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등 뒤에 서 있는 유령 같다. 거기에 존재한다는 건 알지만, 다들 그걸 보려 하지 않는다.” 리처드 휘트먼(Richard Whitman) 영국 켄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영국 정치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합니다.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당시 영국 총리가 재집권을 위한 총선에서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이듬해 국민투표가 실시됐지만 이젠 브렉시트를 거론하는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커버 스토리 ‘브렉시트 3년의 그림자’는 2020년 1월 브렉시트 발효 이후 EU에 분담금을 내지 않게 된 영국이 이의 아홉 배에 해당하는 경제 손실을 겪을 만큼 경제 후폭풍에 시달리는 현실을 들여다봤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유럽의 관문이자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쇠락하고, 올해 G7(주요 7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될 정도입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이 브렉시트를 두고, “금세기(今世紀) 여러 나라가 한 행위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질타하는 이유입니다. 

국민투표에서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 제국에 대한 향수가 강한 고령층과 EU 가입 후 수혜층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이 브렉시트를 지지했었다고 합니다. ‘고립되면 망한다’는 경고가 정치권의 포퓰리즘 구호에 막혀 먹히지 않은 겁니다. 

그런 정치권이 지금은 브렉시트에 눈과 귀를 닫고 있습니다. 휘트먼 교수가 얘기한 ‘너무도 중요한 문제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다루려 하지 않는 아주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브렉시트가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 같은 존재가 됐다’는 CNN의 분석 역시 맥을 같이합니다. ‘누구의 눈에나 뻔히 보이지만 정작 말하기는 꺼리는’ 방 안의 코끼리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겁니다. 

브렉시트가 유행어에서 금기어로 바뀌는 현실은 국가의 명운보다 정당의 이익에 매몰된 정치의 가벼움을 절감하게 합니다. 정당의 이익을 위해 증오를 양산하는 한국 정치도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포퓰리즘에 기댄 정치의 가벼움이 국운의 쇠락을 이끌 수 있음을 브렉시트의 후폭풍에서 읽게 됩니다.

READER'S LETTER

은행 리스크 관리 중요성 재확인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굴지의 글로벌 은행뿐 아니라 한국 새마을금고 등 전 세계 금융권에 여파가 미치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문가들의 진단처럼 관행적인 은행 자산 가치 평가 방식을 재점검하고 자금 조달과 운용 간 미스매치 문제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다할 기회가 됐으면 한다.

-박지원 회사원

READER'S LETTER

뱅크런 반복 끊어낼 수 있길

SVB 파산은 예금자들이 단 하루 만에 엄청난 돈을 빼간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으로 촉발됐다. 지난 호에서는 뱅크런이 역사적으로 반복됐음을 알 수 있었다. 디지털 뱅킹 발전으로 예금 인출이 쉬워진 상황에서 뱅크런은 또다시 발생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제는 이런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김경희 교사

READER'S LETTER

제조는 물론 금융도 고객 심리 컨트롤 중요

SVB 파산을 통해 은행의 태생적 리스크인 뱅크런을 이해할 수 있었다. 뱅크런은 금융시장 충격, 은행 건전성 악화 등으로 고객이 은행을 믿지 못할 때 발생한다. 은행 부실은 물론 고객의 심리적 불안도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상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은 물론 금융업도 고객의 심리를 잘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병수 회사원

오광진 편집장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