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최근 급매물 거래가 늘면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7개월 만에 반등했다. 사진 뉴스1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최근 급매물 거래가 늘면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7개월 만에 반등했다. 사진 뉴스1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7개월 만에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보다 0.81% 올랐다. 실거래가지수가 상승한 것은 지난해 6월(0.23%) 이후 7개월 만이다. 예상보다 빠른 반등세다. 하지만 표본 통계는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그리고 앞으로 아파트 시장이나 분양 시장은 어떻게 될까.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반등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급락하다 보니 반등도 빨라진 것 같다. 단기 낙폭 과대로 가격 메리트를 느낀 모험적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에 나선 결과다. 이번 반등이 추세적으로 회복의 신호탄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시세는 비관의 벽을 타고 오른다고 했던가. 분명한 것은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것이고, 실거래가 기준으로 가격이 반등했다는 것이다.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417건이다. 월 100건 이상 거래된 지역이 송파구(148건), 노원구(133건), 강동구(122건) 등 세 곳이다. 이들 지역은 2030 세대가 ‘영끌’ ‘빚투’를 하거나 갭투자의 타깃이 되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수요가 몰려들면서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고금리 태풍에 하락 폭도 그만큼 가팔랐다. 많이 오르면 많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다른 지역보다 저가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많이 유입됐다. 거래는 싼 것부터 된다. 바닥권에서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싼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반등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표본조사는 여전히 하락세, 왜?

1월 표본조사를 통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78% 하락했다. 2월에도 -1.08%로 하락세를 이어 갔다. 주간으로 보면 3월 둘째 주에 전주 대비 0.16% 하락하면서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이미 반등한 실거래가 통계와 표본조사 통계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는 조사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가령 시세가 100원이라고 해보자. 급매물이 지난 12월에 95원에 팔렸다. 그 매물이 팔리니 남은 매물 가격이 96원이다. 이 매물이 1월에 팔렸다.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에서 유사 물건이 반복 거래되니 실거래가지수는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를 전수 조사해 만든다. 하지만 매매가격지수는 이미 정해진 샘플 가격 움직임을 통해 파악한다. 매매가격지수에는 거래가 안 된 대다수 아파트도 표본에 포함되어 있다. 거래 절벽 상태이던 아파트에서 거래가 하나둘씩 이뤄지면 어떻게 될까. 이제서야 시세 포착이 가능해진다. 거래 가격은 시세보다 낮을 텐데, 이럴 경우 표본조사 통계에선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표본조사 시각에서 보면 거래가 이뤄져도 그냥 시세 이하 급매물이 팔린 것뿐이다. 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매물 소화 과정일 뿐이다.

어떤 게 시장 흐름을 정확하게 읽는 것일까. 집을 사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거래가지수가 정확하다. 평상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래 절벽 속에 특정 지역만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국면이다. 실거래가지수만 보면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시장을 좀 더 정확하게 보려면 표본조사도 병행해서 봐야 할 것 같다. 오히려 거래된 곳과 거래되지 않은 곳을 모두 조사하는 표본조사가 전체 시장의 흐름을 더 잘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어서다.

非서울 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냉랭

1월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기준으로 광주, 울산, 제주도 서울처럼 상승세가 나타났다. 나머지 지역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여전히 내림세다. 경기는 전월 대비 1.3% 하락, 인천은 1%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을 제외한 지방 5대 광역시 역시 0.82%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0.79% 떨어졌다. 지역별로 온도 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전국적으로는 특히 경기와 인천 지역은 약세가 좀 더 이어질 것 같다. 다만 이미 낙폭이 컸던 지역은 추가 하락보다는 매물이 소화되면서 바닥 다지기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상품별로도 차별화 양상이 뚜렷하다. 이번 서울 반등장을 이끈 아파트는 동남권의 대단지 랜드마크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의 나 홀로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주택은 그동안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거래가 재개된다면 금리 부담만큼 하락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아직 심리나 수급지수도 미지근

조사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분위기는 다소 나아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 매매 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2.1로 전월(91.5)보다 10.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7월(95.2) 지수가 100 미만으로 내려앉은 이후 7개월 만에 100선을 회복한 것이다. 이 지수는 0부터 200까지 값으로 표현한다. 102.1은 보합권(95~114)에 속하는데 115 이상이 되어야 상승 국면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기준치 이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5.4로 전주 대비 1.3포인트 올랐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도 같은 기간 68.4로 기준치 이하다. 여전히 시장은 일부만 온기를 띠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매매 시장, 분양 시장도 차별화 심할 듯

요즘 일부 분양 시장은 청약자들로 북적인다. 미분양이 7만5000가구에 달할 정도로 소화불량에 걸렸지만, 또 한쪽에서는 과열 양상을 빚는다. 이처럼 청약 시장의 호조는 시장 체질이 달라졌다기보다는 규제 완화의 약발이 더 강한 것 같다. 바로 분양 시장에 참여하는 청약통장 개수와 추첨제 물량이 늘어난 데다 전매 제한까지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분양 시장은 무주택 가구주 중심으로 국지적 수요에 타깃을 맞춘 시장이 아니다. 서울에서도 강남 3개 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에선 가구원까지 뛰어들 수 있다. 말하자면 종전에는 대부분 가구주 통장만 쓸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배우자 통장, 아들 통장, 딸 통장까지 다 장롱에서 나오는 셈이다. 청약 수요가 더 많아진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후 서울 첫 분양 단지인 영등포구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 역시 1순위 경쟁률이 198 대 1에 달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분양가가 주변보다 1억원 싼 장점도 있지만 중소형 추첨제 물량이 60%로 높았던 게 영향을 미쳤다. 영등포구는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곳이다. 지난해만 해도 중소형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모두 가점제였다. 이제는 제도가 바뀌어 청약 가점이 낮은 1주택자들도 행운을 노리고 청약에 도전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매 제한이 대폭 완화됐다. 화제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막판에 선전한 것은 분양권 전매 1년이란 카드였다. 1년만 지나면 언제든지 웃돈을 받고 되팔 수 있게 되면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앞으로 시세 차익이 조금만 예상되는 곳이라면 전매 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 주택 경기도 안 좋은데 왜 분양 시장이 이렇게 달아오르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기존 주택 시장은 위축되는 가운데 인기 분양 시장만 수요자가 몰리는 양극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집값 전망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요즘 주택 시장은 옛날 그 시장이 아니다. 시장이 빠른 속도에 갈수록 고지능화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시장은 수시로 움직이는 유기체다. 내가 이쪽으로 움직일 거로 생각하면 어느새 다른 곳으로 달아나 버린다. 이번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반등도 생각보다 빨리 왔다. 올해 시장은 글로벌 금융 이슈나 부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출렁거릴 것이다. 올해는 고금리, 경기 침체, 역전세난 악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여전히 시장은 살얼음판이다. 이럴 때일수록 함부로 예측하지 말고 시장 흐름을 겸허하게 경청하는 오픈 마인드가 중요해진다. 전망보다 대응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말이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는 타이밍보다는 가격 메리트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