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샤이(Shih)는 홍콩에서 태어나 만 4세에 대학 수학과 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민자가 거의 없던 시카고의 한 동네에서 언어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같이 생활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명석한 두뇌로 만 15세에 석·박사 연구원들로 가득한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학·석사를 마치고 구글에서 IT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IT 소프트웨어 회사 히어세이 시스템스를 창업했으며, 지난 2011년에는 당시 만 29세의 나이로 스타벅스 이사회에 합류했다. 스타벅스의 아버지 하워드 슐츠는 그에 대해 “진정한 테크놀로지 리더이자 이사회에 신선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샤이를 스타벅스 이사회 멤버로 추천한 인물은 실리콘밸리의 테크 ‘대모’라 불리는 셰릴 샌드버그 전 메타 최고운영책임자(COO). 둘은 각별한 멘토·멘티 사이로 알려졌다.
샤이는 한때 자신이 근무했던 친정 기업인 세일즈포스로 2020년 돌아와 서비스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3월 2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샤이 CEO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일즈포스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세일즈포스가 실리콘밸리 그 어떤 회사보다도 눈에 띄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도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문화와 사업이 내게 가장 잘 맞는다. 특히 챗GPT발 생성형 인공지능(AI) 광풍이 불고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매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으나 고객관계관리(CRM)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적용한 사례는 세일즈포스의 ‘아인슈타인GPT’가 최초다.”
아인슈타인GPT는 2016년 출시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이트 도출·결과 예측 등의 기능을 제공하던 세일즈포스의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인슈타인GPT’에 최신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세일즈포스는 기업용 CRM 애플리케이션에 생성형 AI를 적용한 첫 번째 사례라며 오픈AI의 기업용 챗GPT와 연동해 지난 3월 공개했다.
아인슈타인GPT는 세일즈포스가 직접 개발한 AI 모델에 오픈AI 등 파트너사의 생성형 AI 기술 및 세일즈포스 데이터 클라우드의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해 콘텐츠를 생성한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서비스에 머물렀던 챗GPT가 기업 간 거래(B2B)로 영역을 넓힌 사례다.
챗GPT가 5초 안에 방대한 자료에서 궁금한 내용만 쏙 뽑아 요약해주듯이, 회사가 특정 고객에 대해 궁금해하는 내용을 아인슈타인GPT가 찾아내 수초 안에 정리한다. 상담 직원은 고객 관련 내용을 정리한 요약본을 들고 응대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GPT 활용 방법은.
“아무리 능력 있는 상담 직원이라도 모든 고객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기업은 고객의 불만에 항상 앵무새처럼 똑같은 소리만 반복하게 된다. 그러나 AI는 실시간으로 고객의 과거 전화통화 상담 내역을 요약해 상담사가 ‘안녕하세요? 고객님’이라고 말하는 순간,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인슈타인GPT를 기반으로 세일즈포스 고객사의 챗봇이 모두에게 동일한 일괄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고객에 대한 ‘맥락’을 정확히 파악한 개인화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고객이 좋아할 특정 캐릭터의 말투로 말을 거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마블 만화책을 구매한 고객에게 마블 만화 캐릭터의 목소리로 각종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이 CEO는 아인슈타인GPT가 ‘고객을 고객 자신보다 더 잘 안다’라고 말할 때, 여기서 고객은 세일즈포스의 고객사까지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B2C 고객은 물론이고 B2B 영역에서 세일즈포스 고객사의 개별 직원이 원하는 것까지 AI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인슈타인GPT는 ‘특정 고객군이 가장 좋아할 만한 우리 회사의 상품을 알려줘’ 등의 질문에 답변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 거래처와 협업이 필요한 경우, 가장 적합한 직무의 사람을 직접 찾아주고 직원을 대신해 이메일 초안까지 작성해준다. 개발자에겐 특정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코드를 작성해주고, 디자이너를 위해 웹페이지의 기본적인 형태를 제공하기도 한다.
AI가 모든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아니다. ‘AI 만능론’에는 선을 긋고 싶다. 챗GPT 열풍 속에 나타난 윤리적 문제, 잘못된 정보 양산, 정보 유출 등의 논란을 인지하고 있다. 기술은 사람에게 편리성을 제공하며 업무를 보조해줄 뿐 결국 이에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단순한 반복 업무를 아인슈타인GPT 등 AI가 대신해주면 사람은 더욱 가치 있는 일에 몰입하며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다.
예컨대 코로나19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가 한꺼번에 거주지를 옮기게 되면서 세일즈포스의 고객사인 전자상거래업체, 보험사 직원이 한 번에 몰려온 전화에 대응하고 주소를 업데이트하는 데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러한 업무는 AI가 대신 일부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AI도 사람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결국 아인슈타인GPT가 내놓은 답변에 대한 최종 수정 권한도 사람에게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생성형 AI가 아직 초기 단계 기술인 만큼 사람이 (이 기술에) 온전히 의지하지 않고, 직접 주도권을 가지고 효율적인 사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세일즈포스도 경각심을 가지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생성형 AI 열풍이 지속 가능한 패러다임 변화가 아닌 단순한 ‘유행(hype)’은 아닐까. 각종 논란 속에 열기가 한풀 꺾인 웹 3.0 기술 등과 AI의 차이점은.
“아니다. 웹 3.0의 경우 비즈니스 투자 수익률(ROI)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업계가 여전히 고민하고 있으나 AI 사업은 현재 명확한 수익을 내고 있다. 이는 우리의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산업계 지형 전체를 뒤흔들 것이다.
이 가운데 세일즈포스는 CRM이라는 분야에서 회사가 수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생성형 AI를 발전시켜 시장을 선점하겠다.”
회사명 세일즈포스
본사 미국 샌프란시스코
설립 연도 1999년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
주요 사업 기업용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매출액 260억달러(약 34조원,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