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키 호이 콴. 사진 조르지오 아르마니 공식 인스타그램

2 카라 델레바인. 사진 엘리 사브 공식 인스타그램


3 양자경. 
사진 디올 공식 인스타그램


4 판빙빙. 
사진 토니 워드 
공식 인스타그램


5 스테파니 슈. 
사진 발렌티노 공식 인스타그램


6 산드라 오. 
사진 지암바티스타 발리 공식 인스타그램


7 홍차우. 
사진 프라다 
공식 인스타그램


8 제이미 리 커티스. 
사진 돌체앤가바나 공식 인스타그램


9 앤절라 바셋. 
사진 모스키노 
공식 인스타그램


10 브렌든 프레이저. 
사진 조르지오 아르마니 공식 인스타그램
1 키 호이 콴. 사진 조르지오 아르마니 공식 인스타그램 2 카라 델레바인. 사진 엘리 사브 공식 인스타그램 3 양자경. 사진 디올 공식 인스타그램 4 판빙빙. 사진 토니 워드 공식 인스타그램 5 스테파니 슈. 사진 발렌티노 공식 인스타그램 6 산드라 오. 사진 지암바티스타 발리 공식 인스타그램 7 홍차우. 사진 프라다 공식 인스타그램 8 제이미 리 커티스. 사진 돌체앤가바나 공식 인스타그램 9 앤절라 바셋. 사진 모스키노 공식 인스타그램 10 브렌든 프레이저. 사진 조르지오 아르마니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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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시상식 룩을 ‘레드 카펫 룩’이라 부른다. 초대받은 배우와 유명 인사들이 레드 카펫 위에서 근사한 시상식 드레스와 슈트를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서는 이벤트는 영화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이번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레드 카펫 대신 샴페인 컬러 카펫이 깔렸기 때문이다. 시상식이 TV로 생중계되기 시작한 1961년부터 매년 레드 카펫이 사용돼왔던 아카데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현 케이노트 대표, 
전 보그 코리아 
패션 디렉터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현 케이노트 대표, 전 보그 코리아 패션 디렉터

아카데미 핫이슈, 샴페인 카펫 룩

이번 아카데미의 이슈였던 샴페인 카펫은 미국의 대규모 패션 행사인 ‘멧 갈라(Met Gala)’를 진행해온 멧 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울 아빌라와 패션 잡지 ‘보그’ 출신의 리사 러브의 아이디어다. 지난 몇 년 동안 아카데미는 여러 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지난해는 무대에서 윌 스미스의 폭행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시상식 진행자인 미국의 유명 방송인 지미 키멜은 “레드 카펫이 아닌 샴페인 카펫을 선택한 결정은 피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주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또한 아카데미 시상식 주최 측은 “노을 지는 해변처럼 부드러운 컬러를 원했다”고 말했다. 카펫 컬러가 밝아 참석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카펫이 더러워진 곳이 많아서 샴페인 빛이 아니라 진흙 카펫 같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앞으로 아카데미가 계속 샴페인 카펫을 유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비록 상징적인 레드 카펫은 없어졌지만 배우와 셀러브리티들의 샴페인 카펫 룩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특히 이번 아카데미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배우들은 영화뿐 아니라 시상식 룩으로도 주목받았다. 

먼저 아카데미 최초 아시아 여배우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자경은 디올의 쿠튀르 드레스를 입고 샴페인 카펫에 섰다. 다이아몬드 장식의 화이트 프린지 디올의 드레스에 티아라(tiara·작은 왕관) 스타일의 머리띠로 장식한 양자경은 모든 주요 패션 매체로부터 베스트드레서란 갈채를 받았다. 양자경은 이날 수상 소감으로 전 세계인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기도 했다. “오늘 밤 나와 같은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트로피는 희망과 가능성의 불빛이며 꿈이 실현된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여성 여러분, 그 누구도 여러분의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게 두지 마세요.” 양자경은 시상식 패션에서도 전성기가 지나지 않은, 지금도 아름다운 리즈 시절을 누리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스테파니 슈도 베스트드레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선명한 핑크의 오프 숄더(off shoulder·어깨를 드러내는 디자인) 드레스는 2023년 봄·여름 시즌 발렌티노의 쿠튀르 드레스다. 전통적인 여배우 시상식 드레스 스타일로 클래식 뷰티의 우아함을 빛냈다. 영화에서 코믹 요소가 되기도 했던 기괴하고 화려한 패션과 메이크업을 선보였던 스테파니 슈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하는 드레스 룩이었다. 여우조연상으로 첫 오스카상을 받은 제이미 리 커티스는 크리스털과 작은 금속이 섬세하게 장식된 돌체앤가바나의 코르셋 디테일 드레스를 입었다. 그녀의 드레스 컬러가 샴페인 빛이어서 제이미 리 커티스는 ‘내 드레이프(drape·커튼이며 드레스의 뜻도 있는 드레이프로 표현)와 오스카의 카펫이 매치될 것’이라는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키 호이 콴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클래식 블랙 턱시도에 프레드 레이턴 주얼리의 라펠 핀을 장식하고, 올리버 피플의 블랙 프레임 안경을 꼈다. 이번 제95회 아카데미는 영화 시상식에서뿐 아니라 시상식 패션에서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배우들이 가장 눈부신 환호와 갈채를 받은 셈이다.

