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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올리브’와 ‘뿌링클’의 법정 다툼이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굴지의 두 치킨 기업 제너시스BBQ(이하 BBQ)와 bhc는 2014년 국제중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30여 건에 이르는 고발·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2013년까지 한 지붕 아래 있던 윤홍근 BBQ 회장과 박현종 bhc 회장은 그렇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이들의 공방전은 이제야 매듭 지어지고 있다. 특히 본안으로 꼽히는 상품 공급, 물류 용역 계약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을 내며, 길었던 ‘치킨 전쟁’도 어느 정도 일단락돼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4월 13일 bhc가 BBQ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BBQ는 bhc에 200억여원을 배상하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bhc의 승리로 보이지만, 배상금 200억원은 애초 bhc가 청구했던 금액(이자 포함 3000억여원)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BBQ의 ‘선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소송전까지 확대하면 bhc가 BBQ에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5월 1일, 이번 본안 소송 1심부터 BBQ를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의 시진국(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를 만났다.

스카우트해 왔지만…갈라선 두 수장

윤 회장과 박 회장의 인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대기업 임원으로 있었던 박 회장이 BBQ 임원으로 영입됐다. 당시 BBQ는 자회사 bhc의 상장을 추진하다 실패한 뒤였는데, 윤 회장은 ‘사모펀드에 매각한 뒤 다시 사와 상장하자’는 박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에게 매각 업무를 총괄토록 했다. 결국 BBQ는 2013년 6월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더로하틴그룹(옛 CVIC)으로부터 750억원을 받고 bhc를 매각했고, 박 회장이 bhc의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윤 회장은 매각 이후 bhc와 다시 물류 용역, 상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일정 수익률을 정해두고 그 이상이면 대금을 낮추고, bhc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대금을 높여주는 방식이었다. 기간도 최장 15년(10+5년)에 달하는 장기 계약이었다. bhc가 BBQ의 주요 원자재를 공급해온 회사였기에, BBQ 입장에서는 이 계약이 꼭 필요했다. 또 bhc는 ‘남의 회사’가 아니었던 만큼 기업 가치를 보존해주겠다는 게 윤 회장의 생각이었다.

이처럼 두 회사는 결별한 후에도 원만한 관계를 이어 나갈 것으로 기대됐으나 계약 이듬해 돌연 분쟁이 시작됐다. 2014년 9월, bhc가 BBQ를 상대로 국제상공회의소(ICC) 국제중재 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한 것이다. 개·폐점 예정 가맹점 수를 잘못 계산해 BBQ가 회사 매각 대금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갔다는 취지였다. ICC는 bhc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BBQ가 98억원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윤 회장이 신뢰가 깨졌다고 여기게 된 지점이다.

결국 BBQ는 ICC 중재판정이 나온 2017년 bhc와 물류 용역 계약을 깼다. 이듬해엔 상품 공급 계약도 중단했다. 그동안 bhc 측에서 ‘제삼자가 매출을 검토해 대금을 정한다’는 계약 조건을 어기며 대금을 청구했음에도 이에 응해왔으나 신뢰가 깨진 만큼 더 이상 bhc 측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bhc는 “BBQ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bhc가 주장한 손해배상금은 원금 기준 물류 계약 관련 1230억원, 상품 계약 관련 535억원이다. 이자까지 더하면 총 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본 계약 기간 10년에 5년을 더해, 총 15년에 대한 손해액을 산정했다.

“이 상황에서 계약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1심부터 BBQ를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는 ‘신뢰 상실’을 강조했다. ‘계속적 계약은 당사자 간 신뢰 관계를 기초로 한 것으로, 계약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는 해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참조했다. 이 판례에 따르면, 계약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 체결의 경위,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 관계, 계약 내용, 해지에 이르게 된 과정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화우는 분쟁이 시작된 순간부터 BBQ의 신뢰가 깨진 이유를 소명했다. 우선 강조한 게 ‘비밀 유지 의무 위반’이다. bhc가 물류 용역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BBQ의 신선육 원가 정보 등을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게 BBQ 측 입장이었다. ICC 중재가 진행 중이던 2013년 6월부터 2015년 7월까지는 bhc의 IP주소로 BBQ 서버에 270여 회나 접속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 회장도 ICC 중재 과정에서 타인의 아이디로 접속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화우는 또 bhc가 상품 가격 조정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두 회사는 기존에 설정한 영업이익률을 기초로 가격 조정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 감사를 받자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외부 감사인 회계법인이 2013년 영업이익률을 산정했는데, bhc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게 화우 측 주장이었다. 시 변호사는 “BBQ는 bhc가 청구하는 대로 대금을 지급해 왔기에, 이것이 bhc의 일방적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법원 “BBQ 계약 해지 사유, 어느 정도 인정”

물류 용역과 상품 공급 계약을 놓고 벌어진 소송전에서 1심 재판부는 BBQ가 물류 용역 대금 약 133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상품 공급 계약과 관련해서는 290억600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상품 공급 계약의 경우, bhc의 주장대로 총 15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항소심에서는 손해배상액이 대폭 줄었다. 15년이 아닌 10년의 계약 기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계약 기간을 10+5년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BBQ가 이를 이행하지 못할 상황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bhc에도 2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BBQ가 계약을 해지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계약 연장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불합리한 사유’는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배상액은 물류 용역 120억원, 상품 가격 계약 85억원으로 급감했다.

아울러 BBQ가 박 회장 개인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한 사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BBQ는 애초 bhc 매각 과정에서 총책임자가 박 회장이었므로 ICC 사건으로 배상하게 된 주원인과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BQ는 이 사건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28억여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박 회장이 의무를 충실히 다하지 않았다는 게 2심의 판단이었다.

또 BBQ는 “bhc가 물류 용역과 상품 공급 계약 관련해 청구했던 금액만큼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75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낸 바 있는데, 이 역시 본안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 변호사는 “본안 소송을 진행하면서 구상금 사건 등이 고려됐을 것”이라며 “일부 다른 소송에서 패소 결과를 받아 억울한 면도 있지만, 다른 사건들에서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