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준 한화생명 금융서비스 세무사
연세대 법무대학원 조세법 석사, 전 SK증권 세무 고문, 전 세무법인 정담 세무컨설팅팀장 사진 정원준
정원준 한화생명 금융서비스 세무사
연세대 법무대학원 조세법 석사, 전 SK증권 세무 고문, 전 세무법인 정담 세무컨설팅팀장 사진 정원준

“자산가들의 세금 주제가 좀 바뀌었다. 지난 정부 때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에 대한 문의가 많았는데, 현 정부가 부동산 세금 중과를 완화한 영향 등으로 최근에는 상속·증여세, 법인 설립·전환에 대한 문의가 더 많아졌다.”

정원준 한화생명 금융서비스 세무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산가들의 요즘 관심사를 이렇게 전하며 “세금 폭탄과 탈세 추징을 당하지 않고 세금에 현명하게 대응한 부자들은 공통으로 사전 증여, 보험과 법인 등 절세 수단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했다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복잡한 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자산가들이 많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에 달했다. 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세금은 더는 극소수만의 이슈도 아니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 세금을 나눠 내겠다고 신청한 사람이 7만 명에 육박했다. 5년 전의 24배로 불어난 것인데, 주택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최근 20~30대 웹툰 작가와 유튜버, 스타트업 창업자 등 고소득 젊은 부자들도 세금 문제로 도마 위에 올라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인생에서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고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안 된다는 게 세무 전문가의 조언이다. 정원준 세무사는 “합법적인 절세는 재테크의 기본이다”라면서 “고(高)세금·고(高)건강보험료 시대, 세금 부담을 덜고자 한다면 가만히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전문가와 상의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세무사와 한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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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마다 사정이 다를 텐데, 연령대별 자산가의 세금 키워드를 꼽자면.
“30~40대 자산가의 경우 사업 확장에 관심이 높다 보니 종합소득세나 법인세의 절세에 관심이 많다. 다만 자수성가형이냐, 대물림이냐에 따라 니즈도 다르다. 50~60대의 경우 다주택이나 부동산의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부동산 증여에 관심이 많다. 70~80대는 재산을 정리하는 시점이라 양도소득세, 증여세, 특히 상속세 절세에 관심이 더 많다.”

가업 승계나 상속으로 고민하는 자산가도 많다. 부자들이 선호하는 상속세 절세 수단과 방법은 무엇인가.
“자산 이전을 잘했다고 평가되는 부자들의 특징은 ‘사전 증여’를 했다는 점이다. 사전 증여는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증여는 개인별로 세율을 적용하지만, 상속은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세율을 적용한다. 이 때문에 증여보다는 상속의 세 부담이 더 크다. 

보험은 상속세에 대응할 주요 절세 수단이다. 계약자와 수익자를 부모로 하고 피보험자를 자녀로 하는 사망보험에 가입해, 피보험자인 부모가 사망할 경우 자녀가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해 상속세를 대비하는 것이다. 부부 교차 종신보험도 자산가들이 많이 활용한다. 유대인이 활용해온 방법이기도 하다.”

사망보험금도 상속세 과세 대상인데 어떻게 절세할 수 있나.
“사망보험금의 보험 차익은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계약자와 수익자가 자녀인데 보험료를 실질적으로 자녀가 냈다면, 부모 사망으로 받는 사망보험금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자녀 입장에서는 내가 낸 돈으로 내가 보험금을 타는 것이기 때문에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자녀를 계약자와 수익자로 일치시키면 단 한 푼의 세금 없이 보험금을 수령해 상속세에 대비하고, 가족의 생활안정자금으로 쓸 수 있다.”

최근 유명 유튜버나 웹툰 작가 등 고수익을 올리는 20~30대 신흥 부자들의 법인을 활용한 탈세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선 세금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법인을 활용하는 것은 합법적인 수단이라는 이유에서 비판이 과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문제의 핵심이 뭐라고 보나.
“고소득자가 개인으로 사업을 하면 높은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때문에, 법인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인을 세워 법인의 목적 사업에 맞지 않게 법인 돈으로 차량이나 주택을 구입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법인에서 업무와 관련된 자산으로 보지 않아서 경비 처리가 되지 않을뿐더러 배임이나 횡령으로 형사처벌까지 당할 수 있다. 법인이라는 법적 인격체를 세우는 순간 법인의 자산은 단돈 1원도 개인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 

주택 등 부동산 증여세 절세 방법은.
“주택 가격 하락기가 증여에 유리한 면이 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동일 면적으로 규격화된 물건은 실거래가로 증여 재산을 평가한다. 실거래가는 증여일 이전 6개월부터 이후 3개월까지의 가장 가까운 층수의 것을 끌어다 쓴다. 과거 6개월 내 가장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 것을 끌어다 쓰고 싶은데 증여하고도 3개월 동안 실거래가를 봐야 하지만, 세법에서는 증여세 신고를 빨리하면 굳이 남은 3개월 동안의 실거래가를 끌어다 쓰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신저가가 갱신되면 바로 증여하고 증여세 신고를 해 버리는 것이 방법이다.

비교적 높은 가격에 구입한 부동산이라면 ‘부담부증여’가 유리하다. 부담부증여란 채무를 끼고 증여하는 것으로서 수증자는 채무를 차감하고 증여세를 계산한다. 다만 증여자는 채무를 떠넘기는 행위를 양도로 보아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래도 전체를 통으로 증여할 경우의 증여세보다 ‘부담부증여’를 통한 양도세와 증여세의 합계가 적은 경우가 많아서 자산가들의 절세전략으로 많이 사용된다.”

올해 자산가들에게 영향을 끼칠 제도 변화는.
“정부가 7월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변경과 증여공제 인상액 방안이 들어갈 가능성이 큰데, 자산가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다만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 여당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세법 손질도 시행되기 쉽지 않다. 지난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증여공제 인상 추진을 언급해 자산가들이 술렁거렸다. 증여공제액이 인상되기를 기다렸다가 법이 통과되면 증여하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결국 야당의 반대로 조세소위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상속세 과세 방식 개편이 앞으로 자산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
“유산세 방식의 현 상속세 과세 체계는 쉽게 말해 물려주는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것인데, 이를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면 개편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자녀 3명을 둔 30억원대 자산가가 사망할 경우 현재는 재산 30억원 전체에 대해서 상속세를 계산한 다음에 재산 분배 비율로 상속세도 안분해서 부과한다. 만약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면, 자녀가 동일 비율로 상속받는다는 가정하에 각각 10억원씩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가족 간 전체 상속세는 낮아진다. 상속세가 과세표준별 누진세 구조라서 그렇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2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산취득세가 아닌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뿐이다.”

유산취득세 도입 여부를 가를 변수는.
“야당이 유산취득세 도입이 부의 대물림을 촉진해 결국 ‘부자 감세’로 귀결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매우 커 실현될지 미지수다.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려면 각종 공제 제도를 포함해 상속세법 자체를 새로 써야 하는 만큼, 내년 국회에서 세법이 개정되더라도 실제 유산취득세가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