선명한 비비드 컬러의 향연

레드 카펫에서 샴페인 카펫으로 바뀌며 이번 아카데미는 어느 때보다 화려한 컬러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레드 카펫과 달리 샴페인 카펫에선 블랙이나 화이트의 모노크롬 컬러, 은은한 파스텔 컬러보다 선명한 비비드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을 거라 판단한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판단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팬톤 컬러 팔레트를 보듯 선명한 컬러의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과 셀레브레이트들이 최고의 순간, 시상식 룩의 주인공들이 됐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여왕의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압도했던 앤절라 바셋은 여우조연상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선명한 퍼플 컬러의 머메이드 실루엣(mermaid silhouette·인어처럼 무릎까지 밀착되고 그 밑은 플레어로 퍼지는 실루엣) 드레스로 샴페인 카펫의 퀸으로 등극했다. 대담하면서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드레스는 모스키노이며 여기에 불가리의 스네이크 모양 목걸이를 매치시켰다. 최근 뛰어난 레드 카펫 룩으로 패션 매체들의 찬사를 받아온 모델이자 배우 카라 델레바인도 앤절라 바셋 같은 고전적인 시상식 드레스 룩을 선택했다. 디자이너 엘리 사브의 불타오르는 듯한 로즈 레드의 드레스를 입었는데, 사선의 비대칭 라인과 볼륨 넘치는 리본 장식, 호사스럽게 반짝이는 불가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1940·50년대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레드 카펫 룩을 연상시켰다. 

중국 여배우 판빙빙의 드레스도 ‘오스카 드레스’다운 드레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빛에 따라 현란한 빛을 뿜어내는 홀터넥(halter neck·팔과 등이 드러나고 끈을 목뒤로 묶는 스타일)의 시퀸(sequin·반짝이는 금속 장식) 드레스 위로 볼륨 넘치는 에메랄드그린의 오버스커트를 겹쳐 입은 스타일은 드레스 디자이너로 유명한 토니 워드 쿠튀르 2023년 봄·여름 컬렉션 룩으로, 1920년대의 화려함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또한 여배우 케리 콘돈과 산드라 오, 패션모델 위니 할로우 등은 눈부신 옐로 드레스로 아카데미의 샴페인 카펫을 환하게 톤 업시켜 주었다. 산드라 오가 입은 오렌지 옐로 주름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 것이며, 위니 할로우의 심플한 옐로 드레스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이다. 

스테파니 슈처럼 우아한 핑크빛을 선택한 여배우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주요 패션 매체들의 찬사를 이끌어낸 핑크 드레스 룩은 영화 ‘더 웨일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여배우 홍차우의 프라다 가운이다. 차이나 칼라의 슬림하게 H 라인을 이루는 새틴 드레스 뒤로 블랙 금속 장식의 깃털이 장식된 테일 스커트를 조화시켜 고전적인 여배우의 시상식 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여배우 앨리슨 윌리엄스의 지암바티스타 발리 드레스도 가장 드라마틱한 핑크 드레스 룩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재킷 가운을 걸친 듯 연출하고 넓고 길게 바닥에 퍼지는 크리놀린(crinoline) 스타일을 연출한 드레스는 판빙빙의 드레스만큼이나 드라마틱했다. 

이번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상 밖의 스토리로 전개되는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다. 아시아 여배우로 만 60세 나이에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된 양자경, 긴 침체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으로 눈부시게 재기한 브렌든 프레이저와 키 호이 콴의 감동 스토리 그리고 62년 만에 레드에서 샴페인 빛으로 바뀐 카펫까지, 아카데미 역사의 다음 챕터의 전개 또한 예측 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