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타 드수자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HR 및 CSR 부문 사장 
인도 뭄바이대 경영학·법학, 전 굿이어 
타이어&러버컴퍼니 EMEA 지역 HR 부사장, 
전 베카르트 CHRO(최고인사책임자) 사진 라지타 드수자
라지타 드수자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HR 및 CSR 부문 사장
인도 뭄바이대 경영학·법학, 전 굿이어 타이어&러버컴퍼니 EMEA 지역 HR 부사장, 전 베카르트 CHRO(최고인사책임자) 사진 라지타 드수자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하 ST)는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도 약간 독특한 지위를 가진 기업이다. 인텔, 삼성전자처럼 설계와 제조를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지만 딱히 회사를 대표하는 제품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한다. 일각에서는 ST를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반도체 백화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ST는 다양한 영역에 걸쳐 반도체 설계 자산,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오래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반도체 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ST의 실적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26% 증가한 161억달러(약 21조원)로 전망치를 웃돌았다. 올해 매출 전망치 역시 178억달러(약 23조원) 수준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T의 주요 매출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전기차 시장이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고성장을 거듭하면서 집중적인 수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라지타 드수자(Rajita D’souza) ST 인사(HR) 및 사회 공헌(CSR) 부문 사장은 4월 10일 인터뷰에서 ‘사람 중심 경영’을 ST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것이 ST가 자사의 DNA로 강조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의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드수자 사장은 “ST에 지속가능성이란 기술을 통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것이고 기술을 개발해 고객사들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사람과 지구를 우선순위로 삼아 반도체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자 해왔고 이 같은 노력은 30여 년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 경영 역시 구호로 그치지 않고 기업 운영의 토대로 삼고 있다.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 국면에서 근무지로의 복귀가 대세인 지금 ST는 여전히 주 40시간 근무에 재택근무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드수자 사장은 “ST는 세계 각국에서 업무 환경의 유연성을 위해 재택근무 정책을 가져가고 있으며 주 40시간 근무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며 “필요에 따라서는 근무 환경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가져가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할 수 있도록 근로 시간을 적절하게 조정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ST는 프랑스, 이탈리아 고용협회에서 ‘최우수 고용기업(Top Employer)’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블룸버그 성평등 지수(Bloomberg Gender-Equality Index)’ 평가에서 성평등 분야 리더 기업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ST가 각종 첨단 센서부터 마이크로컨트롤러(MCU), 파워칩 등 다양한 반도체 품목을 생산할 수 있는 비결도 곳곳에 분포한 핵심 인재들의 역량에 기반한다. 드수자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인텔 등 대형 IDM들을 괴롭히고 있는 인력 유출 문제와 관련한 ST의 해법으로 ‘리더십 모델’을 꼽았다. 그는 “리더십 모델은 특히 회사가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가는 전략이자 프로그램”이라며 “특정 조직의 수장이나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더라도, 혹은 반도체 업계 환경이 급변해도 리더십 모델은 시스템적으로 변화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드수자 사장과 일문일답.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본사. 사진 ST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본사. 사진 ST

삼성전자나 인텔 등 다른 반도체 회사가 DNA로 ‘혁신’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ST는 늘 ‘지속가능성’을 말해왔다. ST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에게 지속가능성이란 기술을 통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기술을 개발해 고객사들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과 지구를 우선순위로 삼아 반도체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 ST에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30년간 지속가능성은 ST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 문화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지속가능성의 개념도 30년간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진화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ST는 에너지, 물, 가스 사용을 줄이는 툴, 장비 등에 투자하는 것이 단순히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에너지 사용 절감에 투자했을 때 투자 회수 기간이 평균 3년 정도라는 것을 발견했고, 에너지 소비 폐기물을 줄여왔다. 그래서 반도체 기업으로는 최초로 2027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한 경영 방식이 결과적으로 반도체 신기술 개발에도 선순환 효과를 발휘했다는 말인가.
“ST는 반도체 제품을 혁신해 저탄소, 에너지 효율 제품군을 늘리고 지속가능성이 사회적 차원으로도 환원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제품이 나온 것이다. ST의 경우 제품의 67%가 리스폰서블(Responsible) 프로덕트로 분류되는데, 이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지원하는 검증된 제품을 의미한다. ST는 기술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반도체 기술은 청정하고, 안전하고, 스마트한 사회로 전환하는 핵심 동력이기도 하다.”

최근 각국 반도체 회사들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ST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ST는 사람을 회사 비즈니스 전략의 중심에 둔다. 직원들의 창의성이 회사가 내세운 목표 달성의 필수 동력이다. 따라서 직원들이 민첩성, 생산성 등을 발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고의 인재들을 회사로 끌고 오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가진 기대를 반영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ST는 세계 각국에서 근무지로 복귀가 대세인 것과 달리 업무 환경의 유연성을 위해 재택근무 정책을 가져가고 있으며 주 40시간 근무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근무 환경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가져가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할 수 있도록 근로 시간을 적절하게 조정해 줘야 한다.”

ST가 인재를 빼앗기지 않는 노하우가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 모델이다. 리더십 모델이란 것은 조직에서 필요한 공통적 요구 사항을 행동 지침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리더십 모델은 특히 회사가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가는 전략이자 프로그램이다. 특정 조직의 수장이나 CEO가 바뀌더라도, 혹은 반도체 업계 환경이 급변해도 리더십 모델은 시스템적으로 변화가 없어야 한다. 회사가 3년, 5년 등 일정 기간 후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연결돼 있는 것이다. 그걸 위해 ST는 리더들의 행동 지침을 아예 규정해 놓았다.”

지속가능성을 30년 동안 강조한 기업은 흔치 않다. 조언이 있다면.
“리더십이 핵심적이다. 인재, 환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타협 없이 이를 추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소수의 경영진 몇 명이 이뤄낼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인사를 담당하는 HR 부문을 중심으로 큰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인사 부서는 결국 회사의 리더십을 개발하는 곳이다. 기업 문화와 직원들에 대한 복리 후생 등 새로운 시대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서는 리더십 모델을 완전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Company Info

회사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본사 스위스 제네바
설립 연도 1987년
창업자 장 마크 쉐리 사장 겸 CEO
주요 사업 분야 스마트 모빌리티, 전력 및 에너지, IoT 및 커넥티비티용 반도체 설계·제조
매출액 161억달러(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