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0일부터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일상생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사무실에서 가까운 명동 거리에 나가 보니 철수했던 매장들도 속속 복귀했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매장들 사이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유동 인구가 많은 메인 도로변은 불과 4m 간격으로 매장들이 붙어 있는데, 지적편집도를 보니 약 4~6m의 접도 길이를 갖는 길쭉한 세장형의 필지가 밀집해 있다. 오래전에 명동 상권이 서울의 핵심 가두 상권으로 발전하면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최소 점포 크기로 토지를 분할했기 때문이다.
명동 토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분할과 합병 가능성은 향후 부동산의 가치 증진 및 효율적 이용 관점에서 다양한 전략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부동산 투자 시, 분할과 합병 관점에서 숙지해야 할 투자 포인트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 이화자산운용 근무
분할과 합병은 왜 일어나는가
부동산(不動産).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 즉 지리적 위치가 고정돼 주식, 채권과 달리 지적 요소(용도지역, 면적, 형상, 접면도로 등)가 결정돼 있다. 또한, 고정된 위치를 중심으로 대상 부동산과 붙어 있는 이웃 부동산도 결정돼 있고, 대상이 속한 지역 및 상권도 결정돼 있다. 따라서, 부동산 임장 활동 시, 투자 대상 부동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 및 상권 분석과 더불어 대상 부동산과 붙어 있는 이웃 부동산들도 면밀히 살펴보게 된다. 분할과 합병은 부동성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토지 리모델링 과정으로 대상 토지를 쪼개거나, 인접 부동산과 합병하는 가공작업이다. 왜냐하면, 지역의 표준적 규모 및 이용 상태, 인접 필지와 관계가 대상 부동산의 장래 이용 또는 개발에 기회 또는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할과 합병의 원인은 크게 물리적, 법적, 경제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물리적 요인은 주로 건축이 가능한 토지로 가공하는 것이다. 분할과 합병을 통한 삼각형, 부정형 토지의 형상 보정, 건축허가를 받기 위한 진입 도로 확보, 분필 후 인접 필지와 교환 및 합병을 통한 형상 정형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아파트 용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개발사업이나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다수의 비정형 필지가 정형화된 한 필지의 토지로 합병되기도 한다.
둘째, 법적 요인은 부동산 관계 법령 규정, 도시계획 및 지구단위계획, 법원의 판결 등에 의해 분할과 합병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둘 이상의 용도지역에 걸치는 토지의 경우 면적이 넓은 주 용도지역의 건축 제한을 받게 되는데, 분할을 통해 일부 필지는 주 용도지역을 변경할 수 있다. 지구단위계획상 두 필지 이상이 공동 개발로 지정돼 있다면, 장래 개발 시점에 토지 합병을 예정하고 있다. 공유물 분할 소송 시에는 법원의 분할 판결 후 소유자별로 토지 분할이 진행되기도 한다.
셋째, 경제적 요인은 분할과 합병의 주된 원인으로 토지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다시 말해 가치 증진을 목적으로 일어난다. 익히 알고 있는 기획부동산들의 행태가 바둑판식 칼질을 통해 개인이 매입할 수 있는 금액대로 잘게 쪼개 토지 구매력을 높이는 방편인 것이다. 탈법과 분쟁이 만연한 기획부동산에서도 분할의 가치 증진 테크닉은 참고할 만하다. 주식은 분할 또는 병합해도 자본총계는 변하지 않으나, 부동산은 분할 또는 합병을 통해 가치증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치 증진을 위해서는 구매자의 지불 가능한 투자 규모와 함께 지역의 표준적 규모와 이용 상태도 중요하다. 부동산 가치는 주변의 표준적인 규모보다 너무 크거나 작으면 부적합에 따른 감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쪼개고, 합치고, 토지 리모델링 투자 포인트
먼저, 투자 대상 부동산의 임장 전에 인접 부동산들의 상황을 점검해 보자. 언제 얼마에 매입했는지, 신축 건물인지 오래된 건물인지, 지구단위계획상 대상 토지와 공동 개발로 지정되어 있는지, 도로에 접하지 않은 맹지인지, 여러 필지를 동일인이 소유하고 있는지를 등기부와 대장, 고시 자료 등을 통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접 필지가 맹지일 경우에는 향후 진입 도로 확보를 위해 대상 토지의 분할을 고려해 볼 수 있고, 지구단위계획상 대상 토지와 공동 개발로 지정돼 있다면 대상 부동산은 자력으로 단독 개발이 어려워 현재 이용 상태를 상당 기간 유지할 수도 있다. 또한 인접 부동산과 대상 부동산 모두 내용연수가 다한 오래된 건물이라면 향후 매각 시 합병 개발을 계획하는 매수자에게 공동 매각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임장 시에는 거시적으로 인근 지역의 표준적 이용과 규모를 분석해야 한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오피스 권역인지, 역세권 이면부 먹자 상권인지, 대학가 원룸이 빼곡한 소형주택 주거지역인지, 임장 지역의 특성과 그에 따른 표준적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핵심 오피스 권역의 경우 지하 자주식 주차장 설치가 가능한 대지면적 1322㎡(약 400평) 이상이 선호될 것이며, 대학가 주거지역은 5층 내외의 원룸 신축이 가능한 대지면적 198~330㎡(약 60~100평)가 선호될 것이다. 매입 대지의 규모가 이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면 합병 또는 분할을 통한 매입을 고려해 봐야 한다. 오피스 권역에서 대지 규모가 작아 대상 부동산만 기계식 주차장이면 임차인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중에 통합 재건축을 위해서는 인접지와 합병 개발 또는 공동 매각에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될 공산이 크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매입 후에도 건축법 등 관련 법령의 제·개정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전에는 둘 이상의 용도지역에 걸치는 토지의 경우에 가장 큰 면적이 속한 용도지역의 건폐율, 용적률을 적용했다. 그러다가 2012년 법령 개정으로 가중평균된 용적률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강남대로변 등 노선상업지역(일반상업지역, 3종일반주거지역)의 많은 필지가 부랴부랴 종전 법령을 적용받기 위해서 상업지역 면적을 살짝 과반이 되게 분필하여 건축허가를 신청하였다. 법령 개정 정보를 파악하고 건축허가를 받은 토지주는 용적률 800%에 해당하는 토지 가치를 달성했지만, 방치했던 토지주는 용적률 500% 수준의 토지 가치밖에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최소 분할 면적, 개발행위 허가사항, 접면도로 폭에 따른 건축 규모 제한 등 분할, 합병 가능성 및 절차와 관련된 건축 및 개발 관련 법령 규정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은 단독 효용만으로 가치가 형성되지 않는다. 지역의 색깔에 맞고, 인접 부동산과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제대로 가치를 발휘한다. 내 부동산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단초를 분할과 합병에서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혹시 모를 그 기회를 위해 평상시 인접 부동산 소유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