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퍼팅 라인을 읽을 때 스파이더맨처럼 온몸을 바닥에 붙인다. 시간을 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중요한 순간 그의 캐디까지 스파이더맨 방식에 동참한다. 낮은 곳에서 볼수록 그린은 잘 보인다고 한다. 그린 주변 웨지 샷을 할 때는 골프를 처음 배워 서투른 사람처럼 왼손을 오른손보다 아래쪽으로 내려 잡는 역그립을 한다. 퍼팅을 할 때 역그립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웨지 역그립은 보기 드물다. 이런 겉모습만 보고 피츠패트릭을 괴짜나 감각에 의존하는 골퍼로 착각하면 안 된다. 그는 15세 때부터 자신이 참가한 대회의 모든 샷을 메모해 수칙 계산과 통계, 도표 같은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인 스프레드시트에 기록해 놓고 부족한 점을 하나씩 고쳐나갔다. 그는 스프레드시트에 기록한 데이터를 재무분석가처럼 스윙 코치, 퍼팅 코치, 통계학자, 트레이너, 생체역학자, 퍼포먼스 코치와 상담해 장단기 훈련 일정을 만든다.
그의 캐디 빌리 포스터(잉글랜드)는 1982년부터 세베 바예스테로스, 대런 클라크, 리 웨스트우드, 타이거 우즈 등의 가방을 메고 30승 넘게 경험한 40여 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2018년부터 피츠패트릭과 함께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지켜본 선수 중 매슈만큼 열심히 훈련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는 미쳤다”고 한다. 주니어 시절부터 함께한 스윙 코치 마이크 워커는 “그는 정말 사업가처럼 통계를 활용하고 개선점을 찾아낸다”며 “내가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전 세계 아마추어 골퍼에게 영감을 주는 피츠패트릭 골프의 진수를 알아본다.
비거리는 이렇게 늘려라
골퍼에게 비거리 늘리기는 양날의 검이다. 정확성을 크게 잃지 않고 거리를 늘린다면 골프의 수준이 달라진다. 아무리 쇼트게임이 정확해도 300야드를 치는 골퍼와 250야드를 치는 골퍼는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피츠패트릭은 유럽 선수로는 아담한 체격(177㎝·70㎏)이다. 그는 2020년 마스터스를 치르면서 거리의 한계를 절감했다. 브룩스 켑카(미국)와 저스틴 토머스(미국) 같은 장타자들이 짧은 아이언을 쥐고 공략하는 홀에서 그는 7번 우드로 공을 올려야 했다. 2020년 US오픈에서 350야드 안팎의 초장타를 치며 우승하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를 보고 ‘변화’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비거리는 정말로 나를 가로막은 큰 벽이었다. 나는 퍼팅이 좋았고,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도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이언 샷도 만족스러웠다. 드라이버 샷은 똑바로 날아갔지만, 거리가 충분하지 않았다. 다른 모든 골프 자산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비거리가 부족했다.”
하지만 디섐보처럼 6개월 만에 20㎏을 불려 압도적인 장타를 치는 ‘벌크업 혁명’ 같은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저명한 생체역학자 새쇼 매켄지 박사를 컨설턴트로 영입했다. 매켄지 박사에게 스윙 코치 워커와 함께 스윙 스피드를 효과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피츠패트릭은 자신의 장점인 정확성을 살리면서 서서히 비거리를 늘려나가는 점진적인 개선을 선택했다. 매켄지 박사가 만든 클럽 스피드 증가 훈련 프로그램은 스피드 스틱을 갖고 훈련하면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윙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AI(인공지능)의 조언을 받아 스윙 흐름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백스윙을 빠르고 크게 하고 다운스윙 때 손목이 풀리는 타이밍을 최대한 늦추는 동작 등이 포함됐다.
매켄지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미 성공한 선수와 함께 일을 할 때는 보수적인 방법이 중요하다. 이미 높은 수준의 샷 능력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 부상을 유발해서도 안 된다. 이렇게 점진적인 방법의 문제점은 진전이 느리다는 것이다. 서서히 훈련을 추가해 나가기 때문이다. 다행히 피츠패트릭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방법은 결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의 스윙은 천천히 바뀌었고 비거리는 꾸준히 향상됐다.”
물방울이 바위에 떨어지듯 2년간에 걸친 피츠패트릭의 비거리 향상 프로젝트는 큰 성취로 이어졌다.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가 시속 112마일에서 119마일로 빨라졌다. 2020년 PGA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293야드의 소총수였던 피츠패트릭은 2022년 US오픈에서 평균 309야드의 대포를 날렸다. 당시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191㎝·91㎏)가 “예전보다 너무 멀리 쳐서 놀랐다”고 할 정도였다.
코스가 길고 깊은 러프가 특징인 US오픈은 강력한 힘으로 무장한 근육질의 ‘헤비급’챔피언들이 득세했었다. 2020년엔 디섐보(185㎝·108㎏)가 골프장을 초토화하며 우승했고, 2021년엔 스페인의 장타자 욘 람(188㎝·100㎏)이 무대를 접수했다. 이들에 비하면 호리호리한 피츠패트릭이 그 판도를 뒤흔든 것이다.
초실용주의의 길
그는 어떻게 자신의 샷을 스프레드시트에 입력할까. 홀까지 150야드를 남겨 놓고 샷을 하는데 목표를 홀보다 왼쪽으로 5야드 앞에 공을 떨어지도록 했다. 그런데 한 번에 샷이 홀로 들어갔다면 5야드의 거리 실수와 5야드의 방향 실수로 기록한다. 그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유럽 투어에서 활약하는 에도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가 만든 데이터 입력 프로그램이다. PGA투어는 선수마다 골프에 대한 정밀한 통계를 제공하지만, 피츠패트릭이 만든 자신의 샷 데이터가 훨씬 더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정규 대회 외에도 친구들과 함께한 샷까지 데이터로 만들어 자신의 샷 패턴과 경기 성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천 개의 샷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연습과 코스 전략을 짠다.
그는 치아 교정을 한다며 20대 후반에도 보철기를 하고 다녔다. 남들이 어떻게 볼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그는 PGA투어에서도 손꼽히는 퍼팅 전문가다. 올 시즌 3m 이내 퍼팅 성공률 92.57%로 1위다. 그런데 마치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이 빌딩을 기어오르는 동작과 비슷하게 배를 대고 그린을 읽는다. 피츠패트릭은 “퍼팅 라인을 정확히 읽고 그 라인대로 공을 정확히 보낼 수 있는 스트로크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바짝 엎드려서 보면 미세한 그린 주변 라인과 잔디 결이 역결인지 순결인지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