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최근 불거진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경영권 분쟁 속에서 ‘지배구조 우등생’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진출 실패 후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에 나서면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한 덕분이다. 작년에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신사업 진출도 본격화하는 중이다.
JYP의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459억원, 9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8.4%, 66.9%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당기순이익도 675억126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에 올랐다.
외국인 관심도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2월 17일부터 3월 17일까지 JYP 주식 94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인수 전 이슈가 불거지면서 관심이 집중됐던 에스엠(1112억원) 다음으로 높은 금액이다. 같은 기간 하이브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각각 592억원, 86억원에 그쳤다.
에스엠보다 5년 빨리 구축한 ‘멀티 레이블’
JYP가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은 경쟁사와 비교해 개선된 지배구조가 한몫했다. JYP는 최근 에스엠이 제안한 ‘에스엠 3.0’ 전략의 핵심인 멀티 레이블 체제를 2018년 7월에 이미 구축했다. 당시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現 JYP 최고창의력책임자)는 한 특별강연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JYP 2.0 비전’을 발표했고, 멀티 레이블 체제의 포문을 열었던 걸그룹 트와이스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JYP는 마케팅, 홍보, 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A&R·음반 기획 총괄) 등 각 부서가 모든 아티스트의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2011년 소속 아티스트의 미국 진출을 추진했던 JYP의 도전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경영 방향을 재편할 필요성이 커졌다. 해외 사업에 앞장섰던 박진영 PD도 특별강연에서 “회사 규모가 커지다 보니 아티스트나 회사의 성장 속도에 비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세스가 신속하지 못했다”면서 일원화된 앨범 제작 체제의 한계를 인정했다.
현재 JYP는 아티스트별로 레이블을 만들고 그 안에 업무 담당자를 둔다. JYP가 작년 8월 엔터 업계 최초로 발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JYP는 5개의 독립적인 레이블(아티스트 1·2·3본부, SQU4D, STUDIO J)을 운영하고 있다.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 등 소속 아티스트들은 각 본부로 분리되고 해당 본부에서 마케팅과 기획, 매니징 등을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이 과정에 박 PD에 대한 음악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JYP는 2020년 4월 박 PD의 개인 회사였던 JYP퍼블리싱을 100% 인수하면서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08년 설립된 JYP퍼블리싱은 작사가·작곡가·프로듀서 등을 키우는 회사다. 설립 당시 30여 명의 뮤지션이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50여 명으로 늘어났다.
멀티 레이블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JYP 소속 아티스트들은 타사 대비 많은 활동량을 자랑하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JYP는 공개된 계획에 맞춰 아티스트 활동이 이뤄지는 편”이라면서 “1년 동안 컴백을 단 한 번도 못 하는 아티스트를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경쟁사와 달리, JYP 소속 아티스트들은 1년에 두 번 이상 컴백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非음악 부문 자회사 비중 낮아
음악 사업과 무관한 자회사가 적다는 점도 경쟁사와 차이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JYP의 종속회사는 총 10곳이다. 일본과 홍콩, 중국, 미국 등 현지에 설립된 법인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음악과 무관한 곳은 콘텐츠 제작사인 JYP픽쳐스 정도다. 이 회사마저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어 음악 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에스엠은 총 29곳의 자회사가 있는데, 키이스트와 에스엠 C&C, 에스엠라이프디자인 등 비(非)음악 분야 자회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YG 또한 19곳의 종속회사 중 음악 사업과 무관한 YG스튜디오플렉스(드라마 제작사), 그린웍스(골프회사) 등이 포함돼 있다. 하이브도 국내외에 종속회사 48곳을 두고 있는데,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과 교육 서비스업 등이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타 법인에 대한 투자도 많지 않은 편이다. JYP가 출자한 타 법인은 총 16곳이다. 반면 YG는 법인 23곳, 에스엠은 29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JYP는 경쟁사가 뛰어든 광고업과 드라마 제작업, 외식업 등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비용 부담을 줄여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회사로 거듭났다. 이런 노력 덕분에 JYP의 지난해 영업이익률(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27.9%로 YG(11.9%)와 에스엠(11%)의 두 배 수준이다.
JYP의 주가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월별 종가(말일 기준) 흐름을 보면 JYP는 2020년 2월 2만1150원을 기록한 후 꾸준히 올라 올해 2월 7만87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YG는 2020년 3월 3만300원에서 시작해 2021년 10월 7만300원으로 올랐지만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서 올해 2월 5만8000원을 기록했다. 에스엠도 2020년 2월 2만8450원에서 작년 3월 8만1600원으로 올랐지만 이후 6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등락을 거듭했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올해 2월 12만7600원으로 급등했지만, 분쟁 이전인 작년 12월까지도 7만6700원을 기록했다.
팬덤 플랫폼, 메타버스 등 진출 모색
탄탄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해온 JYP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신사업 진출에 나섰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키울 과감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극복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JYP는 2020년 11월 네이버의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자회사 ‘네이버제트’에 약 50억원을 투자하면서 신사업 투자를 본격화했다. 2021년 6월에는 에스엠의 손자회사인 디어유에 214억원을 투자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디어유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 ‘버블’의 성장성을 높게 본 것이다. 5개월 뒤 초고화질 VFX(특수영상) 콘텐츠 제작 기업 포바이포에 약 50억원을 투자했다. 메타버스와 팬덤 플랫폼, 미디어 등 본업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디어유에 대한 JYP의 관심은 더욱 각별하다. 디어유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뒤 JYP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1920억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투자금 대비 아홉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를 계기로 JYP는 디어유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3월 말 열리는 디어유 주주총회에서는 정욱 JYP 대표를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디어유에 대한 JYP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디어유 투자 성공을 계기로 JYP는 최근 벤처캐비털(VC) 자회사까지 설립하면서 신사업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2월 23일 JYP는 ‘JYP파트너스’ 설립등기를 마쳤다. 지난 2021년 K팝 기반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두나무와 합작을 모색했지만, 사업이 무산되자 직접 VC를 설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티스트의 팬덤 성장 및 영업 환경 개선으로 우수한 이익 창출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회사명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본사 서울시 강동구
사업 음반·음원 제작,연예매니지먼트
설립 연도 1996년 4월
창업자 박진영(현 JYP 최고창의력책임자)
매출 3459억원(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