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인대는 문틀과 문짝을 연결해주는 경첩(hinge)으로 비유된다. 경첩이 있어서 문을 여닫을 수 있듯 무릎에도 십자인대가 있어서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할 수 있다. 무릎 관절에서 십자인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대는 뼈와 뼈를 연결해주는 구조물로서, 무릎 십자인대는 허벅지뼈와 정강이뼈 사이 관절 안에서 X 자 모양으로 교차해 존재한다.
허벅지뼈를 기준으로 정강이뼈가 앞으로 과하게 나가지 못하도록 잡아주는 인대를 전방십자인대라고 한다. 후방십자인대는 정강이뼈가 뒤로 빠지지 못하도록 움직임을 제어한다. 이렇게 전후방십자인대가 무릎을 움직일 때마다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며 무릎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과회전하지 않도록 움직임을 제어한다.
십자인대 파열은 축구, 농구, 야구 등에서 흔히 겪는 대표적인 스포츠 부상이다. 힘껏 달리다가 급정지하거나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하는 행동에서 십자인대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뚝’ 하는 소리와 함께 파열될 수 있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로도 발생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십자인대도 약해지고 탄력성이 감소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열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무릎이 부어오르고 열감이 느껴질 수 있다. 무릎의 안정성이 감소하면서 무릎이 흔들거리고 덜컹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무릎 안에서 ‘뚝’ 하는 파열음과 통증이 발생한다면 무릎 부상이 심각하다는 신호다. 즉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간혹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부상 직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릎 움직임이 수월해지면 치료를 미루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파열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십자인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반월상연골판에 큰 압력이 가해져 연골판이 손상되거나 조기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십자인대 파열이 경미하면 무릎 상태에 따라 깁스나 보조기를 착용해 부상 부위를 보호하고 움직임을 제한한다. 통증과 염증이 심하면 주사 치료와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하며 통증을 다스리면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십자인대가 50% 이상 파열됐거나 완전 파열로 진단되면 반드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십자인대 수술은 작은 구멍을 통해 관절내시경으로 이뤄지며, 환자 본인의 힘줄을 이식하는 ‘자가건 재건술’과 타인의 힘줄 조직을 이식하는 ‘동종건 이식’을 선택하게 된다. 자가건 재건술을 하기 위해선 환자 자신의 몸에서 다른 인대를 채취해 적절한 크기로 십자인대를 만들어 다시 무릎 관절에 이식한다. 채취할 때는 최소한의 양을 채취하지만 내 몸에서 멀쩡한 기능을 하는 다른 인대를 자르기 때문에 해당 조직의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조직이나 기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수술 의사의 숙련도와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십자인대 파열은 치료 후에도 운동 기능이 감소할 수 있고 재파열도 쉽게 발생하므로 회복 기간에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적극적인 재활이 필요하다. 완치하는 데 수개월 또는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행동에 제약이 따르게 된다.
관절 전문의로서 십자인대 파열의 이차적 손상 위험성을 강조하고 당부하고 싶다. 무릎은 우리 몸의 관절 중 가장 불안정한 구조로 이뤄져 있고 몸의 체중을 지탱하며 외부 충격이나 몸의 움직임에 부하가 많이 실리는 부위다. 무릎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물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손상되면 무릎 관절의 부하가 불균형해지고 결국엔 다른 주변 조직이 과도한 힘을 받으며 연쇄적인 손상 가능성이 매우 크게 증가한다. 따라서 부상을 미리 알고 피하기는 어렵지만 작은 통증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받기를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