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오광진
에디터 오광진

“예금을 모든 고객이 동시에 빼지는 않구나. 이 돈을 놀리긴 아까운데.” 은행이 예금을 대출로 운용하는 지금의 은행업 모습을 갖게 된 건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밀라노의 은행가 덕분입니다. 그전엔 고객의 금을 대신 보관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한편 고객의 해외 교역 상대에게 지급 결제 서비스를 해주는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은행은 예금 일부만을 남겨놓고 나머지는 대출이나 증권 투자 식으로 운용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고객이 은행에 처음 맡긴 돈보다 많은 통화가 경제에 유통되는 혁신이 일어납니다. 문제는 모든 고객이 예금을 빼려고 할 경우입니다. 평소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은행이 예금을 못 돌려줄 것 같은 불안감이 확산되면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이 발생합니다. 합리적 의사 결정보다는 심리적 영향이 큽니다. 지난 3월 중순 40년 된 실리콘밸리은행(SVB)을 40시간 만에 파산시킨 뱅크런은 이 같은 은행의 태생적 리스크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번 커버 스토리 ‘뱅크런의 공포’는 경제 위기 때마다 반복돼온 뱅크런의 원인과 클릭 한 번으로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디지털 뱅킹 시대 초고속 뱅크런의 출현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탐욕입니다. 단기로 예금을 받아서 대출이나 채권 투자를 장기로 운용하면 은행이 버는 차익이 커집니다. 하지만 자금 조달과 운용의 미스매치는 유동성 리스크를 부각시킵니다. 2022년 초 기준 미국 은행의 자산 24조달러 가운데 국채 같은 장기 증권은 6조달러로 25%에 달했습니다. SVB는 이 비중이 55%에 달합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가격 급락에 취약한 구조가 뱅크런을 촉발시킨 겁니다. 1997년 외환 위기 때 종합금융회사(종금사)를 취재하던 기자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위기의 원인은 외화 자금을 단기로 빌려 장기로 운용하는 미스매치로 고수익을 올리는 구조였습니다. 종금사의 자금난은 기업 대출 회수로 이어져 실물경제 위기로도 이어졌고, 이는 다시 종금사 뱅크런으로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국내 금융 위기 진원지 후보로 거론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경우 증권사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자금 조달과 운용 간 미스매치 문제가 오래전부터 거론돼왔습니다. 은행 위기의 차단,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READER'S LETTER

혁신으로 수출 위기 타개해야

올해 3월까지 반년 연속 수출이 줄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전문가들 조언처럼 결국 한국에 필요한 것은 혁신으로 보인다. 과거 의류와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던 한국이 지금은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한 것처럼, 활로를 꼭 찾을 것이다.

-최성현 방산 업체 근무

READER'S LETTER

중국 밖에 기회가 있다

중국이 올해 한국의 무역 적자 1위 국가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한국이 중국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중국 밖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호주 사례처럼 한 국가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더 다양한 국가로 수출을 늘려야 다시 한번 무역 위기가 왔을 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신보라 주부

READER'S LETTER

수출 품목 다변화 필요성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자랑스러운 사실이었지만, 그 사실에 심취해 있었던 것 같다. 무역이 반도체에 너무 의지한 결과, 반도체가 흔들리니 전체 무역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반도체 외 산업에서 주요 수출 품목을 키울 수 있도록 강력하게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송낙영 회사원

오광진 편집장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