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 수상자들. 사진 조선비즈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 수상자들. 사진 조선비즈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 현장에는 수백 명의 관객이 모였다. 사진 조선비즈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 현장에는 수백 명의 관객이 모였다. 사진 조선비즈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조선비즈 대한민국 주류대상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주종별로 진행되는 다른 대회와 달리 모든 술을 망라하는 주류대상은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 품평회다. 필자도 2016년 3회부터 심사위원으로 활동해왔는데 주류대상이 우리 술 시장과 소비자의 성숙도를 반영하며 양적 및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매년 실감하고 있다. 올해 출품작 수는 역대 최다인 1004개 브랜드, 그중 와인은 573개로 작년 대비 32% 증가했다. 특히 미수입 와인이 대폭 늘었다는 점에서 주류대상이 앞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 대회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 올해 주류대상에서 부문별로 최고점을 받은 ‘베스트 오브 2023’은 어떤 와인들일까. 지금부터 하나씩 만나보자.

구대륙 레드 와인
일 마토 델레 지온카이에
(Il Matto Delle Giuncaie)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파토리아 다니엘라(Fattoria Daniella) 와이너리가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 싱글 빈야드 와인이다. 갖가지 베리 향이 토스카나의 따스한 햇살처럼 감미롭고 벨벳 같은 질감이 입안을 부드럽게 채운다. 은은한 꽃 향이 세련미를 더하고 산뜻한 산미는 와인에 경쾌함을 부여한다. 육류와 즐겨도 좋지만, 토마토소스를 얹은 미트볼이나 볼로네제 파스타 또는 피자에 곁들이면 이탈리아 특유의 풍미를 한층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신대륙 레드 와인
나인 햇츠 메를로
(Nine Hats Merlot)

나인 햇츠는 미국 워싱턴주의 프리미엄 와이너리인 롱 섀도스 빈트너스(Long Shadows Vintners)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들을 따로 묶어 출시한 시리즈다. 이 중 메를로는 자두와 블루베리 등 과일 향이 풍부하고 흙과 초콜릿 같은 복합미가 우아한 와인이다. 질감이 매끄럽고 신맛이 강하지 않아 묵직하고 부드러운 와인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돼지갈비나 찜닭처럼 달콤하게 간장 양념한 고기 요리와 즐기기 좋은 스타일이다.

구대륙 화이트 와인
구스타브 로렌츠, 리슬링 퀴베 파티큘리에
(Gustav Lorentz, Riesling Cuve′e Particulie`re)

구스타브 로렌츠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200년 동안 와인을 만들어온 와이너리다. 퀴베 파티큘리에는 이 와이너리의 포도밭 중에서도 우수한 곳에서 생산된 리슬링을 모아 만들었다. 레몬, 복숭아, 살구, 파인애플 등 풍성한 과일 향과 산뜻한 신맛의 조화가 압권이다.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지만, 특히 한식과 궁합이 좋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특별한 날 한정식과 함께 즐길 와인을 찾는다면 이 와인을 선택해 보자.

신대륙 화이트 와인
라 호야, 리제르바 소비뇽 블랑
(La Joya, Reserva Sauvignon Blanc)

칠레의 콜차구아(Colchagua) 밸리에 위치한 라 호야는 지속 가능 농법으로 친환경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건강한 자연에서 생산됐기 때문일까. 이들이 만든 리제르바 소비뇽 블랑에서는 유난히 신선함이 돋보인다. 자몽과 복숭아 등 과일 향이 싱싱하고 상큼한 레몬그라스 향이 와인에 생동감을 더한다. 샐러드나 쌈밥 같은 채소 요리에 곁들여도 좋고 채소 튀김과 즐기면 기름진 뒷맛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스파클링 와인
버나드 론클라스, 블랑 드 블랑 브뤼
(Bernard Lonclas, Blanc de Blancs Brut)

1976년에 설립된 버나드 론클라스는 역사는 길지 않지만 실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샴페인 하우스다. 블랑 드 블랑이란 100% 샤르도네로 만들었다는 뜻. 청포도로만 만든 샴페인이어서 상큼함과 우아함이 남다르다. 곱고 섬세한 기포에서 레몬, 자몽, 사과, 복숭아 등 과일 향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입안에서는 싱그러움이 한가득 차오른다. 식전주로 마셔도 좋지만 해산물과도 잘 어울리고 육회처럼 가벼운 고기 요리와도 잘 맞는다.

로제 와인
크로닉 셀라, 핑크 페달스
(Chronic Cellars, Pink Pedals)

크로닉 셀라는 캘리포니아주 파소 로블스레스에 자리한 와이너리다. 제일 좋은 포도만 골라 와인을 만들 정도로 고품질을 지향하지만 레이블에는 위트와 유머가 가득하다. 이들이 만든 핑크 페달스는 그르나슈(Grenache) 100%로 만들었다. 그르나슈는 세계 최대 로제 생산지인 프로방스 지방의 주품종이기도 하다. 딸기, 복숭아, 멜론 등 싱싱한 과일 향과 산뜻한 보디감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모든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지만 안주 없이 시원하게 와인만 마시기에도 좋은 스타일이다.

내추럴 와인
넬레만, 템프라니요-모나스트렐
(Neleman, Tempranillo-Monastrell)

넬레만은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네덜란드 와인메이커인 데릭 넬레만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다. 그는 ‘세상을 구하는 좋은 와인’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유기농과 비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템프라니요-모나스트렐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토착 품종 두 가지를 블렌딩해 만든 레드 와인이다. 딸기, 라즈베리, 체리 등 과일 향이 신선하고 꽃과 허브 향이 우아함을 더한다. 보디감이 무겁지 않고 질감이 매끈해 한여름에 즐겨도 좋다. 김치볶음밥처럼 매콤한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주정 강화 와인
버메스터, 소토 보체 리저브 루비 포트
(Bermester, Sotto Voce Reserve Ruby Port)

버메스터는 17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긴 역사를 자랑하는 포트와인(주정 강화) 회사다. 프리미엄급 포트를 잘 만들기로 유명하지만, 이들이 만든 루비 포트는 저렴한 가격으로도 포트의 감미로움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농익은 야생 베리의 아로마가 가득하고 여운에서는 달콤한 과일 향이 끝없이 입안을 맴돈다. 치즈나 초콜릿과 함께 디저트로 즐겨도 좋지만,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와인과 탄산수를 넣어 가볍게 마셔도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