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만 
조선비즈 증권부장
‘지금 부자들은 배당주에 
투자한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 트렌드 2021(공저)’ 저자
안재만 조선비즈 증권부장
‘지금 부자들은 배당주에 투자한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 트렌드 2021(공저)’ 저자

카카오는 참 파악하기 어려운 기업이다. 4763만 명(2022년 3분기 기준)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서비스 회사를 파악하는 게 뭐가 어렵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사실 기업으로 보면 이보다 복잡한 회사가 없다. 

일단 카카오는 카카오톡(메신저)과 포털 사이트 다음, 카카오모빌리티(교통), 뉴이니셔티브(업무용 워크플랫폼·인공지능(AI)·헬스케어), 카카오페이(송금 및 결제), 카카오뱅크(금융)의 플랫폼 사업이 있고,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픽코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스토리·뮤직·미디어, 이하 카카오엔터) 등 콘텐츠 사업이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생각보다 꽤 헷갈린다.

그런데 카카오라는 ‘주식’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여기서 한 단계 더 분석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는 상장회사다. 이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일차적으로는 해당 회사 주가에 반영되고, 나머지 지분율만큼만 카카오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이를 모두 발라내야 카카오라는 기업의 적정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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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하나 더 있다. 카카오가 계열사들을 지속해서 상장하는 과정이라는 것. 카카오모빌리티 실적이 급속도로 개선된다고 해도 조만간 상장할 것이기 때문에 카카오가 어느 정도나 긍정적 영향을 받을지 예측할 수 없다. 카카오엔터는 분쟁 끝에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를 쟁취했는데, 마찬가지로 카카오엔터도 상장 예정이기 때문에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 효과를 얻을지, 못 얻을지조차 알기 힘들다. 상장이 예정돼 있다 보니 임박해 올수록 기업 가치를 할인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빼놓아야 하는지(만약 다 뺀다면 카카오는 껍데기만 남을 텐데) 생각할수록 어려운 주식이 카카오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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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잇단 상장에 기업 가치 계산 어려워

중복 상장은 기업 가치 분석을 어렵게 한다. 가령 매출 1000억원에 영업이익 200억원을 내는 회사 A가 있다 하자. 상장사 A사는 주가이익비율(PER) 10배를 적용받아 시가총액(시총)이 2000억원 정도다. 그런데 갑자기 A사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가정해보자. B사를 신규 설립해 지주회사로 세우고, 기존 A사가 사업 회사로 남는 방식이다. 사업 회사 A사의 시총은 본업을 그대로 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2000억원이 유지된다. 문제는 B사도 상장할 경우다. B사는 A사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영업이익 100억원 반영) 시총이 1000억원이라고 해보자. 이 경우 A사와 B사를 합치면 시총이 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기업을 쪼갰다는 이유만으로 그룹 전체 시총이 단숨에 50%가 증가하는 셈이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아니다. 투자자들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우 A사와 B사 모두 기업 가치를 조금씩 할인한다. 30%씩 할인받아 각각 700억원, 1400억원 정도로 줄어든다. 그러면 기업 분할 후에도 시총은 엇비슷하게 유지된다.

카카오의 최대 약점은 이 패턴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2022년 580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가치를 계산할 때 이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다. 상장 자회사 이익을 제하고, 약 4000억원 정도의 흑자 기업으로 계산한다.

이러다 보니 상장사로서 카카오의 주력 사업은 은행이나 페이, 게임이 아니라 모빌리티, 카카오엔터(카카오픽코마 포함) 그리고 카카오 자체 사업이다. 실적이 가장 좋은 곳부터 상장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주류 사업 부문만 카카오 실적에 반영되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타다와 택시 기사 간 갈등에서 알 수 있듯이 예민한 내수 업종이라 드라마틱한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가장 관심이 쏠리는 자회사가 카카오엔터다. 최근 카카오엔터의 에스엠 인수에 카카오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환호한 배경이다.

상장 예정 기업으로 카카오엔터는 올해 초만 해도 기대감이 꺾이는 국면이었다. 카카오엔터는 웹툰 부문이 매출 비중도 가장 높고, 성장성도 크다. 하지만 2022년 4분기 우려스러운 지표가 나왔다. 카카오엔터와 일본 법인 카카오픽코마의 웹툰 성장률이 2021년 51%에서 2022년 4분기 3%로 대폭 둔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카카오엔터는 반드시 에스엠 인수가 필요했다”라고 설명한다.

카카오엔터는 네이버 사업 모델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하이브와 손잡고 BTS, 엔하이픈, 투바투 등의 소속 아티스트를 모티브로 한 웹툰과 웹소설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도 에스엠과 손을 잡고 웹툰 등 팬덤 사업을 더 키울 수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BTS 웹툰 ‘세븐 페이츠: 착호’는 전 세계 10개 언어로 동시 공개됐고 이틀 만에 조회 수 1500만 건을 기록하며 한국보다 글로벌에서 더 반향을 일으켰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스엠과 스토리 사업의 컬래버(협업)는 미국, 동남아 신흥 시장에서 큰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카카오엔터는 에스엠 인수로 올해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3700억원 달성이 예상된다.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는 각각 4조4000억원, 5000억원이다. 매출 비중은 35%가 웹툰, 30%가 K팝, 20%가 드라마, 15%가 멜론으로 추정된다. 카카오엔터는 늦어도 내년 안에는 상장할 계획인데, 증권 업계에서는 기업 가치가 16조~1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가 지난 1월 싱가포르투자청(GIC),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 등으로부터 1조1600억원을 조달할 때는 기업 가치가 11조원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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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업이 가장 좋아…논란 피하려면 해외시장 개척 필요

사실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분야는 자회사가 아닌 본사업이다. 카카오가 사업 지주회사로 영위하는 사업은 카카오톡과 포털, 커머스다. 카카오가 최근 발간한 기업설명회 자료를 보면, 카카오톡 친구 탭과 프로필 영역 트래픽은 2021년 대비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친구 1000명 이상 톡 채널 수는 지난해 5만9000개에서 올해 30만 개로 대폭 늘어 온라인 광고 점유율이 18%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카카오톡 메인 화면의 비즈보드(DA)는 워낙 많이 노출돼 파급력이 크고, 톡 채널과 알림톡 또한 카카오톡은 실제 실생활에 사용하는 이용자가 많아 광고 도달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커머스 부문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프리미엄 상품을 늘려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통신(IT) 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톡은 메인 창에만 광고를 싣고 있는데, 만약 채팅창에도 광고를 삽입하면 그만큼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며 “카카오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팝업 광고까지 띄워도 카카오톡 점유율에는 별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아주 쉽게 이익을 늘릴 수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카카오가 국내 플랫폼 부문에서만 대규모 이익을 낼 경우 이용자는 물론 정치권 압박 등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서 카카오는 3년 내 해외 매출 비중을 30%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에스엠을 제외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에스엠과 카카오엔터의 시너지 효과 현실화에 카카오 내부에서도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