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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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를 위해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을 보면 부동산에 대한 조언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마조마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때는 위태로워 보이는 경우도 많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를 부동산학의 관점에서만 살펴본다. 부동산학이란 획일적으로 정의할 순 없으나 주로 부동산을 과거의 가격과 현재의 가격, 주거 지역과 상권의 발달과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에는 ‘어떤 지역에 호재가 있다’든지 ‘어떤 물건은 가격이 더 올라갈 것 같다’든지 하는 식이다. 물론 부동산의 입지를 중심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부동산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는 격언도 이를 대표하는 말이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를 위해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학이 아니라 부동산법이다. 그런데 부동산법을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경우에도 여전히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 부동산 법률을 살펴볼 때는 반드시 복잡한 법체계를 전반적으로 조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 사업부 부동산팀장
동국대 법학 박사, 
2006년 제43회 세무사, 
‘아파트 한 채부터 시작하는 부동산 절세’ 저자
우병탁 신한은행 WM 사업부 부동산팀장
동국대 법학 박사, 2006년 제43회 세무사, ‘아파트 한 채부터 시작하는 부동산 절세’ 저자

부동산법의 기초,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부동산 관련 법을 공부할 때 가장 처음으로 접하는 법률이 바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이다. 공인중개사를 공부할 때도 제1번의 수험과목 중 하나다. 국계법은 2002년 2월 제정되어 2003년부터 시행된 법률로 해당 법률 이전까지는 도시지역에서는 도시계획법, 비도시지역에서는 국토이용관리법으로 이원화하여 운영되던 것을 통합한 것으로 국토의 계획적·체계적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 법이 중요한 이유는 이 법을 근간으로 토지의 용도지역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토지의 용도지역은 도시지역의 경우 크게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나뉘고 도시지역은 다시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으로 구분되며 관리지역은 보전·생산·계획관리지역으로 세분화된다. 그리고 용도지역별로 이 법에 의해 토지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규모 즉, 건폐율과 용적률이 정해진다. 참고로 이 법과 동법 시행령에서는 용도지역별로 건폐율과 용적률의 한도를 정하고 지자체별 조례를 통해 해당 비율을 최종적으로 규정한다. 또한 용도지역별로 건축할 수 있는 건물의 종류도 정해진다.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건폐율과 용적률이 중요한 이유는 토지의 활용 범위를 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 일반상업지역의 경우 국계법상 한도는 건폐율 90% 이하, 용적률 1500% 이하이고 서울시 조례상의 한도는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800%(역사 도심은 600%) 이하다. 이 경우 대지 300㎡일 때 1개 층 면적의 최대 면적은 180㎡(=300㎡×60%)이고, 지상층 기준 연면적(=각 층 면적을 합한 것)은 최대 2400㎡(=300㎡×800%)다.

압구정 로데오 상권. 사진 셔터스톡
압구정 로데오 상권. 사진 셔터스톡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의 반전

이 경우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즉 어떤 투자 대상 토지와 건물을 살펴볼 때 이른바 전문가들조차 국계법상의 기준만을 놓고 지금은 몇 층, 몇 ㎡인데 용도지역에 따라 최대 얼마까지 지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통상의 경우 정확한 규모는 건축설계를 해봐야 알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기는 한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이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피상적으로 법률과 조례상 가능한 최대의 건폐율과 용적률만으로 소통하는 것은 부족함이 있다. 여기에는 건폐율과 용적률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다른 조건들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차장법과 주차장 조례에 의한 제한이다. 대지의 면적이 협소한 지역에서는 건폐율이나 용적률이 충분히 남은 경우에도 주차 대수 확보로 인해 건물의 규모가 작아지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지구단위계획이 설정된 경우에도 해당 지구단위계획 내용에 따라 법률과 조례가 정한 건폐율과 용적률을 다 쓰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가로구역별 최고 높이 제한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또 한 가지는 상권의 특성과 발달 정도다. 당장 서울만 하더라도 미처 예상치 못한 곳이 용도지역상 상업지역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 용도지역이 상업지역이라면 다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상권이 발달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특히 강북 구도심 지역의 경우 상업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상권의 발달은 미약하고 3층 이하 건물만 즐비한 곳도 많다. 법률상 더 높게 지을 수는 있지만 지어봐야 3층 이상으로는 가게가 들어오지도 사람들이 그 위층까지 올라가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지을 수 있어도 구태여 높게 짓지 않는 것이다.

가게는 1층에 있어야 한다는 명제가 요즘에는 점차 깨지는 추세라곤 하지만 그래도 장사는 여전히 1층과 2층이 대세다. 따라서 상권이 발달한 곳을 보면 가까운 곳에 일정 규모 이상의 용도지역상 상업지역(주로 일반상업지역)이 있기는 하지만 정작 상권 대부분의 지역이 2종 일반주거지역이나 3종 일반주거지역인 곳도 많다. 예컨대 가로수길 상권과 압구정 로데오 상권은 도산대로변의 노선상업지역을 제외하면 전부 2종이나 3종 일반 주거지역이다. 즉 용도지역만이 상권의 발달과 투자의 핵심은 아니다. 만약 용도지역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다면 서울 구도심이 제일 비싸고 좋아야 한다. 참고로 4호선 서울역~명동역에서 충무로역~신당역~하왕십리역 라인 북쪽과 3호선 경복궁역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사직로~율곡로~종로를 이어 신설동역에서 남쪽으로 난계로까지의 큰 지역이 전부 상업지역이다. 이 일대 중요 지역은 오피스 상권으로 대형 오피스빌딩이 즐비한 곳이긴 하지만 상업지역이라고 전부 가득가득 초고층 빌딩이 지어진 것은 아니다. 즉 건물은 그 지역에 그럴 만한 수요가 있는 곳이어야만 법률적으로 가능한 용적률을 다 쓰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지을 수 있다고 그 한도만큼 무조건 다 지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투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결과적으로 부동산 투자 시에는 용도지역을 구분하는 것 외에 지구단위계획과 도로법, 건축법 등 관련된 법률의 기초적인 내용도 반드시 같이 공부해야 한다. 물론 투자자 모두가 관련된 분야의 법률 전부를 다 공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한 분야의 부동산 전문가라 할지라도 역시 다른 법률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것도 필요하게 된다. 결정적으로 이런 일을 전문가에게 듣거나 물어보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아주 구체적인 사항까지는 아니라도 투자자나 전문가나 모두 관련된 법률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을 정도는 공부해야 한다. 왜 어떤 지역은 상업지역인데도 저층의 건물들만 있는지, 상업지역이 아니면서도 상권이 크게 발달한 곳은 어떤 곳인지 파악하는 연습을 한다면 꼬마빌딩 투자의 성공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