 공공서비스 요금 규제나 서민 금융 안정 등을 위한 금융권 규제 등의 사례같이 소위 ‘핀셋 대책’이라 불리는 부분적인 시술에 의존할 상황은 단연코 아니다. 더군다나 이는 잠시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정책 선택지에서 배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여하튼 지금은 기존 정책에 유연성을 가미해 내수 기반을 확충함으로써 경기 침체 장기화를 막아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 무엇이든 실천해야 할 때라는 점만큼은 분명하지만, 대증요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