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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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리더를 만났다. 그의 왈. “많은 직원이 참 일을 못해서 답답해요.” 일을 못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물었다. “제 말을 잘 못 알아들어요.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엉뚱하게 (이해)하기도 하고요. 방향과 목표에 대해서도 연초에 분명히 선포하고 설명했는데도 잘 모르네요.”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엘리자베스 뉴턴(Elizabeth Newton)이라는 심리학자는 ‘두드리는 자와 듣는 자(Tapper and Listener)’라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한 사람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박자에 맞춰 탁자를 두드리고, 다른 사람은 그 소리를 듣고 음악을 맞추는 간단한 게임이었다. 두드리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캐럴과 같이 누구나 아는 노래를 이어폰으로 들려준 다음 박자와 리듬에 맞춰 탁자를 두드리게 했다. 그리고 듣는 사람은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만으로 그 노래의 제목을 맞추게 했다. 120곡을 들려줬다.

얼마나 맞췄을까? 실제 제목을 맞춘 곡의 비율은 단 2.5%였다. 그러면 두드린 사람은 상대가 얼마나 맞출 것으로 추정했을까? 무려 50%였다. 이 실험은 두 가지 통찰을 준다. ① 내가 타인이 알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은 잘 모른다. ② 내가 주는 신호는 상대에게 생각만큼 잘 전달되지 않는다. 당신은 ‘내가 이 정도 말하면 상대가 50%는 알아들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2.5%밖에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은 자신이 하는 말이나 보여주는 시그널(신호)만으로도 상대가 잘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리더들도 이런 오해를 하고 연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오해를 많이 한다. 내가 이 정도 시그널을 줬으면 상대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는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른다. 상대가 무슨 뜻으로 이야기했는지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간혹 상대의 작은 시그널을 가지고도 상대가 주는 메시지를 포착하는 달인들이 있다. 이런 달인들은 조직에서도 센스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잘못 빠지면 아첨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달인이 예외임을 기억하시라. 2.5%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다. 대개는 자신이 한두 번 이야기하거나 애매하게 말하면 상대는 무슨 말인지 모른다. 

피드백도 구체적으로 주지 않으면 잘 모른다. 리더들은 한마디 하면 금방 알아들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게 알아듣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피드백을 주는 방식은 감정을 절제하고 강한 피드백일수록 이후 다독거림이 필요하다. 

목표나 방향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연초의 리더의 연설이나 메일 하나를 일 년 내내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다. 100번을 말해야 리더가 말한 목표와 방향이 조직에 스며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개떡같이 말하는 것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경우는 2.5%라는 것을 기억하라. 대개는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듣는다. 그러므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그리고 중요한 것일수록 지나칠 만큼 반복하라. 탁자를 두드리지 말고 노래를 불러라. 그러면 상대는 당신의 곡이 무슨 곡인지 알아차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