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을 대표하는 여행지는 단연 청풍호. 사진 최갑수
제천을 대표하는 여행지는 단연 청풍호. 사진 최갑수
충청북도 제천 청풍호 자락을 따라가며 여행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비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청풍호는 하늘과 햇살을 담고 반짝였다. 봄빛에 반짝이는 청풍호에서는 카약도 탔다. 맛있는 짜장면도 먹고 BTS 성지도 찾았다.
최갑수
시인, 여행작가,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저자
최갑수 시인, 여행작가,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저자

산길을 올라가는 신기한 모노레일

5월, 가정의 달.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 중인 독자에게 무조건 제천 추천한다. 재미있고 맛있다. 재미있고 맛있다니! 이것보다 좋은 여행이 있을까.

먼저 찾을 곳은 비봉산 정상이다. 산 정상이라고 해서 걸어가는 게 아니다. 모노레일, 또는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요즘 제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아이템이다. 해발 531m의 비봉산 정상까지 오르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의 경치가 기가 막히다. 두 가지 다 탈 필요는 없고 하나만 선택하자. 참고로 모노레일이 더 스릴 있다. 

모노레일은 문이 없다. 회전목마 타듯 손잡이를 잡고 앉아 있어야 한다. 안내 요원이 모노레일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니 덜컹하며 출발한다. 속도는 빠르지 않다. 사람의 빠른 걸음 정도지만 스릴감이 보통이 아니다. 등판 각이 심한 곳은 50~60도에 달한다는데 실제로 체감하는 것은 거의 90도 수준이다. 앞에 앉은 여대생은 출발 때부터 무섭다고 소리를 지르다가 나중에는 아예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아 버린다. 아이들은 마냥 재미있어한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객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부린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분. 소리를 지르고 깊은 숲 사이를 지나다 보면 이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비봉산 정상에는 널찍한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찍기 좋은 예쁜 조형물도 많다. 오르는 내내 탄성을 지르다가 정상에 서면 한 번 더 탄성을 내지른다. 남쪽으로는 월악산 영봉과 주흘산, 박달산이, 북쪽으로 적성산, 금수산이 어깨를 걸고 서 있다. 동쪽의 소백산 비로봉까지 아스라이 눈에 잡힌다. 이들 봉우리와 능선이 드넓은 호수와 어우러져 세상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풍경을 선사한다. 호수 주변 산자락을 들고 나는 굽이굽이가 물갈퀴처럼 뻗어나가 있는데 노르웨이의 피오르 해안을 떠올리게도 한다.

모노레일이든 케이블카든 예약을 해야 한다. 아니면 현장 구매를 하고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사이, 청풍호를 따라 호수 드라이브를 즐기며 금수산 자락에 자리한 몇 곳을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 속도는 느리지만 아찔한 스릴감을 즐길 수 있는 모노레일. 2 청풍호 케이블카를 타고 제천의 비경을 감상해보자. 3 카약 타고 즐기는 청풍호. 
4 제천 10경 중 1경으로 꼽히는 의림지. 5 비봉산 정상의 그림 같은 풍경. 6 BTS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모산비행장 활주로. 사진 최갑수
1 속도는 느리지만 아찔한 스릴감을 즐길 수 있는 모노레일. 2 청풍호 케이블카를 타고 제천의 비경을 감상해보자. 3 카약 타고 즐기는 청풍호. 4 제천 10경 중 1경으로 꼽히는 의림지. 5 비봉산 정상의 그림 같은 풍경. 6 BTS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모산비행장 활주로. 사진 최갑수

카약 타고 즐기는 여유로운 봄날 

드라이브도 좋지만, 청풍호를 가장 낭만적으로 즐기는 방법은 카약이다.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청풍호도 아름답지만, 수면과 눈높이를 맞추고 바라보는 호수의 풍경은 또 다르다. 봄바람을 맞으며 카약의 노를 힘껏 저어보자. 청풍호를 일컫는 별명은 ‘내륙의 바다’. 그만큼 크고 넓다. 카약을 타는 데는 40분 정도 소요되며, 잠깐의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탈 수 있다. 

딸아이가 있다면 모산비행장으로 갈 것. 제천의 가장 핫한 여행지다. 제천 시내 고암동에 자리 잡고 있는, 말 그대로 비행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는 않는다. 1950년 훈련장으로 건설됐고 민간 항공기까지 뜨고 내릴 정도로 규모가 있었지만, 지금은 비행장보다 시민 공원에 가까운 기능을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였던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BTS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위에 카페가 많은데 피크닉 세트를 빌려준다. 멋진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는 세명대학이 있는 의림지 주변에도 많다. 의림지는 교과서에서 누구나 한번쯤 들었을 법한 이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로 삼한 시대 축조됐다. 호수 주변에 순조 7년(1807)에 세워진 영호정과 1948년에 건립된 경호루, 수백 년을 자란 소나무와 수양버들, 30m의 자연 폭포 등이 어우러져 있다. ‘제천 10경’ 중 ‘제1경’으로 꼽힌다. 

엄마, 아빠는 ‘울고 넘는 박달재’로 가자. 봉양읍과 백운면을 가르는 박달재는 유행가 ‘울고 넘는 박달재’의 그 박달재다. 왜 울고 넘어야 했을까. 사연이 있다. 조선 초 경상도 선비 박달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중, 고개 아랫마을에서 하룻밤 묵는다. 이 집에 있는 아름다운 처녀 금봉과 사랑에 빠진 박달은 과거에 급제한 뒤 함께 살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금봉 생각에 공부를 못 했는지 박달은 낙방하고, 금봉은 박달을 기다리며 시름시름 앓다가 끝내 숨을 거둔다. 뒤늦게 돌아온 박달은 금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목 놓아 울다가 목숨을 버린다. 박달재 정상에는 박달과 금봉의 조각상이 방문객을 맞는다. 

제천에는 갈대와 수수로 빗자루를 만드는 집이 아직 남아 있다. ‘광덕빗자루공예사’ 이동균 명인은 68년째 빗자루 하나하나를 일일이 손으로 만들고 있다. 어릴 적 방과 마당을 쓸던 그 수수 빗자루인데 하루에 하나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여행수첩

먹거리 제천에 시골순두부라는 두붓집이 있다. 예전에 비닐하우스에서 직접 두부를 만들어 팔다가 지금은 유명해졌다. 산초기름에 구운 두부와 두부찌개가 맛있다. 장원순대의 순댓국밥도 맛보자. 순대와 머리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있고 오랫동안 우려낸 국물은 진하고 구수하다. 오성통닭은 야채통닭이 유명하다. 대림 숯불갈비는 제천 시민이 애정하는 갈빗집이다. 1층에는 돼지갈비를 2층에는 한우갈비를 판다. 송학반장이라는 화상 중화요리 집이다. 65년 된 노포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깐풍갈비다. 튀긴 돼지갈비 위에 소스를 얹어 낸 요리다. 탕수육과 비슷한데 마늘 맛이 강하게 난다. 

슬로시티 수산 청풍호 동쪽에 자리한 수산면은 2012년 10월 충청북도에서 처음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슬로시티 수산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청풍호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이다. 옥순대교가 바라보이는 옥순봉 쉼터에서 출발해 괴곡리, 다불리를 거쳐 지곡리까지 9.9㎞를 잇는다. 소요 시간이 네 시간을 훌쩍 넘는다. 청풍호의 풍광을 즐기려면 굳이 괴곡성벽길을 완주하지 않아도 된다. 들머리에서 백봉 전망대까지 가도 청풍호를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있다. 넉넉히 한 시간 정도 걸린다.