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4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열린 
집값 작전세력 근절 대책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4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열린 집값 작전세력 근절 대책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최근 아파트값 하락 폭이 줄어들고 거래량이 늘면서 때 이른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급등과 맞물려 심각한 침체 국면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에 미세하지만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거래절벽을 넘어 거래실종이라는 말이 당연시됐던 아파트 시장에 국지적이지만 급매물이 소진되고 정상 매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가격이 오른 매물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각종 언론을 통해 집값 바닥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는 서울특별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총 9510가구)를 살펴보면, 지난해 하반기 15억~16억원대에 거래됐던 전용 84㎡의 경우 채 몇 달도 지나지 않아 2억~3억원이 오른 18억~19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물론 한때 매매가가 23억원까지 찍었다는 걸 감안하면 아직도 수억원이 하락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집값이 바닥을 찍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근거이기도 하다. 더욱이 내 집 마련의 적기를 찾고자 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생각하면,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일각의 주장을 결코 가벼이 무시할 수도 없다. 내 집 마련의 적기가 부동산 시장의 저점(바닥)과 매우 밀접함을 감안하면 집값 바닥 논쟁(집값 바닥론 vs 집값 반등 시기상조론)의 근거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집값 바닥론 vs 집값 반등 시기상조론

1·3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조금씩 증가하고 급매물 소진과 함께 정상 매물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집값 바닥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집값 바닥 논쟁은 이미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쪽과 집값 반등은 시기상조라는 쪽으로 나뉜다. 먼저 집값 바닥론을 내세우는 사람들의 근거를 살펴보면, 최근 집값 하락 폭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지적으로 주택 매매 거래량이 증가했으며, 시중은행들의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택 매매 시장의 소비심리지수 역시 하강 국면을 벗어나 보합 국면 내지 상승 국면으로 전환했고, 서울 지역 분양 시장도 두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집값 반등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근거를 살펴보면, 최근 주택 매매 거래량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예년 평균 대비 한참 뒤지는 수준이고, 집값이 반등 상승했다고는 하나 이 역시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착시현상으로 볼 수 있으며, 미국이 여전히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어 아직은 추세적 금리 인하로 단정 짓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아울러 집값이 크게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거품이 많이 들어가 있으며, 주택 시장 순환 주기(10년 주기설, 5년 주기설 등) 측면에서 보더라도 최소 기간을 감안할 시 저점을 논하기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점을 들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 뉴스1

내 집 마련의 적기 알려주는 부동산 시장 저점 신호들

집값 바닥 논쟁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내 집 마련의 적기를 알려주는 부동산 시장의 저점 신호들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주택 매매 거래량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가격은 속여도 거래량은 속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거래량은 부동산 시장이 저점임을 알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다. 먼저 급매물 내지 급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이어서 정상 매물이 하나둘 거래되는 모양새를 보인다. 만일 월평균 주택 매매 거래량이 증가 또는 유지될 수 있다면 향후 상당 기간 주택 시장은 안정적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주택 매매 거래량 증가가 기저효과 내지 착시효과에 따른 단발성 내지 일회성에 국한돼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로 서울의 경우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 홈페이지를 통해 부동산 유형별(아파트·단독, 다가구·다세대, 연립·오피스텔 등) 거래량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 매매 거래량 증가 추이를 통해 내 집 마련의 적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

둘째, 전세가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의 비율을 말하는데, 통상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상승기에 전세보증금을 안고 사는 갭투자가 성행하는 것도 이와 관련 깊다. 다만 전세가율은 지역에 따라, 개별 단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난 수년간의 지역별 평균 전세가율을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60~70%대, 지방 70~80%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다르다. 전세가율이 주택 시장 초약세로 인해 최소 10%포인트 이상 낮아진 것이다. 실제로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곳도 생겨났다. 지난 수십 년간 전세난으로 고전해왔던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다. 급등한 전세자금대출 금리, 초유의 빌라왕 사태, 역전세 및 깡통전세 확산, 경기침체 심화, 주택 시장 약세 전환에 따른 갭투자 급감, 국지적 입주물량 증가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내 집 마련의 적기를 전세가율 반등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셋째, 금리 변수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금리는 담보대출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요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공급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악재 요인으로, 금리 인하는 호재 요인으로 여겨진다. 금리 변수는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분류되는데,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도 급격한 금리 인상과 맥을 같이한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금리는 이제 하향 안정세로 접어든 모양새다. 최근 한국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3.5%)를 동결시키고 있고, 시중은행들 역시 신규 주택 담보대출 금리와 전세 담보대출 금리를 낮춰 제공하기 때문이다. 만일 하반기 이후에도 대출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한다면 내 집 마련의 적기가 다가왔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정부 정책의 방향성과 지속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래절벽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극심한 침체 국면을 보였던 부동산 시장에 최근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게 된 데는 무엇보다 1·3 부동산 대책의 공이 컸다. 정부가 새해 벽두 발표한 1·3 부동산 대책은 애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었다. 특히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기준 폐지, 실거주 의무 폐지, 무순위 청약 자격 요건 완화 등은 신규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 전략에 큰 힘을 실어줬다. 아울러 정부가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1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고정금리 & 저금리)의 경우 인기몰이를 하면서 주택 매매 거래량 증가에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요컨대 정부 정책의 방향이 부동산 규제 완화 쪽을 향해 있고 그 지속성마저 보인다면 내 집 마련의 적기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