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74) 영국 국왕이 5월 6일(현지시각) 대관식을 하고, 영국과 영연방 국가 14곳의 군주가 됐음을 공포했다. 1958년 왕세자로 책봉된 지 65년 만이다. 찰스 3세는 지난해 9월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국왕으로 즉위했다. 대관식은 이날 오전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버킹엄 궁전을 출발하는 ‘왕의 행렬’로 막을 열었다. 찰스 3세 부부는 황금색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대관식 메인 행사가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했다. 왕실 근위대와 기마병이 호위하는 행렬은 더몰, 트래펄가 광장, 화이트홀(정부중앙청사)을 거쳐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약 2.1㎞ 구간을 30분간 행진했고,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찰스 3세는 “주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 왔다”고 선언했다.
대관식은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했다. 대주교는 찰스 3세에게 축성 의식에 이어 황금 홀(笏·scepter)과 보주(寶珠·orb) 등 왕권을 상징하는 성물을 건넸다. 대관식은 웰비 대주교가 2.23㎏ 무게의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찰스 3세의 머리에 씌우는 것으로 정점을 찍었다(사진 1). 이번 대관식에선 현대 영국 사회를 반영해 다양성과 친환경 가치가 강조됐다. 대관식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는 국교회 외 무슬림, 힌두교,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 지도자가 동참했다. 영어뿐 아니라 웨일스어, 스코틀랜드 게일어, 아일랜드어로 찬송가가 울려 퍼졌으며, 1000년 대관식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참석했다. 또 왕비의 예복 일부와 장갑, 의자 등은 새로 제작하지 않고 선대 왕비들의 것을 다시 사용했다. 대관식에는 국가 원수급 약 100명을 포함해 203개국 대표가 참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질 바이든 여사와 손녀 피네건 바이든은 각각 파란색과 노란색 원피스를 입어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패션을 선보였다(사진 2).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영연방 국가 수장 등도 참석했고, 한국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함께했다.
한편 이날 런던 트래펄가 광장 등에선 군주제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사진 3). 이들은 ‘나의 왕이 아니다(Not my king)’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거나 팻말을 들고 대관식 반대 집회를 벌였고, 공공질서 위반, 치안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