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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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말을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책들을 보면 항상 천재같이 뛰어난 멤버들이 있더라. 그런데 우리 회사는 스타 플레이어가 없어서 걱정이다.”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나는 답했다. “책은 대개 ‘엄청나게’ 성공을 이룬 회사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회사의 스토리가 팔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책을 읽다 보니 그 정도로 성공해야만 성공하는 것으로 여기고 그 회사가 수행한 방식이 유일한 성공 비결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적인 관찰에 의하면 꼭 진실은 아니다. 그런데 당신도 이러한 엄청난 성공을 추구하는가?”

그는 답했다. “아니다. 나는 규모보다는 단단하고 지속 성장하는 회사를 원한다. 유명해지려고 사업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그랬더니 반문한다.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게 더 좋을 수 있다니?”

​“우리는 사람에 대한 약간의 미신이 있다. 뛰어난 인재가 확보돼야 사업이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엄청난 성공을 이루려면 뛰어난 인재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엄청난’이란 생각을 버리면 다른 길도 있다. 사실, 단단한 사업이란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들어와도 지속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다. 당신이 현재 뛰어나 보이지 않는 임직원의 협력으로도 꾸준히 성장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충분히 훌륭한 회사를 이루어낼 수 있다. 똑똑한 사람들만이 들어와야 돌아갈 수 있는 사업, 똑똑한 몇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업은 오히려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만나본 단단한 회사들의 공통점은 오히려 스타 플레이어들이 없다는 것이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없다 보니 누가 입사해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오히려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줬다.

​나의 과거 벤처 경험을 돌이켜봐도 마찬가지다. 함께한 사람 중 대단히 뛰어난 사람은 없었다. 다들 평범하지만 성실하고, 협력하고, 배우려 했다. 이런 멤버로도 충분히 힘을 내고 몇십억~몇백억원 정도의 매출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다. 뛰어나다는 사람을 스카우트(발탁)한 적이 있는데, 오히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팀워크를 파괴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또한 뛰어난 사람은 시스템을 만들기보다 자기 개인 역량에 기반해 일하는 경향 또한 강했다. 이에 그 사람이 갑자기 이직을 할 경우 어려움이 더 컸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에서의 경험도 유사했다. 대단한 사람들이 조직에 없어도 비즈니스 모델과 팀워크, 시스템이 좋을 경우 꾸준히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확인했다.

물론, 엄청나게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조금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세상을 혁신하는 획기적인 사업을 만들 수도 있다. 기업 또한 특정 영역의 역량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 스타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라면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도 충분히 성장하고 이익을 내는 사업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인재를 영입하기 어려운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이것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최고의 인재와 함께하며 비범한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도 좋지만 평범해도 성실하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비범한 성과를 내는 것이 경영자에게 훨씬 더 현실적이며 보람 있는 성취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