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경제 대국 독일이 ‘차이나 쇼크’에 직면했다. 중국은 자동차 강국 독일에 중요한 시장이다. 그동안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는 중국에 다양한 차량을 수출했다. 이로 인해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중국 현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우면서 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 자동차 수출입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보다 수입하는 자동차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면서 BYD, 니오(NIO) 등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고속 성장했고, 이런 역전 현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는 독일 경제 핵심인 기계 부문 특히 자동차와 공작기계의 대량 수입으로 이뤄졌다”며 “현재 중국은 전기차 분야 등에서 독일의 도움이 필요 없는 산업 강국으로 성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자는 중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는 독일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그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를 우려했다.
독일 폴크스바겐 하노버 공장. 사진 블룸버그
독일 폴크스바겐 하노버 공장. 사진 블룸버그

올해 4월 독일과 미국 자동차 기업의 경영진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상하이 모터쇼에서 승기를 잡으려고 했지만,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가 자신들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는 가혹한 현실을 마주했다. ① 특히 중국은 전기차의 부상으로 2022년 자동차 수출이 54% 증가해 독일의 자동차 수출을 넘어섰다. 중국은 올해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상하이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는데, 중국 소비자는 BMW,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의 제품이 아니라 중국 제조업체인 BYD와 니오(NIO)의 새로운 모델을 선호했다. 첨단 배터리와 센서를 장착한 중국산 신형 자동차와 비교해 독일산 전기차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독일 엔지니어들이 수십 년에 걸쳐 만든 내연기관은 전기차 혁명으로 인해 쓸모없어질 위기에 놓였다. 

자동차 산업이 독일 고용률의 4%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일은 미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들이 2000년대 초 경험한 ② ‘차이나 쇼크(China shock)’에 직면할 수 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서구 제조업체들은 섬유, 가구, 의류 같은 저부가가치 제품부터 컴퓨터, 전자제품 등 고도화된 산업에서까지 중국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달리아 마린 독일 뮌헨공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오스트리아 빈대학 경제학 박사, 
현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연구원, 현 독일 브뤼헐 연구원
달리아 마린 독일 뮌헨공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오스트리아 빈대학 경제학 박사, 현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연구원, 현 독일 브뤼헐 연구원

중국산 수입에 따른 관련 산업 축소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전체 수입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25%포인트 증가했고, 이는 미국의 경제와 사회 및 정치를 변화시켰다. 중국산 수입에 따른 미국의 관련 산업 축소가 야기한 일자리 감소와 경제적 영향을 중국에 대한 수출 증대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란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일자리를 찾은 근로자라고 해도 임금 감소를 감내해야 했다. 이러한 제조업 고용 감소는 미국의 절망사(deaths of despair)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중국산 제품 수입 증가는 2016년 미 대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는 당시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생산 기지가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등 지역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독일이 이미 차이나 쇼크를 경험하고 있다는 증거는 있다. 작년까지 독일은 자동차 순 수출국이었다. 하지만 중국과의 교역만 놓고 보면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수보다 수입하는 수가 많아졌다.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독일은 중국으로부터 180만 대를 수입한 반면, 수출은 고작 170만 대에 그쳤다. 독일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공작기계 부문도 상황이 비슷하다. 

아이러니한 점은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는 독일 경제 핵심인 기계 부문 특히 자동차와 공작기계의 대량 수입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독일은 중국에서 현지 기업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중국 근로자를 양성했다. 이러한 기술 이전은 중국 시장 진출의 법적 전제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산업 강국이 됐기 때문에 독일의 도움이 필요 없어졌다. 

현재 중국은 독일에 비해 두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기술 혁신 시기에는 과거의 경험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독일에 이기기 위해 내연기관 기술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 기존 시스템과 기술은 오히려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은 시장이 크기 때문에 생산을 늘리고 신속하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을 통해 빠르게 학습하며 성장했다. 중국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가 된 비결이다. 현재 중국이 가성비가 보다 뛰어난 ③ 나트륨 배터리 분야 개발에서 선두 자리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독일이 차이나 쇼크를 피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 처음에는 중국산 수입품이 튀르키예나 그리스 같은 저임금 국가로부터 독일이 수입하던 상품과 경쟁하면서 독일이 아닌 해당 국가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독일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구공산권인 중부 및 동유럽으로 생산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특히 독일은 수년 동안 고품질 독일 자동차와 기계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 경제 호황의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계속해서 확장하자 독일은 다른 국가들이 경험했던 부정적 영향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재건이 1989년 ‘철의 장막’의 붕괴와 같이 독일에 경제적 호황을 가져다줄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전쟁이 먼저 끝나야 한다. 현재로선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반도체·배터리·AI 기술 확보해야

독일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과 같이 뼈아픈 탈산업화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조처를 할 수 있다. 

독일은 중국 배터리 회사와 한국 등 아시아 반도체 제조업체 등으로부터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할 수 있다. 또한 자국 내 기업과 이스라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간의 합작 투자를 통해 중국과 경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일은 자율 주행 자동차에 필수적인 AI 기술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해소하고 독일 엔지니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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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중국이 2022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동차 수출국에 올랐다. 올 1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총 311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해 독일(261만 대)을 제쳤다.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은 일본(350만 대)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전기차 67만9000대를 수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20% 증가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 자동차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국가이고, 이 중 11.5%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국제무역의 변화가 다른 경제권에 미친 악영향을 말한다. 중국이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세계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기존 수출국에서 중국산 수입이 늘고 경쟁 압력을 받는 것이다. 기존 수출국들은 제조 부문의 축소와 일자리 감소 등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기술력도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차이나 쇼크 현상이 번지고 있다. 

나트륨은 소금의 주성분인 만큼 흔한 원소다. 배터리 필수 재료인 리튬 대비 가격이 80분의 1로 저렴하다. 나트륨 배터리는 안정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해 ESS와 같은 대규모 전력 저장장치용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의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