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네트워크의 과학
콜드 스타트
앤드루 첸│홍경탁 옮김│알에이치코리아│3만5000원│508쪽│4월 7일 발행

2012년 출시된 글로벌 온라인 데이트 앱 틴더는 어떻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앱이 될 수 있었을까. 틴더와 같은 비대면 데이트 매칭 서비스는 출시 단계에서 사용자를 모으기가 까다롭다. 여러 계층의 사용자를 동시에 끌어들여야 하는 데다, 많은 이가 데이트 앱 이용자라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 하는 만큼 바이럴(입소문) 마케팅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틴더는 상대에게 호감이 있으면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해 간단히 호감을 표하는 새로운 기능을 만들었음에도 초기 성장이 느렸다. 개발자들이 개인적으로 친구들에게 홍보했음에도 사용자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처럼 신상품이 사용자가 없는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을 ‘콜드 스타트 문제’라고 한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 우버의 성장을 이끈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한 글로벌 기업들의 비결이 ‘네트워크 효과’라고 강조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다수의 사람이 어떤 서비스를 소중히 여길수록 서비스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더욱 많은 사용자가 참여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틴더는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열린 파티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틴더는 교우 관계가 넓은 학생의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파티장, 음식, 버스 등 모든 것을 지원했다. 대신 단 하나, 파티 참여를 위해 ‘틴더 앱’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파티에 참여한 이른바 ‘인싸(insider·인기가 많은 사람)’들로 이뤄진 소규모 네트워크들이 차례로 생성되자, 가입자가 대폭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슬랙, 트위치, 줌, 드롭박스, 우버, 에어비앤비,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및 직원 등과 인터뷰한 뒤 네트워크 효과가 만들어지는 5단계 과정을 정리했다. 1단계는 ‘콜드 스타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안정적이고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초기 고객 집단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2단계는 1단계에서 구축한 네트워크가 성장하며 도미노처럼 퍼져가는 ‘티핑 포인트’다. 앞서 소개한 틴더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3단계는 ‘이탈 속도’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해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과정을 말한다. 4단계는 확대되던 네트워크가 바이럴 마케팅 확산의 둔화, 시장 포화 등으로 성장이 둔화하는 ‘천장’, 5단계는 기업 고유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는 ‘해자’ 단계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콜드 스타트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 않고 반복된다는 것이다. 2021년 1월 국내에 출시되며 ‘반짝’ 흥행했던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가 그 예시다. 클럽하우스는 누군가 초대해줘야만 입장할 수 있고 초대장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폐쇄성’과 정체된 콘텐츠가 아닌 음성 대화로 나눌 수 있는 ‘즉시성’으로 이용자들을 홀렸었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클럽하우스에서 대화를 나눴고, 국내에서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승건 토스 대표 등 트렌드에 민감한 주요 인사들도 소통 행보에 나설 만큼이었다. 하지만 유명인이 떠나자 사람들의 관심이 급감했고, ‘음성 기반 소통’이라는 신선함도 시간이 갈수록 퇴색되면서 이용자 수가 급감했다. 

반면 세계 최대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는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 ‘하드 사이드(네트워크에서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소수의 인원)’ 덕분에 성공 궤도를 달리고 있다. 하드 사이드는 기업에 기여하는 바가 많은 만큼 붙잡아두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원하는 대가를 제공해야 한다. 위키피디아 콘텐츠 창작자는 커뮤니티 내에서의 사회적 반응으로 이 욕구를 충족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결국 네트워크 효과를 지속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네트워크 상품의 경우, 네트워크의 선별이 그 상품의 설계만큼이나 중요하다. 누가 이 네트워크에 있을까. 왜 이곳에 있을까. 서로 어떤 식으로 소통할까. 무엇이 우리 네트워크에 최선일지를 생각하는 세심한 관점에서 시작한다면 네트워크의 매력, 문화, 궁극적인 궤적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원가부터 영업까지 길고 독한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전략
인플레이션에 베팅하라
헤르만 지몬·유필화│쌤앤파커스│2만2000원│304쪽│3월 22일 발행

지난 30년간의 물가 안정기가 끝나고 1970년대 이후 최고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우리 곁에 왔다. 인플레이션 속 기업은 어떻게 기회를 잡아야 할까. 물가와 금리가 요동칠 때 기업이 어떻게 프라이싱 파워를 높일지 가격, 영업, 재무, 인사 등 분야별로 세세한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변화된 디지털 시대의 고객 가치와 가격 결정권에 대한 근본적인 원칙을 환기시킨다.

우리의 문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바츨라프 스밀│강주헌 옮김│김영사│2만2000원│492쪽│3월 9일 발행

현대인은 어느 시대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도시화·기계화로 우리 사회의 기반이 되는 식품, 원자재, 상품 등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이해 부족으로 기후 위기로 세계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예언에 휘둘린다. 저자는 명확한 데이터를 추적하는 특유의 서술 방식으로 현대 세계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바이러스 등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도록 한다.

나이키 조던의 부사장이 전하는 성공적인 삶의 비밀
인생 설계자의 공식
하워드 H. 화이트│김미정 옮김│한국경제신문│1만7000원│276쪽│3월 2일 발행

메릴랜드대의 주목받는 농구 선수였던 저자는 경기 도중 무릎 부상으로 은퇴했다. 이후 절망하지 않고 직접 론칭한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 조던’의 부사장이 됐다. 이후 저자는 나이키의 지원을 받아 수많은 이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자기 계발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멘토로 활동하며 얻은 수많은 데이터를 집약해, 삶을 만족스럽게 바꿀 노하우를 제시한다.

미국의 100개 팩트로 보는 새로운 부의 질서와 기회
표류하는 세계
스콧 갤러웨이│이상미 옮김│리더스북│1만9800원│324쪽│4월 1일 발행

지정학적 갈등과 미국 중심 패권의 위기, 양극화와 내부 분열이 빠르게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저자는 허물어지는 세계 질서와 관련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100가지 통계를 활용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대한민국의 운명을 보여주기도 한다. 새로운 부의 질서와 기회를 포착하는 첫걸음을 딛도록 안내한다.

역사를 바꿔 나간 12명의 매혹적인 반전
최준영의 교과서 밖 인물 연구소
최준영│EBS BOOKS│1만7500원│324쪽│2월 28일 발행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헬렌 켈러, 조지 워싱턴 카버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익숙한 인물들의 색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오늘날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기술은 의외의 인물에게서 탄생했고, 어느 곳에서 영웅이라고 칭송받는 인물은 다른 곳에서는 범죄자로 손가락질받기도 했다. 위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뻔한’ 이미지를 배제했다.

탐욕: 우리 자신과 지구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
(Ravenous: how to get ourselves and our planet into shape)
헨리 딤블비·제미마 루이스│프로필북스│16.03달러│332쪽│3월 23일 발행

식량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지구상의 혁신적·파괴적 산업 중 하나가 됐다. 사회를 지탱하는 동시에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곤 한다. 식습관과 관련한 질병은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됐고, 식량 시스템으로 인한 환경 피해는 지구를 황폐화해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 저자들은 현대 식단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며 식품 시스템의 재앙에 대응하는 법을 소개한다.

이주형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