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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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조회 수가 잘 나오는 것은 ‘먹방(먹는 방송)’이다. 요리를 잘하는 셰프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이런 먹을 것이 넘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해칠 정도로 심각하게 음식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학에서는 이것을 신경성 식욕부진이라고 하며, 일반적으로는 거식증이라고 부른다.

거식증 환자들은 살이 찌는 것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병적으로 체중에 집착하며, 심각한 저체중에도 불구하고 살을 빼려는 지속적인 행동을 멈추지 못한다. 그로 인해 초기에는 체중 감소, 빈혈, 구내염, 변비, 피부 건조증과 각화증, 추위를 잘 타는 등 증상이 나타난다. 나중에는 극단적인 저체중, 전해질 이상, 무월경, 탈모, 근육감소증, 골다공증, 심장 부정맥, 잦은 감염, 우울증 등 합병증이 발생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중증 식욕부진 환자는 5~18%가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신경성 식욕부진은 주로 젊은 여성들에게 많이 생긴다. 여자 청소년의 0.5~1%가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고 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10배 이상 더 많이 생긴다. 신경성 식욕부진은 한 가지 원인이 아닌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같이 작용해 일어난다. 생물학적으로는 특정 유전자나 호르몬 이상이 관련이 있으며, 정신적으로는 결벽적인 성격, 불안, 낮은 자존감, 자기 신체에 대한 불만족과 관련이 있다. 사회적으로는 최근 ‘날씬한 몸매’가 ‘자기 절제, 자기 관리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프로아나(pro-ana)’란 용어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번지면서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되고 있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아나(anorexia)를 조합한 신조어다. 모델이나 연예인이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를 선망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것으로, 거식증과 연결되기도 한다.

거식증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검사는 아직 없다. 하지만 나이와 키에 비해 체중을 정상이나 그 이상으로 유지하기를 거부하는 경우, 저체중임에도 체중 증가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보일 경우, 현재 낮은 체중의 심각함을 부정하는 경우 의사와 상담을 해 보는 것이 좋다. 여성은 적어도 3회 연속적으로 월경이 나오지 않으면 의심해봐야 한다. 거식증 환자는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운동에 집착하기도 하고 구토를 유발하고 변비약, 이뇨제, 관장제를 남용하기도 한다.

거식증 환자는 다양한 신체 이상이 동반되므로 우선 이에 대한 교정이 필요하다. 저나트륨혈증이나 저칼륨혈증은 뇌 손상이나 심장에 부정맥을 일으키기 때문에 당장 교정해야 한다. 하제와 이뇨제 복용을 중단하며 조심스럽게 식사를 교정해야 한다. 식사는 환자의 위에 부담을 적게 주기 위해 소량을 5~6번으로 나눠 제공한다. 일단 열량이 부족하므로 초기에는 복합 당질 위주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도록 하고, 서서히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를 늘린다. 식욕을 떨어뜨리는 커피 등 카페인 음료, 구토나 역류를 유발할 수 있는 강한 산성 음식이나 음료수는 피해야 한다. 적당량의 과일과 채소는 환자의 폭식을 막고 미네랄과 비타민을 공급한다.

거식증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고, 예후가 나쁘다. 5년 치료 후 완치율이 여성은 39%, 남성은 59%에 불과하므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오히려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또한 건강한 삶을 위해 균형 잡힌 식단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