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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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는 있어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 예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관한 불확실성을 한층 고조시켰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5.25%로 상승하며 미국과 1.75%포인트라는 역대 최대 수준의 금리 차가 발생했지만, 통화 및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물론, 이 정도까지는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이고, 이미 선반영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통화 및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시장의 평가를 기준으로 보면 지금 상황이 오히려 더 부담스럽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연준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이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간 최근 사례는 크레디트스위스(CS)를 제외하면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주로 미국 내 지역은행 파산이었고, 향후 발생 가능성이 큰 리스크 역시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 정도는 당사국인 미국은 물론 다른 국가에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을 살려 대처한다면 큰 위기로 확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당장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가져올 갑작스러운 위기 즉,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말한 블랙스완(Black Swan)이 언제 도래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에 이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 언급이 도화선이 돼 2013년과 2015년, 2018년에 발생했던 세 차례의 개도국 긴축 발작(taper tantrum) 같은 사례도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때 100%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는 물론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 주요국들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역대급 통화 긴축 및 정치·사회 불안 등이 연준의 통화 긴축과 맞물려 미칠 악영향은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다. 이와 유사한 현상을 겪고 있는 튀르기예나 이란 역시 블랙스완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 경제가 블랙스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 및 내수 부진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경상수지마저 악화한 상황이다. 만에 하나 블랙스완이 나타난다면 그 충격의 범위와 강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정책 여건이 그다지 녹녹하지만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블랙스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제 발생할지 모를 리스크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통화 및 재정정책에서 운용의 묘를 살려 국내 경제의 거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동시에 대외적으로도 비상시 통화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